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페인 수교 75주년 기념 전시
능수버들 가지처럼 알루미늄 체인을 늘어뜨린 네 폭의 발(curtain)이 관람객을 맞는다. 네 겹의 발을 헤치며 걸을 때 자연 안으로 들어온 듯 고요를 느끼지만, 이것의 본질은 금속이다. 인공지능이나 가상 세계처럼 생명력이 없어도 살아있는 것과 흡사한 감각을 선사한다.
9일 개막한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 전시 ‘맑고 투명하고 깨어 있는’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이 설치 작품은 스페인 작가 다니엘 스티그만 망그라네의 2020년 작품 ‘⧜(불완전한 무한)’이다. 생명과 비생명의 경계가 흐릿해진 세상을 낯선 감각으로 느끼게 하고, 사유하게 한다.
동시대 스페인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한국과 스페인 수교 75주년을 맞아 스페인 문화부 후원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선 자연과 문명에 대한 스페인 작가 10인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전시된 30점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예술 재단 TBA21(티센보르네미사 아트 컨템포러리)의 소장품이다.
9일 개막한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 전시 ‘맑고 투명하고 깨어 있는’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이 설치 작품은 스페인 작가 다니엘 스티그만 망그라네의 2020년 작품 ‘⧜(불완전한 무한)’이다. 생명과 비생명의 경계가 흐릿해진 세상을 낯선 감각으로 느끼게 하고, 사유하게 한다.
동시대 스페인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한국과 스페인 수교 75주년을 맞아 스페인 문화부 후원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선 자연과 문명에 대한 스페인 작가 10인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전시된 30점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예술 재단 TBA21(티센보르네미사 아트 컨템포러리)의 소장품이다.
참여 작가들의 관심은 다양하다. 전통에서 찾는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 문명이 남긴 상처, 기후 위기 등 자연과 인간에 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주제들이 등장한다. 그런 가운데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작품도 있다. 1~2층 전시 공간 중 2층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핏빛 고래 한 마리다. 1985년생 작가 테레사 솔라르 아부드의 작품 ‘부력 선’은 바다에서 끌어올려진 포획된 고래 사체를 떠올리게 한다. 잔혹함과는 역설적으로 가죽과 천으로 만들어 푹신한 인형 같기도 하다. 고래도 사람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겼다고 한다.
스페인 농촌 생활을 타로 카드나 부적을 연상시키는 패턴으로 대형 캔버스에 그린 디에고 델라스의 대형 회화 네 점도 이국적이다. 농촌 주택 모양, 가정 의례 같은 옛 공동체의 기억들이 암호처럼 담겼다. 그 밖에 지중해 지역에서 물을 나르던 도기를 조합한 작품으로 기후 위기 해법을 전통에서 찾아보려 한 아순시온 몰리노스 고르도, 스페인 남부 광산 지역 역사를 기록한 비디오 작품으로 자원 채굴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레히나 데 미겔, 이베리아반도와 한반도 지도 위에 과거 민간인 공습 지점을 수놓아 전쟁의 상처를 표현한 크리스티나 루카스 등의 작품이 있다.
국경을 넘어 자연과 문명을 바라보는 시선의 교류다. 전시를 기획한 초청 큐레이터 추스 마르티네스(바젤 FHNW 아트 앤 디자인 아카데미 아트 젠더 네이처 학장)는 8일 간담회에서 “전시를 준비하며 한국과 스페인 사이에 공통점이 많아 놀랐다”며 “반도 국가이고 비슷한 시기에 자본주의를 이뤘으며 도시화로 농촌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도 하다”고 했다. “스페인 작가들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의 특성을 파악해 보려고도 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20일까지, 관람료 1만원.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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