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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데일리뉴스=조수현기자] 2016년, 한국 연극 최초로 레플리카 프로덕션(원작 프로덕션의 모든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공연 형태)으로 선보이며 관객과 평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연극 <렛미인>이 9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2020년 공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로 인해 취소되어 아쉬움을 남긴 만큼 이번 시즌 공연 소식이 관객들에게 반가움을 안겨주고 있다. 2025년 <렛미인>은 7월 3일부터 8월 1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연극 <렛미인>은 전 세계에서 마니아를 양산하며 사랑 받아온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지난 20년간 소설과 영화, 드라마로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된 킬링 콘텐츠 <렛미인>은 연극만이 선사할 수 있는 고유한 형식미와 독창적 해석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2013년 스코틀랜드 국립극단(National Theatre of Scotland)이 제작한 연극 <렛미인>은 Dundee Rep Theatre에서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뮤지컬 <원스>로 토니상과 드라마 데스크상에서 최우수 연출상, 연극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로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에서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존 티파니가 연출을, 그와 환상적인 호흡으로 독창적인 무브먼트를 선보인 스티브 호겟이 안무를 맡았다. 이 둘은 2009년 연극 <블랙 워치>로 주목 받았고 2012년 뮤지컬 <원스>로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토니상 주요 8개 부문, 올리비에상 2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2013년 <렛미인>, 2016년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를 통해 다시 한번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또한 <아메리칸 이디엇>,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로 토니상에서 최우수 무대디자인상을 수상한 크리스틴 존스 등 세계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팀이 참여했다. 이들의 대담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연극 <렛미인>은 아이슬란드 출신 천재 싱어송라이터이자 네오 클래식의 대표주자인 올라퍼 아르날즈의 서정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깊은 울림과 여운을 주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런던, 뉴욕, 더블린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공연된 연극 <렛미인>은 국내에서 2016년 초연되었다. 초연은 영화 <검은 사제들>의 배우 박소담이 일라이 역으로 오디션을 통해 발탁되어 큰 화제를 모았으며, 신비하면서도 독특한 <렛미인> 특유의 매력으로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인정받았다. 그리고 2025년 7월, 1,200여 명의 오디션 지원자 중에서 발탁된 권슬아, 백승연 (일라이 역), 안승균, 천우진 (오스카 역), 조정근, 지현준 (하칸 역) 등 13명의 실력파 배우들의 폭발적인 연기를 레플리카 프로덕션의 오리지널리티로 만나볼 수 있다.
쓸쓸하지만 매혹적인 뱀파이어, 생존을 위해 흡혈해야만 하는 소녀 '일라이'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외로운 소년 '오스카'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렛미인>은 현대인의 고독, 결핍, 상처를 끌어안는 구원의 스토리다. 공존할 수 없는 '불멸'의 뱀파이어와 '필멸'의 인간이 함께 영원을 꿈꾸며 서로의 삶에 파고드는 강렬함이 관객들을 단숨에 매료시킬 것이다. 여기에 스티븐 호겟의 역동적이고 거대한 무브먼트, 올라퍼 아르날즈의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자작나무 숲 배경의 하얀 눈이 쌓인 무대에 펼쳐지는 존 티파니의 미니멀리즘 연출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압도적인 긴장감과 서늘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얼어붙은 관객들의 마음을 녹일 것이다.
지난 2024년 11월 연극 <렛미인>의 공개 오디션이 진행되었다. 약 1,200여명의 지원자가 대거 몰리면서 연극 <렛미인>의 식지 않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특히 이 작품의 남녀 주인공 일라이 역에는 570여명이, 오스카 역에는 310 여명이 지원했으며, 치열한 경쟁 끝에 권슬아, 백승연, 안승균, 천우진이 캐스팅되었다.
이번 오디션에서는 각 배역들에게 요구되는 외모와 이미지, 신체 조건, 내적 분위기, 감정 연기를 고려하여 작품에 잘 녹아들 배우를 캐스팅했다. 무대 위에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뱀파이어의 힘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민첩함, 유연성 등 움직임 스킬을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특히 제작진들은 캐릭터와 가장 싱크로율이 맞는 배우를 선별하기 위하여 모든 요구조건을 고려하여 고심을 거듭했다. 영상으로 전체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 관찰한 오리지널 연출 존 티파니는 "한국의 젊고 재능 있는 배우들을 만날 수 있어 보람 있고 흥미진진했다"며, "지원자들 모두 매우 뛰어난 기술과 세부 연기를 보여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고 감탄했다. 더불어, 국내협력연출 이지영은 이번 시즌 오디션의 높은 경쟁률을 언급하면서 "지난 시즌 공연이 큰 화제가 되었던 터라 뜨거운 열망과 실력이 출중한 배우들이 대거 참여함과 동시에 배우들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어 행복한 고민을 했다. 무브먼트가 많은 작품 특성상 연기뿐만 아니라 뛰어난 신체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어야 하므로 여러 차례에 걸쳐 오디션을 치러야 했다"고 전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권슬아는 지난 2020년 연극 <렛미인> 두 번째 시즌에서 350대 1 경쟁률을 뚫고 일라이 역을 따낸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공연이 취소되며 첫 프로 무대에 오르지 못한 그는 이후 다양한 무대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리고 2025년 <렛미인> 오디션에 재도전하며 일라이로 관객을 만나게 되었다. 맑고 순수함이 느껴지는 외모에 차가운 분위기, 순식간에 변하는 눈빛으로 일라이를 떠올리게 하는 권슬아는 일라이만의 묘하면서도 강인한 면모를 지니고 있는데, 해외협력연출 Luke는 "이 사람이 아니면 누가 일라이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극찬했다.
또 다른 일라이 역의 백승연은 연극 <렛미인>을 통해 프로 연극 무대에 데뷔하는 신예다. 가녀리고 신비로운 외모로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그는 일라이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며 신예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2016년 이 작품을 관람하며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키운 그는 자신감 넘치는 무브먼트 스킬을 선보여 일라이 역에 캐스팅됐다. 이에 국내협력연출 이지영은 "백승연은 이번 오디션에 지원한 수많은 일라이 중 단연코 눈에 띄는 실력을 지닌 배우였다"며 "매력적인 분위기, 본능적인 감각을 지녀 깊은 인상을 안겨줬다"고 전했다.
탄탄하고 집중력 있는 연기력과 유려한 움직임으로 '오스카 그 자체'라는 찬사를 받은 안승균은 2016년 초연에 이어 9년 만에 오스카로 다시 돌아온다. 초연 무대에서 섬세한 캐릭터 해석으로 외롭고 고독한 오스카의 복잡한 감정선까지 완벽하게 표현해낸 그는 이번 시즌 더욱 깊고 밀도 높은 내면 연기를 예고했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묵직한 연기와 관록에서 오는 압도적인 에너지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또 한 번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또 다른 오스카 역의 천우진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2대 '빌리' 주역을 꿰찬 이력이 있다. 프로 무대 경험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이후 연극 <렛미인>이 두 번 째인 그는 여린 소년의 마스크와 순수함으로 오디션 현장을 순식간에 집중시켰다. 특히, '빌리 엘리어트'를 통해 수련한 다양한 춤은 이 작품의 무브먼트 오디션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그 결과 존 티파니 연출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연극 <렛미인>에 합류했다. 이로서 '소년의 완성기'를 예고한 '천우진의 오스카' 탄생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간이 멈춰버린 사람을 평생 사랑했지만, 결국 그 사랑을 잃어버린 남자 하칸 역에는 조정근이 캐스팅되었다. 그는 코로나 19로 취소된 2020년 공연 멤버 중 한 명이었다. 특유의 카리스마에 슬픔을 동시에 담고 있는 눈빛, 흡입력 있는 연기력으로 하칸을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낼 것이다.
또 다른 하칸 역에는 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지현준이 새롭게 합류한다. 매번 깊이 있는 캐릭터 소화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그는 사랑을 잃고 버려진 남자의 서글픔을 담아 하칸을 표현, 호소력 있는 목소리에서 울려 나오는 그의 연기가 관객들의 영혼을 울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역은 어린 소녀와 뱀파이어 사이에서 엿보이는 모순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배역이다. 정글짐에서 갑자기 뛰어내리고 건물 위를 오르는 등의 뱀파이어의 움직임을 보여주려면 고도의 무브먼트 스킬과 유연성이 요구된다.
배우 권슬아는 "박소담 배우가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선배이다. 당시 선배의 <렛미인> 합격 일화가 유명했었고, 이에 2020년 오디션 공고를 보자마자 나도 도전했다. 합격해서 너무 기뻤지만, 연습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공연이 중단되어 몹시 아쉬웠다. 이번 시즌 오디션은 이전에 오디션을 봤을 때보다 오히려 더 떨리고 긴장을 많이 했지만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져서 기쁘고, 지난 5년의 시간 동안 더욱 갈고 닦았기에 온 마음을 다 해서 열심히 하겠다. 삭막한 시대에 따뜻함을 전해주는, 가슴에 박히는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굳은 의지와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배우 백승연는 "연극 <렛미인> 초연을 보고 '나도 저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 생생하다. 그 꿈을 가지고 연기를 공부했는데, 2020년 오디션에서 아쉽게 떨어졌다. 그런데 이번 <렛미인>을 통해 데뷔를 하다니 마치 꿈만 같고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동물적인 움직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오디션에서 뱀파이어의 움직임에 이를 적용해봤고, 후회 없이 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기쁘다. 연극을 보러 오시는 관객 분들이 극장 안에서 환상적인 세계를 온전하게 느끼실 수 있도록 일라이가 되어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외톨이 소년 오스카는 옆집에 이사 온 일라이를 만나 마음을 나누며 진정한 사랑을 알아가게 된다. 소년을 그려낼 수 있는 작은 체구와 외모, 훌륭한 무브먼트 스킬이 요구되는 배역이다.
배우 안승균은 "2016년 <렛미인> 초연 무대는 나의 연극 데뷔작이었다. 무대에 섰던 작품에 다시 오디션을 본다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는데, 합격 소식을 받고 믿을 수 없이 기쁘고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다. 이전보다 오스카가 겪는 사랑을 더욱 잘 탐구하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배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의 즐거웠던 작업 과정의 기억과 경험이 제 안에 남아있는 만큼, 이번 시즌에서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서로 도우며 최선을 다하면서도 즐겁게 하고 싶다. 대체 불가한 배우가 되고 싶다."라며 열의를 비췄다.
배우 천우진은 "<렛미인> 연출가 및 무브먼트 디렉터의 다른 작업물들도 직접 찾아봤을 정도로 관심과 호기심이 많았고, 그런 만큼 오디션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런데 좋은 작품에, 그리고 <빌리 엘리엇> 이후 다시 큰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많이 기쁘다. 특히, 어릴 적부터 안승균 배우의 팬이었는데 함께 작품을 하게 되어 설렌다. <렛미인>을 관객으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일원이 되어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고 관객들과 같은 마음으로 공연을 기대하고 있다" 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한때 일라이와 사랑에 빠졌었지만 그는 어느덧 노쇠했다. 사랑과 함께 세상 전부를 잃어버린 깊은 슬픔이 있는 남자 하칸. 작품 내에서 노쇠해 보여야 하며, 무브먼트 스킬과 신체조건이 매우 좋아야 하는 배역이다.
배우 조정근은 "처음 이 작품을 영화로 봤을 때 배우로서 하칸 캐릭터를 꼭 맡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멋있는 중년의 삶이 아닌 방황하고 아파하며 젊음에 대한 위기를 겪는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하칸을 만났다. 하칸은 완벽에 가까운 슬픈 캐릭터다. 아픔을 아픔으로 대체하고, 슬픔을 죽음으로써 회복시키고 싶어 하는 모습이 우리의 중년이 겪는 삶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잔잔하면서도 아린, 경험해보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2020년 당시 짧았지만 정말 열심히 연습을 하면서 기대를 했는데, 공연이 취소됐다. 아쉬운 마음으로 모두와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했고 그렇게 5년이 지났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고 그때 그 마음 그대로다. 관객 분들도 많이 기다리셨을 텐데 공연을 더 잘 만들어서 만나 뵙고 싶다. 경험해보기 쉽지 않은 작품이기에 많은 분들이 꼭 보았으면 좋겠다." 라며 작품과 배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배우 지현준은 "영화 <렛미인>은 제가 손꼽는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작품 자체에 애정이 많기 때문에 오디션 소식을 듣고 정말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계속 사랑하게 되는 지점과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늙게 된 하칸 이후에 다시 또 다른 하칸이 어린 아이가 되어 그 사랑이 이어진다. 이 작품의 모든 것들이 잔인하지만 아름다웠고 여운이 많이 남았다. 배우로서 하칸 캐릭터를 순수한 사랑으로 버틴 세월이 묻어날 수 있게 표현하고 싶다. 이 작품은 신시컴퍼니를 만나 대중들에게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가는 연극이 되면서도, 깊이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우리의 사랑과 인생 이야기이다. 이를 연극을 통해 관객 분들이 경험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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