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멜라니아 여사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 참석차 로마로 향하기 전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는 남편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백악관에서도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로 은둔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8일이 지났지만, 멜라니아가 백악관에서 포착된 건 14일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7일 ‘백악관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 멜라니아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멜라니아는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나 플로리다의 마라라고에 머물며 조용히 지낸다”며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멜라니아가 대중이 아는 것보다 백악관에 더 자주 있다고 말하지만, 언제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에 대해선 말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멜라니아 여사의 일정을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108일간 멜라니아가 백악관에서 지낸 날은 14일이 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다른 주변 인사들은 그마저도 관대한 추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이후 며칠간은 백악관 행사에 자주 참석하다가, 이후에는 교황 장례 미사와 부활절 행사 등 몇몇 주요 행사를 제외하곤 공개적으로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오는 13~16일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을 대대적으로 순방할 예정이지만,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동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보도했다.
NYT는 이런 멜라니아 여사를 은둔적인 성향으로도 유명했던 스웨덴 스톡홀름 출신의 할리우드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1905~1990)에 비유했다. 1920~30년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가르보는 36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한 후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나 조용한 삶을 살다가 1990년 뉴욕에서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활동 중에도 사생활을 철저히 지켜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완벽한 신비주의를 실현한 배우로 남아 있다. 이에 NYT는 “마치 그레타 가르보가 영부인이 된 것 같다”고 표현했다.
오하이오 대학의 역사학자 캐서린 젤리슨은 “베스 트루먼 이후로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영부인을 본 적이 없다. 거의 80년 전의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베스 트루먼은 미국 제33대 대통령 해리 S. 트루먼의 부인으로, 공개적인 활동을 최소화하고 사생활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딱 한 번 연 기자회견마저 사전 질문에 간단한 서면 답변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멜라니아는 트럼프 집권 1기 때도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아 ‘은둔의 영부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2017년 취임식 당시 멜라니아는 퍼레이드 도중 차에서 내리는 것조차 두려워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NYT는 멜라니아 측근을 인용해 “작년 두 번의 남편 암살 시도가 수년 동안 가족의 안전을 걱정해오던 멜라니아 여사에게 큰 충격을 줬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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