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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푸틴 때리기로 선회…“은행 혹은 2차 제재로 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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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시아와 포로 1천명씩 교환 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보좌진도 없이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보좌진도 없이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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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놓고 우크라이나 쪽에 양보를 강요하다가, 러시아를 비난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러시아가 쿠르스크 탈환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입장 표변은 종전 협상이 타결과 교착 사이에서 막바지 진통을 겪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소셜미디어에 “푸틴은 지난 며칠 동안 (우크라이나의) 민간 지역과 도시, 마을에 미사일을 쏠 이유가 없었다”며 “아마 그가 전쟁을 끝내기를 원하지 않는다, 단지 나에게 장단만 맞춰주고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은행’ 혹은 ‘2차 제재’로 (푸틴에) 다르게 대처해야만 한다?”고 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2차 제재는 제재 대상과 거래하거나 협력하는 제3국의 개인, 기업, 기관까지 처벌하거나 제한하는 조처다.



이런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앞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뒤 전해졌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2월28일 백악관 회동에서 공개 설전을 벌인 뒤 첫 대면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15분 동안 만난 뒤 “우리는 일대일 만남에서 많은 것을 논의했다”며 “만약 우리가 공동의 결과를 이룰 수 있다면, 역사적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매우 상징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휴전” 및 “또 다른 전쟁 발발을 막는 신뢰할 만하고 영속적인 평화”를 논의했다고도 밝혔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도 이 회담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이 종전 협상에 소극적이라며 질타하던 입장에서 크게 바뀐 것이다. 다만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으로 돌아선 것인지, 아니면 우크라이나 달래기인지는 불명확하다. 미국은 최근 종전 협상에서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 영유권 인정 및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배제 등을 중재안으로 내놓고, 우크라이나에 수용을 압박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영유권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해, 지난 23일 런던 회담은 실무자급으로 격하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로마 도착 직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합의에 매우 근접해 있다. 이제 양쪽은 최고위 수준에서 만나 (협상을) 끝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스티브 윗코프 미국 특사가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3시간에 걸쳐 만난 뒤였다. 크렘린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전제 조건 없이” 우크라이나와 직접 대화에 들어갈 준비가 됐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또 이날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축출하고 탈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쿠르스크 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침공 9개월 만에 축출됐다고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러시아 관영언론들이 보도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우크라이나가 “큰 손실”을 겪었고, “키이우 정권의 모험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쿠르스크 탈환 과정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면서 용맹을 드러냈다고 치하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소셜미디어에 쿠르스크 탈환에서 북한의 기여를 치하하며 “우리는 결코 우리 친구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쿠르스크 탈환전에서 북한군 참전을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1만2천여명의 북한군이 쿠르스크 탈환전에 파병됐다는 서방 쪽 주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8월 쿠르스크를 전격적으로 침공한 뒤 ‘종전협상의 칩’이라며, 쿠르스크 점령지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지와 맞바꿀 의향을 드러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런 거래를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종전협상 중재 이후 쿠르스크 탈환전을 강화해왔다.



러시아가 이날 쿠르스크 탈환과 북한군 파병을 공식 언급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직접 협상 의지를 드러낸 것은 자신들 입장에서 협상 환경이 무르익었음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또 북한군 참전을 언급한 것도 이제 전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북한에도 그 기여를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 종전과 관련해 미국은 우크라이나 및 유럽 동맹국들과 지난 13일 파리 회담, 지난 23일 런던 회담을 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을 연일 비난, 압박해왔다. 그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주권을 인정하는 미국 쪽 제안에 대해 젤렌스키가 강력 반발하자, ‘전쟁을 끝낼 의사가 없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또 ‘러시아가 전쟁을 끌고 있다’며, ‘미국은 중재를 포기하겠다’고 밝히고, 최근 키이우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도 비난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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