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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페디만큼 못 받았냐고?” 지난해 KBO 최고 외인 투수가 ‘헐값 계약’ 논란에 답했다 [MK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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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하트(32)는 2024시즌 KBO리그 최고의 투수였다. NC다이노스에서 26경기 등판, 157이닝 던지며 13승 3패 평균자책점 2.69의 성적을 남겼다. 골든글러브와 최동원상을 동시 수상했다.

이후 그는 메이저리그 복귀에 도전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했다. 2025시즌 연봉 100만 달러, 2026시즌 상호 합의에 따른 옵션 500만 달러에 바이아웃 50만 달러가 포함된 조건이었다.

KBO리그를 평정했던 투수치고는 초라한 계약이었다. 메이저리그 시장에서 저평가된 그를 두고 ‘이럴 거면 그냥 한국에 남지 그랬냐’는 의견이 나온 것도 사실.

카일 하트는 이번 시즌 샌디에이고와 계약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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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있는 파드리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하트는 이런 일각의 우려를 전하자 “그런 걱정을 해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팬들이 내게 2000만 달러짜리 계약을 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자기 생각을 전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말 그대로 ‘자유’다. 선수는 선수만의 생각하는 가치가 있고 구단은 구단만이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 그러나 내가 구단의 생각을 강제할 수는 없다. 나는 파드리스의 제안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지금 이 팀에 있어서 행복하다. 내가 더 많은 돈을 받고 싶다면 내가 잘 던지면 될 일이고, 그것이 내가 앞으로 할 일”이라며 말을 이었다.

하트의 계약이 유난히 더 헐값처럼 보이는 것은 앞서 비슷한 길을 걸은 뒤 지난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한 에릭 페디와 비교 때문일 터.

그는 “사람들은 페디가 지난해 받은 계약을 보면서 ‘하트도 페디만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페디는 20승에 탈삼진도 200개 가까이 잡았다. 나보다 더 강한 공을 던지고 계약 당시에는 나보다 더 어렸으며 메이저리그 경험도 더 많았다”며 자신은 페디와 비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하트는 재차 “나도 더 많은 돈을 받으면 좋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 기회에 만족하고 있다. 내가 옳은 일에 집중한다면, 돈은 스스로 따라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트는 지난 시즌 골든글러브와 최동원상을 동시 수상했다. 사진= MK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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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그가 한국에서 보여줬던 것을 이곳에서도 보여준다면 그의 말대로 돈은 알아서 따라 올 것이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그런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가’라는 질문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곳에는 정말 좋은 투수들이 많았고, 나는 그저 NC에 최대한 많은 승리를 안기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존경을 받기 시작했다. 한 6월쯤에는 내 능력을 깨닫기 시작했고, 거기서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며 지난 시즌을 회상했다.

코치와 포수들의 조언에서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고 밝힌 그는 “타자들이 나를 상대하며 편안하지 않아 하는 모습을 보고 더 자신감을 얻었다. 팀도 내가 던지는 경기에서 많이 이기기 시작했다. 그러면 느낌이 좋아지기 마련”이라며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생활에 대해서는 “새롭게 눈을 뜬 경험”이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한 그는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것을 즐겼다. 맛있는 음식도 많았고 사람들도 좋았다. 마산 시민들도 NC라는 팀을 존중해주고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내 야구 인생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됐다”며 호평했다.

하트는 2024시즌 KBO리그 최고의 투수였다. 사진= MK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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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생활이 유일하게 아쉬웠던 것은 “서울에서 멀다”는 점. 그런데도 “사람들은 마산이 시골이라고 하는데 내게는 큰 도시였다”며 연고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KBO리그에서 경험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에 대해서는 “마음에 들었다”며 인상을 전했다. “내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판정이 내려지면 의문이 없기 때문이다. 그 장면에서 ‘판정이 이렇게 나왔으면 어땠을까’같은 결과론적인 후회들을 하지 않아도 됐다. 그냥 사각형 안에 공을 집어넣기만 하면 됐다”며 마음에 든 이유를 설명했다.

NC에서 그의 역할을 대신할 로건 앨런은 앞선 인터뷰에서 하트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들었다. 하트는 그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을까?

그는 “볼넷을 절대 내주지 말라고 했다”며 현실적인 조언을 남겼다고 전했다. “왜냐하면 한국 야구의 공격 전략은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사구나 볼넷, 실책으로 주자가 나가면 이후 빌드업 과정이 굉장히 강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자신답게 행동하고, 그곳에서 생활을 즐기다 보면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말해줬다. NC팬들을 받아들이라는 말도 해줬다. 나는 팬들이 얼마나 팀을 신경 쓰고 열정적으로 응원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러나 일단 이를 깨달은 뒤에는 도움이 많이 됐다”며 말을 더했다.

하트는 한국에서의 생활이 자신의 야구 인생에 새롭게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 MK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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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LA다저스와 계약한 김혜성에 관한 생각도 전했다. “그가 충분히 빅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연 그는 “만약 타석에서 편안해진다면, 정말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수비도 정말 잘하고, 발도 빠르다. 그의 타격 기술도 정말 좋다. 다저스가 그가 미국 무대에서 편안해질 수 있고 강점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잘 도울 거라고 생각한다. 그를 응원한다. 잘할 거라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예상을 남겼다.

그러면서도 “편안해지는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한 시즌이 통째로 걸릴 수도 있다”며 단기간에 적응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을 덧붙였다.

지금은 메이저리그 팀 소속이고, 이 팀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한국이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다시 한국에서 뛰는 것도 열어두고 있다. 물론 지금은 여기서 최대한 많은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한국을 정말 좋아한다”며 훗날 기회가 되면 다시 한국에서 던질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피오리아(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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