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10년 전 자살보험금 '악몽' 부활하나.. 금소법으로 과징금 우려까지

머니투데이 권화순기자
원문보기

10년 전 자살보험금 '악몽' 부활하나.. 금소법으로 과징금 우려까지

속보
뉴욕증시, '빅테크 실적' 앞두고 일제히 상승 마감
사망을 보장하지 않는 생명보험 특약의 보험금 미지급 논란/그래픽=윤선정

사망을 보장하지 않는 생명보험 특약의 보험금 미지급 논란/그래픽=윤선정



보험업계에서는 '사망을 보장하지 않는 특약'의 적립금 미지급 논란이 2015년 전후로 벌어진 자살보험금 사태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생보사들은 단순한 약관 기재 오기로 수천억원 규모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금융당국의 중징계도 받았다. 이번에는 약관이 아니라 감독규정대로 상품을 설계하지 않은 게 발단이 됐다. 자살보험금 사태와 달리 금융소비자보호법(2021년 시행)에 따라 규정 위반시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망을 보장하지 않는 특약' 상품의 보험금 미지급 논란은 보험사와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소비자 민원이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는 "보험계약 중도 해지시 해약환급금이 지급되는 만큼 해당 특약도 계약자 적립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민원 접수를 받은 보험사는 "사망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보험요율을 산출한 만큼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는 지난 2015년 불거진 생보사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 일반사망에 준해 보험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약관 기재 오류로 자살이 재해사망으로 해석돼, 일반 사망보험금의 2배로 보험금이 불었다. 당시에도 보험사들은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며 "자살에 대한 위험률을 보험요율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생보사가 보험금 미지급 상태로 버티면서 소멸시효 2년이 완성됐지만 금융당국은 소멸시효가 지난 계약도 모두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전액 혹은 일부 보험금을 지급한 생보사들은 피해구제 정도에 따라 일부 영업정지 1~3개월과 경영진 중징계를 피해가지 못했다.

자살보험금 일지/그래픽=윤선정

자살보험금 일지/그래픽=윤선정


이번에는 약관의 문제가 아니라 감독규정 위반 여부가 쟁점이다. 감독규정에서는 '약관에서 보장하지 않은 사망이라도 적립액은 돌려주도록 상품을 설계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생보사들은 해당 상품이 출시된 지 10년이 넘었고, 금융당국도 이미 승인한 상품이기 때문에 적립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논리를 편다. 계약자 사망시 계약 소멸을 위해 적립금을 지급하도록 한 감독규정은 생보사와 손해보험사의 공통영역인 제3보험이 등장하면서 생겼다. 생명보험에는 없던 개념이었던 만큼 생보사의 혼란은 불가피했다는 설명도 나온다. 아울러 약관이 행정법(감독규정)을 우선하는 만큼 생보사들이 미지급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생보사들이 보험금 미지급 입장을 유지할 경우 자살보험금 사태 때처럼 금융당국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검사결과가 아직 나온 것은 아니지만 자칫 2021년 시행한 금소법에 따라 대규모 과징금 부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수입보험료의 50%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미지급 보험금보다 과징금이 더 클 수 있다. 이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도 유사하다.


보험업계는 7월부터 책무구조도가 시행된다. 책무구조도는 개별 임원들에게 담당 직무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하고, 사고 발생시 해당 임원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다. 사안에 따라 경영진(CEO)에게 직접 제재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2015년 자살보험금 사태보다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