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더슨은 지난해에도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중 하나로 이름을 날렸다. 전체적인 기량을 떠나 단순히 탈삼진 능력으로만 따지면 역대급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SSG는 앤더슨을 영입할 당시부터 재계약을 염두에 뒀다. 외국인 2선발로 따지면 다른 팀과 비해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관건은 앤더슨 이상의 외국인 에이스를 찾을 수 있느냐였다.
사실 지난해 외국인 투수들 때문에 머리가 아팠던 SSG다. 좋은 싱커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로버트 더거는 자신의 상성과 잘 맞지 않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문제에 시달리며 결국 일찌감치 퇴출됐다. 물론 ABS 문제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구위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도 있었다. 로에니스 엘리아스는 복사근 부상 때문에 6주를 결장했다. 후반기 좋은 활약을 하기는 했지만 부상 전력에 나이 탓에 재계약 대상자는 아니었다.
그런 SSG는 여러 선수들을 눈여겨봤다. KBO리그 다른 구단이 보는 후보자들과 겹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1순위로 놓고 협상을 진행했던 선수가 바로 미치 화이트(31)였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부터 ‘박찬호 닮은 꼴’로 우리에게 잘 알려졌던 한국인 3세 화이트는 근래 들어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는 생활에 지쳐 있었고, SSG가 그 틈을 잘 파고들어 사인을 받아냈다.
이날 화이트도 최고 158㎞의 강속구를 던지며 ‘158㎞ 듀오’의 출현을 알렸다. KBO리그 역사상 외국인 투수 두 명 모두가 158㎞ 이상을 던진 것은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비록 솔로 홈런 두 방을 맞기는 했지만 넉넉하게 앞서 있는 상황에서 큰 문제는 아니었다.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9이닝당 탈삼진 개수 11.32개, 피안타율 0.158,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0.87을 기록한 게 더 눈에 들어온다.
패스트볼은 구속만 빠른 게 아니라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여러 차례 유도할 정도로 공에 힘이 있었다. 여기에 커브로 완급 조절을 하고, 좌타자 몸쪽에 과감하게 붙이는 커터와 슬라이더로 타자들의 영점을 흔들 줄도 안다. 패스트볼 구속은 앤더슨이 조금 더 빠를 수 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에서는 화이트가 조금 더 낫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두 번의 등판에서 예열을 마쳤고, 투구 수도 이날 88구까지 끌어올렸다. 다음 등판, 늦어도 그 다음 등판 정도가 되면 제한 없이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을 전망이다. 화이트의 구위가 더 강력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화이트도 “팀에 처음 왔는데 바로 경기에 들어가지 못하고 동료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적으로 고생이 있었다. 생각보다 순탄하게 복귀를 해 기쁘고, 이제 팀에 많은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다음 경기는 (100구 이상이)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정상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한다”면서 본격적인 발진을 예고했다.
현재 SSG가 가장 경계해야 할 시나리오는 타선에 주축 선수들이 돌아와 완전체가 됐을 때 정작 그간 잘 버텼던 마운드가 무너지는 것이다. 지난해도 그런 엇박자가 있었다. 그래서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그래도 작년보다 올해가 조금 더 수월한 시즌을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두 선수의 158㎞에서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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