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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100일?”...美 25만명 거리로 나섰다

조선일보 김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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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100일?”...美 25만명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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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 같았던 근로자의 날, 잘 쉬셨는지요. 쉬기는커녕 여느 때처럼 일한 분들도 많으시죠.

매년 이날이면 세계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노동자 집회가 열리곤 하는데, 어째 올해는 세계적으로 ‘트럼프 성토대회’에 더 가까운 풍경이었습니다. 지난달 초 미국 전역에서 50만명이 모였던 역대급 반(反)트럼프 시위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도 최소 25만여명이 거리로 나왔다고 하네요.

미국 정치 중심가인 워싱턴 DC에서 만난 시위대의 생생한 반응, 아래 기사에서 살펴보시죠. 이번 주 원샷 국제뉴스는 ‘트럼프 100일’로 시작합니다.

☞“4년 내 미국이든 트럼프든 하나는 무너질 것” 美 25만명 시위

◇‘트럼프 2기’ 100일...미국은 더 위대해졌을까?

지난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의 한 실내 체육관 내 ‘위대한 100일(100 days of greatness)’이라고 적힌 화면 앞에서 특유의 춤 동작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의 한 실내 체육관 내 ‘위대한 100일(100 days of greatness)’이라고 적힌 화면 앞에서 특유의 춤 동작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29일은 트럼프 취임 10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런 날 트럼프는 무엇을 했을까요. 미시간주를 찾아 지지자들을 만났습니다. 트럼프가 “자동차 회사들이 다시 미시간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외치자 좌중에선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하며 자축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죠. 하지만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박국희 특파원이 인디애나주의 소도시 ‘코코모’에서 들은 이야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스텔란티스 자동차 공장을 보유한 코코모 주민들은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에 60%에 가까운 표를 몰아줬지만 고작 취임 100일만에 기대가 무너졌습니다. 자동차 부품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스텔란티스가 직원들을 대량 해고한 건데요. 이미 폐공장과 공실 상가로 도심이 황폐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관세가 노동자를 돕는 게 아니라 망치고 있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볼멘소리도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트럼프 지지자들 중에는 “(관세 부과 효과는)이제 시작일 뿐, 장기적으로 드러날 것 ”이라며 여전히 자국 제조업 부흥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강성 노조’가 자리 잡은 러스트 벨트 대신 남부 지역에만 공장이 세워지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트럼프의 관세가 실제로 누구에게 이득이 되고 있는지, 어떤 지역에는 혜택을 주고 어떤 지역엔 고통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이제는 따져볼 시점이라는 것이죠.


☞“관세로 제조업 부흥? 트럼프 찍은 직원들 해고돼 집에 있다”

☞트럼프 관세 전쟁 100일… 중국 빼고는 유예 또 유예

◇‘우리 편을 바티칸으로’...차기 교황 선출 앞두고 여론전 가열

2017년 5월24일 바티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 딸 이방카.평소 온화한 표정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독 굳은 얼굴로 찍혀 화제가 된 사진. /AFP 연합뉴스

2017년 5월24일 바티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 딸 이방카.평소 온화한 표정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독 굳은 얼굴로 찍혀 화제가 된 사진. /AF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 다음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가 오는 7일로 다가왔습니다. 교황 재위 중 개혁적 노선을 펼쳤던 프란치스코의 뒤를 이을 인물을 두고 교황청 안팎에서 치열한 물밑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미국 보수 가톨릭 진영은 ‘좌경화된 교회’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직접 로마로 떠나 추기경들 설득 작전에 나섰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런 움직임이 미국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즉 트럼프 지지 세력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와 가까운 인물들이 교황 선출을 둘러싸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전임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반미주의자’라 비난하며 반감 여론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콘클라베가 단순한 종교 행사를 넘어서, 신념과 정치가 복잡하게 얽힌 국제적 이벤트로 확대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가운데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은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2019년 행사에서 잠시 불렀던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Imagine)’의 가사가 문제시된 것인데요. 자세한 내용, 기사로 읽어 보시죠.


☞“우리 보수 교황 밀어줍시다” 콘클라베도 흔드는 MAGA

☞추기경은 노래도 마음대로 못 부르겠네요

◇‘반(反)트럼프’ 표가 결정지은 캐나다 총선

지난달 26일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캐나다 국기와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캐나다 국기와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국경 넘어 캐나다 정치 지형까지 흔들었습니다. 지난 28일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 집권 자유당이 보수당을 제치고 승리하면서 마크 카니 총리가 재신임을 받았습니다. 경제 불황과 물가 상승으로 위기에 몰렸던 자유당은 한때 지지율 격차가 27%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트럼프가 캐나다 수출의 핵심인 자동차·철강·알루미늄에 무차별 관세를 부과하면서 판세가 역전됐습니다.

트럼프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이어가며 국민 감정을 자극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을까요. 트럼프에 반발하는 국민 정서를 등에 업고 자유당은 미국산 맥주·와인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도층 표심을 끌어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보수당은 트럼프와 선을 그으며 자주성을 강조했지만, ‘캐나다의 트럼프’ 이미지에서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던 모양입니다.

☞트럼프가 캐나다 총선 뒤집었다... “관세 전쟁 맞선 집권 자유당 승리”

◇미국·우크라 광물협정 서명하자마자...러시아, 대규모 공습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 연합뉴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서 독대한 트럼프와 젤렌스키. 그로부터 4일 뒤 마침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마침내 광물 협정에 최종 서명했습니다. 미국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와 리튬 등 전략 광물 확보를, 우크라이나는 전후 복구 자금과 군사·경제적 ‘안보 우산’을 얻는 셈이죠. 그 밖에도 우크라이나가 얻은 것이 있습니다. 이 협정문에 미국이 처음으로 “러시아의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표현을 명시했거든요. 트럼프 입장에서도 최근 종전 의지를 보이지 않는 러시아를 상대로 견제 신호를 하나 줄 수 있다는 판단이었을 겁니다.


다음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자포리자 등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습니다. 지난주엔 북한군 참전 사실을 인정하면서 “북한은 우리의 참호 속 친구”라고 우호를 강조했죠. 이런 움직임은 결국 미국 주도로 진행 중인 휴전 협상에 긴장감을 주고 ‘북한 카드’까지 얹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전략이 아니겠냐는 해석입니다.

☞러, 북한군 파병 첫 공식 인정 “우크라 격퇴에 도움”

☞‘의자 회담’ 후 돌변한 美… “러, 우크라 침공” 공식 인정

◇“시진핑, 독재 멈춰라” 작심 비판한 중국 교수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중국-베트남 인민우호회 대표단,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 토람 서기장, 그리고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회동한 자리를 만나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중국-베트남 인민우호회 대표단,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 토람 서기장, 그리고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회동한 자리를 만나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대학 교수 두 명이 실명을 걸고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제목은 “작은 불씨가 들판을 태운다”. 시진핑의 3연임 통치는 ‘독재’이며 일당 독재를 끝내고 민주 선거를 도입하라고 촉구했습니다. 1989년 천안문 사태까지 언급하면서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다. 오늘날 중국의 교육 시스템과 사회 환경은 젊은 세대가 이 역사적 사실을 거의 알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꼬집었네요.

중국 군에서도 수상한 조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자 군 서열 3위인 허웨이둥이 50일 넘게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서인데요. 시진핑의 총애를 받으며 ‘3단 승진’을 거듭했던 허웨이둥이 지난 3월 전인대 이후 종적을 감췄고, 중국 당국도 이와 관련된 질문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허웨이둥의 체포설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데요. 시진핑의 군 장악력에 금이 가 이를 쇄신하기 위해 인사 숙청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시진핑 독재에 맞서 싸우자” 中 대학 여교수 2명 실명 비판

☞軍 서열 3위가 50일 넘게 두문불출...중국에 대체 무슨 일이?

◇‘단톡방’ 사태의 결말은...왈츠, 사실상 경질

기자가 실수로 초대된 줄도 모르고, 3월15일의 예멘 후티 세력에 대한 공격을 일반 메신저 앱의 채팅방에서 논의했던 미국 안보의 최고 책임자들. 왼쪽부터 J 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로이터 연합뉴스

기자가 실수로 초대된 줄도 모르고, 3월15일의 예멘 후티 세력에 대한 공격을 일반 메신저 앱의 채팅방에서 논의했던 미국 안보의 최고 책임자들. 왼쪽부터 J 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왈츠가 전격 교체됐습니다. ‘기밀 채팅방 유출’ 사건으로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경질입니다. 처음엔 트럼프도 왈츠의 잘못이 아니라며 감쌌지만, 시간이 갈수록 신뢰에 금이 간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그 와중에 단순 해임이 아닌 ‘유엔 대사 전보’라는 방식으로 왈츠의 체면은 살려줬습니다. 결국 외교·군사 경험이 풍부한 왈츠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왈츠의 후임은 누가 될까요. 국가안보보좌관직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당분간 겸임합니다. 루비오는 이미 국제개발처(USAID)의 처장 대행과 함께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임시 청장 역할도 수행하고 있어서, 졸지에 ‘1인 4역’을 맡게 됐네요.

☞‘기밀 채팅방 유출’ 美 안보보좌관 교체… 루비오 국무가 당분간 겸임

◇국가 시스템 마비시킨 초유의 스페인 정전 사태

지난달 29일 정전으로 열차 운행이 멈추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기차역 안내 데스크에 모여든 승객들. /AP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정전으로 열차 운행이 멈추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기차역 안내 데스크에 모여든 승객들. /AP 연합뉴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지난 28일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잠깐 불편함을 감내하면 되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통신·교통·결제·병원까지 모든 시스템이 전기에 묶여 있다 보니 국가 시스템 전반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른 건데요.

더 황당한 건 스페인 정부가 “원인이 뭔지 모르겠다”고 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가능성을 내놨습니다. 첫째,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 둘째, 이상 기후 현상이 초고압 전선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것. 셋째는... 바로 사이버 공격 가능성입니다. 현재까지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러시아·중국 등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정전은 단순 전력난을 넘어 미래 에너지 정책과 기술 인프라에 대한 질문까지 던지는 사건이었습니다. 전력 수입이 제한적이고 재생에너지 의존도가 증가하는 우리나라도 남 일이 아니게 될지 모릅니다.

☞이상 기후 탓? 재생에너지 탓? 스페인 대정전 미스터리

☞멈춘 열차·지하철에 수십만명 고립… 휴대폰·카드까지 먹통

이번 주 원샷 국제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도 흥미로운 소식들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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