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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수)

두려움 없이 뚜벅뚜벅…‘개막전 퀸’ 박보겸 “나는 10년 앞을 바라보는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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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

후원사·스윙·마인드 바꾸고 통산 3승

세계랭킹 52계단 상승해 94위 랭크

“두려움 없는 변화, 기대 않았던 우승으로”

2025 KLPGA 투어 개막전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보겸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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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끊임없이 성공만을 좇는 프로의 세계에서 그는 거꾸로 “실패를 보고 간다”고 했다. “실패 또한 내가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실패라는 생각이 잘 안들더라고요.” 실패의 두려움 대신 긴 미래를 내다보고 뚜벅뚜벅 걷다 보니, 그의 우직한 발걸음은 어느새 세번째 우승에 도달했다.

18일 발표된 여자 골프 주간 세계랭킹에서 2025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막전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보겸이 지난주보다 무려 52계단 상승한 94위에 올랐다. 박보겸이 세계랭킹 100위 이내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보겸은 “우승 하나에 제 골프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내 골프를 성장시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골프 시작도 정규투어 데뷔도 남들보다 조금씩 늦은 출발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족과 이민을 떠난 사이판에서 골프 채를 처음 잡았다. 재미를 느낀 박보겸은 15세에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또래보다 한참 늦은 나이였다.

스무살이 되던 2018년부터 드림투어에서 뛴 박보겸은 좀처럼 1부 투어에 오르지 못하고 3년간 드림투어에 머물러야 했다. 2021년 정규투어에 올라와서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년 연속 상금랭킹 60위 밖으로 밀려나며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정규투어 시드 순위전으로 끌려갔다.

그는 “준비가 안됐었던 것같다”고 돌아봤다. “수준이나 실력 모두 정규투어에 올라갈 준비가 안됐던 것같아요. 정규투어에 올라와서도 투어 분위기와 골프장 환경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고요. 어차피 골프 1,2년 하고 말 것 아니라면, 내 수준을 높여서 골프인생을 길게 보고 가자고 마음을 돌렸어요.”

2년 연속 시드전을 거쳐 기사회생한 박보겸은 지난 2023년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에서 고대했던 생애 첫승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시작한 후 3개 대회서 연속 컷탈락하고 하이트 진로 챔피언십에서 기권한 뒤 그는 결단을 내렸다. 지금부터 내년 시즌을 보고 준비하겠다는 것.

“한계에 부딪혔어요. 제가 하고자 하는 골프와 성적, 그리고 샷이 서로 매칭이 되지 않는 느낌이 든 거죠. 그러면 나는 어떤 스타일의 골프를 해야할까 방황을 하던 중에 과감하게 내년 시즌을 지금부터 준비하자고 결정했죠.”

박보겸은 지난시즌까지 주로 구사했던 페이드 구질을 드로 구질로 바꾸고 코스 매니지먼트와 마인드까지 처음부터 리셋하며 올시즌을 준비했다.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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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중 스윙과 구질을 갑자기 바꾸려는 시도는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박보겸은 자신이 주로 구사하는 페이드 구질을 드로 구질로 바꾸고 코스 매니지먼트와 마인드까지 처음부터 리셋했다. 그는 당시를 돌아보며 두려움은 없었다고 단언한다. “저는 두려워도 해야 할 건 해야 한다는 성격이예요. 실패를 보고 가거든요. 저는 근데 ‘실패 또한 내가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실패했다는 생각이 잘 안 들더라고요.”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을 바꾸기 시작한지 꼭 2주만에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서 두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는 우승에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변화의 길을 계속 걸었다.

시즌 후 삼천리 골프단과 새로운 메인후원사 계약을 한 그는 하와이와 미국 팜스프링스에서 6주간 전지훈련을 하며 새롭게 바꾼 구질과 숏게임, 코스 매니지먼트를 자신의 것으로 체화했다. 이번 개막전 우승도 지난해처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나왔다.

“우승은 정말 기대하지 않고 왔어요. 구질을 바꾸니 홀을 바라보면 시선이 완전히 바뀌더라고요. 에이밍는 곳도, 제가 쓸 수 있는 공간도 달라졌어요. 전훈 때 노력했던 것이 원하는 샷메이킹으로 나와 좋은 성적을 만든 것같습니다.”

그는 우승 후 삼천리그룹 이만득 회장과 지유진 삼천리 스포츠단 부단장, 김해림 코치에 대한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스승 김상균 감독에겐 “더 멋진 선수, 더 좋은 골프를 치게해주신 분”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여전히 목표에 대한 질문엔 우승이나 타이틀 대신 “수준 높은 골프”라는 답이 돌아왔다.

“저는 1년, 5년 그리고 10년 뒤를 멀리 보기 때문에 대회 하나, 홀 하나가 크게 와닿지 않아요. 성적으로 인해 제 골프가 왔다갔다 하지 않도록 노력해요. 그렇게 차분하게 하나씩 치다 보면 정말 좋은 결과가 오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좀 길게 보고 수준높은 골프를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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