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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길 “은퇴 무대라 생각하며 도전”… 아버지 이름으로 트로트 가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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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트롯3’ 4위 오른 춘길

'미스터트롯3'에서 4위를 차지한 춘길은 "'모세'의 기적을 만들어준 국민께 '언제나 입춘대길' 응원하는 무대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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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년 전 ‘발라드 가수 모세’로 데뷔할 때부터 응원해 주신 팬분들을 위한 ‘은퇴 무대’라고 생각한 도전이었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후회 없이 잘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금세 떨어지나 싶었는데 쭉쭉 올라가서 ‘몰래카메라’인가 싶었습니다(웃음).”

지난 13일 막을 내린 ‘미스터트롯3’에서 최종 4위에 오른 춘길(45·본명 김종범)은 “연식이 좀 됐지만 주행거리가 별로 많지 않은 중고차”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2005년 가수 모세로 데뷔해 히트곡 ‘사랑인걸’로 대중의 ‘떼창’을 불러일으키지만, 방송 활동 기회는 많지 않았다고 했다. 쭉 뻗는 고음을 장착한 파워 보컬이면서도 자연스러운 꺾기를 구성지게 구사하는 비결이 “불러주는 곳이 많지 않아 목소리를 아껴둘 수 있었기 때문”이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따로 없다.

그는 최근 만난 자리에서 “뭘 해도 잘 안 돼서 ‘귀농’을 준비했다”면서 “오래 기다려준 팬들에게 마지막 ‘기념사진’ 같은 무대를 남겨드리고 싶어 출전한 경연이 저의 가수로서 새 여정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무대가 돼 버렸다”고 웃었다. 이번 경연에서 마스터 예심 최단 시간 올하트, 팀전·팀 메들리·준결승 1차 모두 선(善)을 차지하며 가창력, 감성, 기술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직업으로서 가수에 대한 고민은 10년 전부터였다.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어느덧 기대란 걸 안 하게 되거든요. ‘다시 도전하면 잘될 거다’라는 건 나한텐 해당되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어요.”

‘모세’로 데뷔하기까지 군생활 포함 거의 9년이 걸렸다. 다양한 장르를 거듭하며 지방 통기타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1집이 성공했지만 거의 10년간 활동이 많지 않았다. 그는 “‘사랑인 걸’로 사랑받기 시작하면서 작은 희망을 봤지만, 여러 복잡한 일로 활동이 쉽지 않았다”면서 “‘미래’란 단어 앞에 모든 게 깜깜해지면서 음악을 계속하는 데에 두려움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2016년 음반을 낸 뒤 3년 만에 음반 활동을 재개하려던 2019년 차량 충돌 사고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재활을 하며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제2의 인생’도 모색했다. 181cm의 건장한 체격으로 어린 시절부터 운동에 재능을 보여 농구·축구·격투기 등 여러 운동을 했다. 하지만 2021년 후종인대골화증(척추뼈 뒤쪽과 척추 신경 앞쪽을 지지하는 인대가 비정상적으로 단단해지고 뼈로 변하는 병증. 심하면 마비가 올 수도 있음)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아직도 좋아하던 운동도 거의 할 수 없게 됐고, 성대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버지의 이름인 ‘춘길’로 트로트 경연에 도전한 건 팬들과의 약속이었다. 경연을 통해서라도 그의 모습을 TV에서 보고 싶다고 했다. ‘불타는 트롯맨’(2022·이하 ‘불트’)에서 준결승 직전까지 올랐다. “사실 ‘미스터트롯2’에도 지원을 했었어요. 원조잖아요. 그런데 몇 주를 기다려도 예심 무대에 오를 합격 연락이 안 오더라고요? ‘난 또 안 되는구나’ 할 때 ‘불트’에서 통과 전화가 온 거죠.” 미련 같은 걸 두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기왕 그만둘 거 ‘마지막 인생 무대를 남기자’는 각오로 도전했다.

그는 “‘트로트 가수’ 하면 다소 폄훼하려는 일부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다”고 했다. “’트로트 가수 춘길’이라고 소개하니 ‘왜 발라드에서 전향했냐’고 여쭈십니다. 저는 음악을 하고 있을 뿐인데, 그 ‘전향’이라는 단어가 가히 긍정적인 뉘앙스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발라드 가수 모세’ 이전에 록·R&B, 통기타 가수 등을 거쳤지만 그 누구도 “발라드 가수로 왜 전향했냐”고 묻지 않았다고 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팬분들이 다시 쥐여주신 마이크로 사시사철 입춘대길, 봄꽃길 같은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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