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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회와 2회는 마음먹은 대로 공이 가지 않으며 볼넷이 적지 않았다. 5회까지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SSG 타선을 눌렀지만, 투구 수는 많이 불어난 상태였다. 5회를 진행하던 시점에 이미 90구를 넘겼다. 5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했으나 6회 등판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5회까지 97개를 던졌다. 그것도 위기 상황이 많아 꽤 힘을 쓴 상황이었다. 불펜도 이틀을 푹 쉰 상황이었기 때문에 총동원이 가능했다.
올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산 36경기 등판 경험이 있었고, 이중 23경기가 선발이었다. 하지만 많은 공을 던지는 선수와는 거리가 있었다. 23번의 선발 등판 중 100구 이상을 던진 것은 딱 한 번이었다. 2022년 8월 22일(현지시간) 마이애미와 경기에서 6이닝을 던지며 111구를 던진 게 그 유일한 기록이었다.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들의 경기당 투구 수가 줄어든 것도 있었고, 90구 이상의 올러는 대기하는 불펜과 비교해 그다지 큰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올러는 2-0으로 앞선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당초 KIA 코칭스태프는 6회 시작부터 100구를 넘길 것이 확실한 올러 대신 불펜 가동을 생각했다. 그러나 올러의 생각은 달랐다. 올러는 5회가 끝난 이후 한 이닝을 더 가 6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 이 생각을 코칭스태프에 전달했다. 올러의 능력과 기백을 믿은 KIA 코칭스태프도 이를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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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의지로 6회 마운드에 올랐는데 만약 여기서 위기를 자초하면 그것은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깨는 행위였다. 올러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약간 힘은 떨어진 상황이었지만, 집중력이 생긴 덕인지 커맨드는 괜찮았다. 선두 한유섬을 유격수 땅볼로 막아냈다. 이어 맥브룸도 유격수 땅볼로 정리했다. 강한 타구였는데 박찬호가 그림 같은 핸들링으로 이를 걷어내며 올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타자인 고명준을 상대로 2B에 몰렸으나 이후 파울을 유도하며 카운트를 동등하게 맞춘 뒤 5구째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투구 수는 딱 112구. 자신의 한계를 깨뜨린 순간이었다. 임무를 다 마쳤다고 생각한 올러는 크게 포효하면서 KIA 더그아웃의 분위기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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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KIA 감독도 경기 후 “경기가 타이트하게 진행됐는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플레이한 선수들 덕에 오늘 중요한 경기를 잡을 수 있었다.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점수를 뽑아낸 것이 주효했다”면서 “특히 리드오프로서 제 역할을 다해준 박찬호 선수 활약과, 투구 수가 많았는데도 6이닝을 채우며 투지를 보여준 올러 선수도 칭찬한다”면서 이날 승리의 공신 중 하나로 올러를 뽑았다.
올러는 “초반부터 경기에 적응하지 못했고 제구력에 문제가 있어 2회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야수들의 좋은 수비로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면서 “이제 길었던 연전과 원정 일정이 끝났다. 다음 주 홈경기까지 회복에 집중하고, 오늘 경기를 시작으로 팀이 연승을 이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KIA의 외국인 베팅이 성공 예감을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올러의 투구는 더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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