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대응·AI 경쟁력 강화·민생 지원
규모 작아 시장 영향력은 제한적일듯
규모 작아 시장 영향력은 제한적일듯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영남권 산불에 대응 등 시급한 현안을 선정해 꼭 써야 할 돈을 빠르게 마련한다는 취지다.
산불 사태 등 재난 대응에 필요한 소요를 최우선으로 반영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통상 리스크에 대한 대응과 AI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중점 투자 지원책도 담는다.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소상공인 지원 여력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4월 초순까지 부처별 의견을 받아 중순쯤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해 4월 안에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코로나 극복과 민생 안정을 위한 62조원 규모 추경이 편성된 2022년 5월 이후 3년 만에 추경이 편성된다. 다만 추경 규모가 여야가 주장해온 15조~35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다보니 경기 부양 등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시급한 현안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속하게 집행 가능한 사업만을 포함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필수추경의 3대 분야로 ▷재난·재해 대응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을 제시했다. 야당의 전 국민 25만원 민생 지원금이나 여당의 소상공인 1인당 100만원 바우처 지급처럼 여야 의견 차가 큰 쟁점은 제외했다. 산불과 글로벌 통상 리스크·심각한 내수부진 등에 긴급하게 실탄을 수혈하는 위기대응 개념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신속한 산불 피해 복구와 피해 주민의 온전한 일상 복귀를 위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겠다”며 “이번 사태와 같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불 예방·진화 체계 고도화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산불 사태 등 재난 대응에 필요한 소요를 최우선으로 반영하고 트럼프발 관세 전쟁 본격화 등 글로벌 교역 환경 불확실성에도 예산을 편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리 수출 기업의 무역 금융과 수출바우처를 추가 공급하고, 핵심 품목의 공급망 안정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AI 기술 경쟁 선도를 위한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추가 확보, 중소기업의 AI 컴퓨팅 접근성 제고도 지원한다.
심각한 내수 부진 대응도 추경 예산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최 부총리는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경영 부담 완화 방안, 서민·취약계층의 소비 여력 확충으로 내수를 진작시키는 사업들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부총리는 여야가 필수추경의 취지에 ‘동의’한다면 조속히 관계부처 협의 등을 진행해 추경안을 편성하겠다는 전제를 분명히 했다. 곧바로 편성작업에 나서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통해 추경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달라는 종전의 입장에서 반발짝 진전된 것이면서도, 여야 조율이 필수적이라는 현실 인식을 재확인한 셈이다.
최 총리가 여야 ‘동의’의 의미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세부적인 예산사업 내역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정치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은 ‘예비비 2조원 증액’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민주당은 산불복구뿐만 아니라 민생회복 소비쿠폰 또는 지역화폐 할인지원 등 소비진작 패키지까지 아우르겠다는 입장이다.
이로인해 정부 발표만으로 추경의 현실화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야 공감대가 없는 상태에선 정부 편성안을 제출하더라도 국회 단계에서 전면적으로 수정되거나 아예 통과가 불가능한 정치 지형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추경 규모와 관련, 여당은 소상공인 바우처 등 10조∼15조원을, 야당은 민생 지원금을 포함한 35조원 규모를 주장해 왔다.
정부 관계자는 “여야가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면 추경안을 제출하더라도 작년 11~12월 예산 국회처럼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그 묘수를 찾는 게 정치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