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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는 얼굴이구먼”...익숙한 캐릭터 쏟아진 갤러리, 청년들이 열광했다

매일경제 정주원 기자(jnw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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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는 얼굴이구먼”...익숙한 캐릭터 쏟아진 갤러리, 청년들이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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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 작가 샘바이펜 개인전
5월 17일까지 PKM갤러리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기존의 팝아트 외에 그래피티 형태로 스프레이와 물감을 사용해 즉흥적으로 그린 새로운 시리즈 ‘Wall’을 선보인 샘바이펜 개인전 ‘LAZY’ 전경. PKM갤러리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기존의 팝아트 외에 그래피티 형태로 스프레이와 물감을 사용해 즉흥적으로 그린 새로운 시리즈 ‘Wall’을 선보인 샘바이펜 개인전 ‘LAZY’ 전경. PKM갤러리


샘바이펜 ‘CROWD’(2025). PKM갤러리

샘바이펜 ‘CROWD’(2025). PKM갤러리


배트맨과 조커, 심슨가족, 꼬마유령 캐스퍼, 포켓몬 등 친숙한 캐릭터를 변주한 발랄한 그림들이 갤러리를 점령했다. 국내외 현대미술을 첨예하게 담아온 서울 종로구의 PKM갤러리가 “요즘 세대의 미술을 폭넓게 보고자” 선택한 작가 샘바이펜(33·본명 김세동)의 개인전 ‘LAZY’다.

샘바이펜은 이미 위트 있는 그림으로 MZ 세대의 호응을 받은 10년 차 작가다. 미국 뉴욕의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중퇴한 그는 스물 네 살이던 2015년에 타이어 기업 미쉐린의 마스코트를 패러디한 개인전을 열며 주목 받았다. 이후 나이키·포르쉐·KB국민카드 등 국내외 브랜드와 협업하며 상업과 순수를 오가는 자기 세계를 구축해왔다.

미술계에선 국내 대형 화랑인 PKM갤러리와 샘바이펜의 만남부터 파격으로 여긴다. 현재 PKM 전속 작가 중 샘바이펜이 최연소란다.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샘바이펜은 한때 반짝 뜨거나 동어반복 하는 작가가 아닌, 자기만의 서사와 테크닉을 밀도 있게 쌓아나가는 작가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4년 전 그룹전을 통해 인연을 맺은 뒤 교감을 이어왔다”고 전했다.

샘바이펜 ‘HESITATE’(2025). PKM갤러리

샘바이펜 ‘HESITATE’(2025). PKM갤러리


이번 전시는 지난 1년간 작가와 갤러리 측이 함께 기획한 결과물이다. 제목대로 ‘게으름’을 주제로 한 페인팅 신작 18점을 선보인다. 그림 속 아이콘 ‘시한폭탄맨’은 작가 자신은 물론 현대인이 해야 할 일을 나중으로 미룰 때 느끼는 두려움, 무기력함 등을 상징한다. 갤러리 입구에 걸린, 망치로 내려쳐 깨져있는 벽시계 오브제도 이런 주제 의식에서 나왔다. 작가는 “어떤 깊이 있는 지식은 아니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샘바이펜 ‘Child Wall’. PKM갤러리

샘바이펜 ‘Child Wall’. PKM갤러리


이번 전시에선 그라피티 시리즈 ‘Wall’도 처음 선보인다. 기존 작업 방식은 컴퓨터 그래픽과 나무 CNC 가공(컴퓨터를 활용한 재료 절삭 공정), 펜 드로잉과 물감칠 위주였다. 선명한 색감에 나무 테두리를 입힌 입체감이 특징적이다. 반면 그라피티는 스프레이와 물감으로 도색을 반복하고 그 위에 세필로 그림을 덧그려 길거리 외벽 느낌을 구현했다. 마치 스프레이 벽화 위에 풍선껌 판박이 스티커가 여기저기 붙어있는 듯하다. “기존 작업은 디지털 작업 후 현실화했다면, 이번 시리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즉흥적으로 이뤄졌어요. 익숙한 것에만 갇히지 않기 위해 고등학교 때 써봤던 스프레이를 다시 쥐었습니다.”

상업작가로서 이른 나이에 성공을 맛본 그는 어느 순간 회의감에도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방송에 작품이 소개된 후 일을 쳐내기에 바빴고, 작업물이 공개될 때마다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근 2년은 개인 작업에만 집중해왔다”고 말했다. “사실 학교를 그만둔 후 돈을 벌려는 목적에서 얼떨결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었어요. 그런데 또 좋아하던 그림이 돈벌이 수단이 돼버리니 우울감이 찾아왔죠. 지금은 그 모든 과정에서 배운 것들 덕분에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전시장에서는 그의 그림을 활용한 담요·거울·자개장 등의 다양한 굿즈, 전시를 위해 협업한 힙합 뮤지션들의 음악 등도 만날 수 있다. 다음 달 17일까지.

작가 샘바이펜. 사진제공=PKM갤러리·(c)Khan Jae Hun

작가 샘바이펜. 사진제공=PKM갤러리·(c)Khan Jae 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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