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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음악에 진심이라면...정준일처럼

스타투데이 지승훈 스타투데이 기자(ji.seungh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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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음악에 진심이라면...정준일처럼

서울맑음 / -3.9 °
2월 8회 공연 전석 매진
90분 20곡...집약적 무대
올 상반기 오케스트라 공연 개최 예고


가수 정준일의 보컬과 피아니스트 권영찬의 연주로만 진행된 공연 ‘피아노 겨울 90분’. 사진ㅣOOAS

가수 정준일의 보컬과 피아니스트 권영찬의 연주로만 진행된 공연 ‘피아노 겨울 90분’. 사진ㅣOOAS


“음악하는 내 모습이 행복해요. 잘하는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건 분명해요. 제 한계를 알거든요. 이 일을 너무 사랑하고 오래 하고 싶습니다.”

무대 위에선 한없이 힘없어 보이지만, 목소리만큼은 누구보다 강렬하고 짙다. 그의 농도 짙은 목소리는 공연장을 가득 메운다. 가수 정준일은 자신의 음악과 공연에 혼신을 쏟은 모습이었다.

정준일은 지난달 13일부터 23일까지 새로 개관한 이화여대 ECC 영산극장에서 무려 8회 공연 ‘피아노 겨울 90분’을 열며 팬들을 만났다. 지난 10월 진행한 ‘어떤 무엇도 아닌’ 공연 이후 4개월 만이다. 정준일은 8회 공연 모두 매진시키며 자신의 음악적 입지를 증명했다.

우선 공연장이 눈에 띄었다. 288석이라는 소규모 공연장인만큼 정준일의 숨소리는 물론 그의 호흡까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는 그를 더욱 가까이서 보고 듣고자한 열정 가득한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으로 다가왔다.

이번 공연은 오로지 정준일의 목소리와 피아니스트 권영찬의 연주로만 꾸며졌다. 어떠한 세션도 필요치 않았다. 권영찬의 반주에 정준일의 보컬만으로도 공연장은 완전히 감성에 깊게 물들었다. 애절의 끝을 보여주듯 정준일의 목소리에 이목이 집중됐다. 박수조차 들려오지 않는 공연장의 공기는 마치 아티스트와 관객 나 혼자만 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가수 정준일(왼쪽)의 보컬과 피아니스트 권영찬(뒷쪽)의 연주로만 진행된 공연 ‘피아노 겨울 90분’. 사진ㅣOOAS

가수 정준일(왼쪽)의 보컬과 피아니스트 권영찬(뒷쪽)의 연주로만 진행된 공연 ‘피아노 겨울 90분’. 사진ㅣOOAS


관계자에 따르면 정준일은 무대 소품부터 세팅과 분위기까지, 모든 연출에 관여했다. 노래를 듣는 관객도 중요하지만 부르는 자신의 만족도와 완성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었다.

‘사랑하지 않아’, ‘잘 했어요’, ‘첫 눈’, ‘러브 어게인’ 등을 연달아 부른 정준일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뒤늦게 자신을 소개하자, 비로소 관객들은 긴장이 풀린듯 화답의 박수와 웃음을 보냈다.


“제가 만든 음악을 잘 들려드리기 위해 정말 집중해요. 제가 사랑하는 걸(노래) 뭉개서 들려드리기 싫고요. 하나 하나 깊게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근데 8회 공연은 좀 힘드네요.(웃음)”

정준일의 매력이라고 해야할까. 대화할 때만큼은 노래할 때의 진지함은 잠시 넣어두고 조금은 편하게,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그러면서 정준일은 노래할 때 노랫말에 크게 집중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그만큼 음정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무대 위 세팅된 의자에 앉은 채 모든 노래를 소화했다. 흡사 그의 작업실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화려한 테크닉과 무대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게 아닌 온전히 노래가 갖고 있는 호흡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싶은 느낌이었다.

공연도 그리 길지 않았다. 공연명처럼 ‘90’분을 집약적으로 채웠다.


“과거 생각을 해보면요. 쉽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죠. 근데 음악하는 제 모습이 마냥 행복했어요. 한 때는 집이 동네 언덕에 있었는데, 언덕이 높아서 올라가는 시간동안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했어요. 그런 기억들이 모이고 모여 지금은 음악으로 어느순간 돈을 벌고 있고요. 제겐 무한한 행복이고 항상 고마움을 느낍니다. 물론 여러분들께요.”

정준일의 음악을 오랜 기간 들어온 리스너로서 새삼 그의 음악관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단순히 음악이 음악으로만 들리는 게 아닌 그의 삶이 투영된 하나의 3분짜리 선물처럼 들려왔다.

정준일은 연주까지 합해서 대략 20곡 정도 무대를 선보였다. 가까이서 그의 음악을 볼 수 있었고, 더불어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다. 아티스트를 넘어 사람 ‘정준일’이 어떤 인물인지.

정준일은 올 상반기 오케스트라 공연을 예고하며 팬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가수 정준일이 마지막 앙코르 곡인 ‘오버 더 레인보우’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ㅣOOAS

가수 정준일이 마지막 앙코르 곡인 ‘오버 더 레인보우’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ㅣOO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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