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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얼어붙은 내수가 부른 역성장, 앞으로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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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얼어붙은 내수가 부른 역성장, 앞으로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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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가운데)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이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5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원(가운데)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이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5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 1분기 한국 경제가 0.2% 역성장했다. 고작 2분기 동안 앞으로 나아간 성장률은 고질적인 내수 부진, 불법 계엄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 대형 산불 등으로 반등에 실패하며 주저앉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전쟁 포화가 닿기도 전, 우리 경제는 다시 마이너스 성장 수렁에 발이 묶여버린 것이다. 연간 1% 이하 성장의 최악 시나리오마저 배제할 수 없게 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말처럼 한국 경제는 '어두운 터널'로 본격 진입하는 국면이다.

24일 한국은행이 집계해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0.2%는 지난 2월 예상치(0.2% 성장)보다 크게 낮은 수치로, 무엇보다 장기 하락세에 접어든 내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2020년 코로나 위기까지 겪는 동안 30년 이상 내리막을 달린 소비 성장세와 글로벌 공급망 악화에다 건설 경기 부진이 더해지고 여기에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가 작용하면서 하방 요인을 키웠다.

경제 역성장에 제동을 걸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수를 진작하고 장기적으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GDP 성장률 잠정치 2.0% 중 내수 비중은 0.1%포인트에 불과해 세계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경제 성장 동력을 대부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관세 전쟁 타격을 본격적으로 입게 될 2분기 이후 우리 경제는 더 빠른 하락세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당장은 내수에 불을 붙일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12조2,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가 하루빨리 통과시켜 정부 추산 성장률 0.1%포인트 견인 효과라도 거둘 수 있도록 총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 대선 이후 자영업자와 기업 도약을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할 이른바 '포스트 대선 추경' 필요성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24일 시작된 한미 통상협의 결과 우리의 수출경쟁력이 크게 약화된다면 이후 성장 전망은 1분기 성적표를 크게 하회할 것이다. 더 큰 폭풍은 아직 항구에 닿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