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22일자 노조 소식지. 누리집 갈무리 |
정기선 에이치디(HD)현대(옛 현대중공업) 수석부회장이 울산 조선소 현장에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총수 일가가 노조 사무실을 직접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에이치디현대중공업 노조 소식지를 보면,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5일 울산 에이치디현대중공업 조선소에 있는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노조 지부장 등 노동자들과 만났다. 소식지는 “정 수석부회장이 더 일찍 오려고 하였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이제야 올 수 있었다. 노사 신뢰 구축을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하였고, 백호선 지부장도 노사 신뢰를 위해 힘쓰겠다고 화답하였다”면서 방문 현장을 전했다.
정 부회장의 노조 방문이 눈길을 끄는 것은 조선업 호황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소들은 2015년부터 업황이 나빠지며 장기 침체에 들어갔다가 최근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가 늘면서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군력 강화를 위한 협력 대상으로 한국을 꼽으면서, 미국으로부터 선박 발주 등 일감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 부회장은 노조에 “조선 산업이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 우상향으로의 발전을 거듭하는 때에 노사 신뢰는 그 발전의 바탕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디현대의 최고경영자(CEO)가 노조 사무실을 직접 찾은 건 처음이라고 회사 쪽은 설명했다. 더구나 현대중공업 총수 일가가 직접 발걸음한 것도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전 현대중공업 회장)의 장남이다. 에이치디현대 관계자는 “정몽준 회장의 과거 노조 사무실 방문 여부는 시간이 오래돼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과거엔 재벌 총수가 노조와 직접 대화하는 것을 꺼렸지만, 2013년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들어와 10년만에 부회장으로 고속 승진한 정 부회장으로선 노조의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노동조합은 소식지에 “노동조합 창립 이후 최고경영자의 방문은 분명 낯선 장면이지만, 당연해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고 정 부회장의 뒤늦은 방문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을 동반성장의 대상으로 인정할 것과 공정한 성과 분배, 회사의 사회적 책무 이행 등을 요구했다. 에이치디현대중공업 노사는 다음 달 상견례를 한 뒤 임단협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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