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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하루 15시간씩 50일 칼 간 김민주…탄도·구질 자유자재로 구사해 생애 첫 우승

매일경제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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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하루 15시간씩 50일 칼 간 김민주…탄도·구질 자유자재로 구사해 생애 첫 우승

서울맑음 / -3.9 °
iM금융오픈서 94전 95기
최종일 5타 줄여 역전우승
초속 9m의 강풍 불었지만
맞춤 공략법으로 위기 극복
맬릿 퍼터 교체 효과도 톡톡
“혼자였다면 달성 못할 결과
할머니·부모님께 바치겠다”


iM금융오픈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민주. KLPGA

iM금융오픈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민주. KLPGA


지난겨울 50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15시간 넘게 훈련하고 우승 인터뷰를 잘하기 위해 스피치 수업까지 받았던 김민주가 마침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iM금융오픈에서 94전 95기에 성공한 김민주는 우승이 확정된 뒤 동료들에게 축하 물 세례를 받으며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민주는 13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다.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그는 공동 2위 방신실, 박주영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KLPGA 투어 위너스 클럽에 가입한 김민주는 우승 상금으로 1억8000만원을 받았다.

선두에 2타 뒤진 단독 5위로 이날 경기를 시작한 김민주는 10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아내며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계속해서 파를 적어내며 2위 그룹과의 격차를 2타까지 벌렸지만 17번홀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김민주는 이날 첫 보기를 적어내며 방신실에게 1타 차로 쫓기게 됐다. 그러나 김민주는 흔들리지 않았다. 마지막 파5 18번홀에서 약 30m 거리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홀 옆 약 0.5m에 붙이며 치열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민주는 “솔직히 말하면 우승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아 마음 편하게 최종 라운드를 치렀는데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을 보게 됐다. 혼자였다면 달성할 수 없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나를 믿고 응원해준 할머니와 부모님께 이번 우승을 바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민주의 이날 우승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깃대가 휘청일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역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골프존카운티 선산에는 초속 9m가 넘는 강풍이 불었지만 김민주의 아이언 샷은 그린을 벗어나지 않았다. 또 그린 위에서는 중요한 퍼트를 쏙쏙 집어넣으며 생애 첫 KLPGA 투어 우승을 확정했다.

김민주가 KLPGA 투어에 데뷔했던 2022년부터 바람에 강한 선수는 아니였다. 최형규 스윙코치와 4년간 호흡을 맞추며 동작을 하나씩 세세하게 가다듬은 그는 KLPGA 투어에서 가장 탄도와 구질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최 코치는 “지난겨울 하루 15시간 이상 50일간 지옥 훈련을 했던 결과가 이번 대회에서 나타났다. 스윙의 경우, 다운스윙 때 팔이 몸보다 앞쪽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교정했다. 이로 인해 오른쪽으로 공이 밀리는 실수를 범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민주는 높은 탄도와 낮은 탄도, 드로, 페이드 등을 각 상황에 맞춰 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자 선수들이 낮은 탄도로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김민주는 큰 어려움 없이 구사한다. 공에 힘을 전달하는 방법을 확실히 알고 있는 만큼 바람에 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9번홀 칩인 버디와 18번홀 버디로 이어진 웨지샷도 꾸준한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최 코치는 “2년 전까지만 해도 50야드 이내에서 홀에 공을 잘 붙이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웨지의 바운스를 이용해 각 상황에 맞춰 핀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퍼트 교체도 김민주가 방신실과 박주영 등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따돌리고 iM금융오픈 초대 챔피언에 등극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린 적중 시 홀당 평균 퍼트 수 1.7개를 기록한 김민주의 2m 이내의 퍼트 성공률은 90%에 달했다.

김민주는 “블레이드 퍼터를 사용하다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맬릿형으로 바꿨다. 퍼트 스트로크 과정에서 헤드의 열림과 닫힘이 줄어들면서 성공률이 크게 높아졌다. 퍼트를 교체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셋째날까지 공동 선두에 자리했던 방신실은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보이며 올 시즌 첫 우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방신실은 전반에 보기 없이 버디 2개를 잡아내며 우승에 한 걸음 다가가는 듯 했다. 그러나 후반에 퍼트 난조를 보이며 2개의 보기를 적어냈고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엄마 골퍼인 박주영도 12언더파 276타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가영과 지한솔, 리슈잉(중국)은 9언더파 279타 공동 4위에 자리했다. 지난주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던 이예원은 8언더파 280타 단독 7위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iM금융오픈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민주. KLPGA

iM금융오픈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민주.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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