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한다는 국힘을 보라
한덕수·김문수 싸우는 게 아닌
김문수와 지도부가 사생결단 중
내일 후보자 등록 시작인데
선대위도 공약도 뭔지 몰라
말하는 이도 묻는 이도 없다
이런 국민의힘을 믿었기에
법원에 완력 휘두른 것 아닌가
한덕수·김문수 싸우는 게 아닌
김문수와 지도부가 사생결단 중
내일 후보자 등록 시작인데
선대위도 공약도 뭔지 몰라
말하는 이도 묻는 이도 없다
이런 국민의힘을 믿었기에
법원에 완력 휘두른 것 아닌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 후보 단일화를 위한 2차 회동을 마친 뒤 이석하고 있다./남강호기자 |
내일(10일)부터 이틀간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다음 월요일(1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다. 지하철역, 동네 사거리마다 후보자의 기호와 당명이 새겨진 점퍼를 맞춰 입은 선거운동원들이 도열해 자기 당 후보의 이름을 외치며 선거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 선거운동 기간은, 비유하자면 수험생의 시험 기간이나 마찬가지다. 기본 교과서를 토대로 시험 범위 내용을 충분히 공부하고 최근 출제 경향을 확인해 예상 문제도 뽑아보고 모의고사에서 틀린 문제나 약한 부분을 마지막으로 보충한 다음에 컨디션을 잘 조절해서 시험에 임하면 좋은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다. 이런 이치는 누구나 다 안다. 실천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역시 조직, 공약, 홍보 전략 등을 다 갖춰놓고 유권자들에게 선을 보이는 시간이다. 정상적인 정당, 후보는 그에 더해 자기 지지층, 이른바 집토끼도 다 잡아놓고 상대방과 싸운다. 마음을 정하지 못한 중간층, 스윙보터들이 모여 있는 지역, 덩어리 표가 움직이는 직능 단체를 겨냥한 10만표짜리, 5만표짜리 맞춤형 공약이 후보 일정과 함께 스마트 폭탄처럼 투하된다. 상대방의 충성도를 약화시키기 위한 정교한 네거티브 공세도 빠질 수 없다. 후보라는 주연배우와 작전 지도를 그리고 전력을 배치하는 전략 참모들, 선거라는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당료들이 호흡을 맞춰 펼치는 캠페인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면 이긴다.
이 전쟁, 혹은 시험에는 매번 똑같이 출제되는 기본 문제도 몇 개 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선거 사무 일정표에 따르면 각 후보는 14일(수)까지 선거 벽보를 선관위에 내야 한다. 벽보에는 후보 사진, 정당명, 기호, 슬로건, 주요 약력 등이 들어간다. 그 벽보가 붙는 17일(토)에 각 후보는 전국 시군구 선관위에 직접 책자형 선거공보물을 제출해야 하는 날이다. 한 2500만부쯤 된다. 선거운동 비용 걱정이 없는 큰 정당 후보들은 좋은 사진과 눈에 잘 들어오는 공약표로 채워진 16페이지 공보물을 만들고 돈 걱정을 하는 군소 후보들은 4페이지짜리도 버겁다. 한 장짜리를 내는 사람도 있다. 점퍼, 플래카드와 로고송 제작, 유세차 마련, TV 광고 제작 등도 기본 문제에 속하는데 돈 없고 실무 능력 없으면 못 풀 문제들이다.
재수생 이재명 후보를 내세운 민주당은 만반의 준비를 마쳐 놓았다. 보수 진영 인사들까지 포진시킨 매머드급 선대위를 일찌감치 꾸렸다. 정책집은 책장을 가득 채울 정도다. 국방, 경제, 노동, 복지 등 분야마다 진보·중도·보수 버전별로 파일을 만들어놓고 이 사람 만나면 이거 보여주고 저 사람 만나면 저거 보여주고 있다.
후보 선출 이후엔 ‘더불어민주당 1 지금은 이재명’이라고 적힌 파란색 당 점퍼가 공개됐는데 기호 1번 숫자 아래 빨간색 점이 포인트로 찍혀있다. 진보와 보수를 상징하는 색을 모두 사용해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의 의미라고 한다. 그리고 ‘골목골목 선대위’를 구성해 현역 의원들은 물론이고 권토중래를 노리는 비명계 전직 의원들까지 전국 각지에 배치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선대위에 이름 올리고 여의도에 앉아서 생색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면서 “입각하고 싶은 사람, 지방선거 준비하는 사람, 3년 후 (공천에서) 자기 지역구를 지켜야 하는 사람, 현역 의원 밀어내고 공천받겠다는 사람 할 것 없이 자기 선거처럼 다 뛴다. 내 지역구 지방의원들이나 당원들이 감시자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나마 이재명 후보의 걸림돌 하나가 있던 것이 선거법 재판이었는데, 민주당의 줄탄핵 예고와 갖은 압박이 통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서울고법은 이를 대선 보름 뒤로 연기했다.
국민의힘도 바삐 돌아가긴 마찬가지다. 무소속 한덕수 후보가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내려놓고 등판했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선출됐다. 단일화를 한다는데 그 둘이 싸우는 것이 아니라 김문수와 권영세-권성동 지도부가 사생결단을 벌이고 있다. 선대위는 구성되지 않았고 정책 공약이 뭔지, 홍보 전략이 뭔지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고 물어보는 사람도 없다. 선거 벽보용 사진은 김문수 버전, 한덕수 버전 각각 찍어놓았다니 그나마 용하다.
이런 국민의힘을 믿었기에 이재명 민주당은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감수하고 법원에 완력을 휘둘렀지 싶다. 결과적으로 완력도, 믿음도 모두 효과를 발휘했다.
오는 6월 3일 대선까지 이제 25일 남았다. 29일과 30일 양일 사전 투표가 실시되는 점을 고려하면 3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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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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