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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집단 사고(groupthink)'의 뼈저린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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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집단 사고(groupthink)'의 뼈저린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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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 피그스만 침공- 1
쿠바 피그스만에 상륙한 미국 민병대에 대해 반격에 나선 쿠바 혁명군 전투 장면. 위키피디아

쿠바 피그스만에 상륙한 미국 민병대에 대해 반격에 나선 쿠바 혁명군 전투 장면. 위키피디아


‘집단사고(groupthink)’는 미국 예일대 사회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의 1972년 책 ‘집단 사고의 희생자들(Victims of groupthink)’ 이후 유행한 말이다. 선택·판단의 주체가 집단일 경우 내부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합의에 도달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선택에 따르는 책임의 무게가 분산되기 때문에 변수 등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평가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의미. 집단사고는 특히 집단의 리더 등 일부의 의사가 선명할 경우 추종-응집하려는 경향이 강해져 그릇된 결론을 도출하게 된다는 게 재니스 주장의 요지였다. ‘외교 정책 결정 및 실패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란 부제를 단 저 책에서 재니스는 집단사고-실패의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 진주만 공격과 베트남전 확전 등과 더불어 1961년 4월 17일 미국 케네디 정부의 쿠바 피그스만(Pigs bay) 침공을 들었다.

피그스만 침공은 2년 전인 59년 출범한 사회주의 쿠바 혁명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가 쿠바 망명자 출신 미국인 자원자 1,500여 명으로 일종의 민병대인 ‘2506 여단’을 창설, 비밀 군사훈련을 거쳐 쿠바 중서부 피그스만에 상륙시킨 작전이다.
전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집권기에 착수된 저 계획은 당초 소규모 부대가 침투해 게릴라전 형식으로 혁명 수뇌부를 처단함으로써 사회주의 정권을 붕괴시킨다는 거였다. 하지만 중앙정보부(CIA) 외에 국방부와 국무부까지 가세하면서 B-26 폭격기와 해군 항공모함까지 투입하는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변질됐고, 그 과정에서 미·소 냉전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군사외교 마찰과 후유증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분석이 등한시됐다.
결국 작전은 사전에 계획한 공중 지원 폭격 등이 차질을 빚으면서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미국은 막대한 인명 피해와 금전적 손실과 더불어 국제적 망신을 샀고, 쿠바는 초기 혁명 정부의 내적 결속을 다지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얻었다.(계속)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