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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백남준·김수자… 한국 근현대미술 100년이 한자리에

조선일보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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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백남준·김수자… 한국 근현대미술 100년이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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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후 첫 상설전 개막
2030 관람객 “다양한 장르 스펙터클해” 인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상설전 도입부 ‘추상’ 섹션에 소개된 세 작품. 김환기의 점묘화 ‘산울림19-II-73#307’(1973)을 중심으로 최욱경의 ‘미처 못 끝낸 이야기’(1977·왼쪽)와 이성자의 ‘천년의 고가’(1961)가 걸렸다. ‘산울림’과 ‘천년의 고가’는 이건희 컬렉션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상설전 도입부 ‘추상’ 섹션에 소개된 세 작품. 김환기의 점묘화 ‘산울림19-II-73#307’(1973)을 중심으로 최욱경의 ‘미처 못 끝낸 이야기’(1977·왼쪽)와 이성자의 ‘천년의 고가’(1961)가 걸렸다. ‘산울림’과 ‘천년의 고가’는 이건희 컬렉션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비로소 명실상부한 미술관으로 진화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정수를 집약적으로 볼 수 있는 전시”.

개관 이래 처음으로 상설전을 개막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2030 관람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 소장품을 상시 선보이는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전시다. 196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는 대표작 86점을 엄선했다. 작가는 김수자, 김환기, 문경원&전준호, 박서보, 박이소, 서도호, 성능경, 신학철, 양혜규, 유영국, 이불, 이승택, 이우환 등 83명에 달한다.

전시는 추상, 실험, 형상, 혼성, 개념, 다큐멘터리 등 6개 소주제로 전개된다. 도입부에 걸린 김환기의 점묘화 ‘산울림19-II-73#307’(1973)이 단박에 시선을 붙잡는다. 좌우에 최욱경의 ‘미처 못 끝낸 이야기’(1977)와 이성자의 ‘천년의 고가’(1961)가 나란히 걸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상설전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상설전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국립현대미술관


김수자, '보따리 트럭 -이민자들'(2007). 단채널 비디오, 컬러, 무음, 9분 17초. /국립현대미술관

김수자, '보따리 트럭 -이민자들'(2007). 단채널 비디오, 컬러, 무음, 9분 17초. /국립현대미술관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을 조망한 ‘혼성의 공간: 다원화와 세계화’ 섹션이 가장 인기다. 백남준, 강익중, 김수자, 서도호의 설치와 영상 작품이 마주 보고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열됐다. 백남준이 1995년 독일 볼프스부르크 미술관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잡동사니 벽’(1995)과 김수자의 ‘보따리 트럭-이민자들’(2007)은 미술관이 소장한 이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작품이다. 가로, 세로 각 3인치(7.6cm) 크기의 초소형 그림 8500여 점으로 13m 벽면을 채운 강익중의 ‘삼라만상’(1984~2014)도 압도적 스케일로 관람객을 매혹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상설전에 전시된 강익중의 '삼라만상'. /연합뉴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상설전에 전시된 강익중의 '삼라만상'. /연합뉴스


개막일인 1일 오후 전시장에서 만난 서미소(31)씨는 “론 뮤익 전시를 보러 왔다가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라는 제목에 끌려 왔는데,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스펙터클하게 펼쳐져 있어서 놀랐다. 한국 작가는 김환기·이우환 정도밖에 몰랐는데 최신 흐름까지 조망할 수 있어서 또 한번 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작품을 살펴보는 외국인 관람객도 많이 볼 수 있다. 최근 동시대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배명지 학예연구사는 “첫 상설전인 만큼 관객들이 한국 현대미술의 시간 흐름을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특히 세대나 배경이 다른 관람객 모두가 현대미술의 맥락을 함께 따라갈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했다.


채용신, ‘허유, 유인명 초상’(1924~1925). 과천관 상설전에 나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채용신, ‘허유, 유인명 초상’(1924~1925). 과천관 상설전에 나왔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도 상설전이 동시에 개막했다. 대한제국부터 6·25전쟁 시기까지 한국 20세기 미술사를 큰 호흡으로 펼친 ‘한국근현대미술’전을 1, 2부로 나뉘어 소개한다. 1일 개막한 1부 전시에선 채용신, 구본웅, 임군홍, 오지호, 박래현, 김기창, 이응노, 이중섭 등 70명 작가의 작품 145점을 전시했다. 김은호의 ‘순종황제 인물상’부터 나혜석, 도상봉, 이종우 등 1세대 서양화가들의 유화, 6·25전쟁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담은 작품들로 이어진다. 2부 전시는 다음 달 26일 공개된다.

과천관 상설전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상설전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미술관이 이제야 대규모 소장품 상설전을 열 수 있게 된 건 이건희 컬렉션 기증 덕분이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상설전은 고정적으로 전시하면서 새롭게 교체될 수 있는 작품도 충분히 있어야 가능하다”며 “그동안 그런 부분이 미흡했지만, 지금은 아주 업그레이드됐고 여기에 이건희 컬렉션 기증이 크게 기여했다”고 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소장품은 미술관의 뼈대이자 근간이고 상설 전시는 미술관의 얼굴과도 같다”며 “한국 근현대미술 100년의 역사와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하는 한국 미술의 면모를 소장품만으로 설명할 수 있어 뜻깊은 전시”라고 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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