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준금리 변동 추이/그래픽=윤선정 |
약 2년4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2%대에 재진입한 건 그만큼 경기 하방 위험(리스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2%) 달성조차 요원한 상황에서 정국 불안이 지속되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가 공회전하는 등 경기 대응을 위한 마땅한 수단이 통화정책밖에 안 남은 현실을 보여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이나 환율에 발목 잡혀 추가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췄다간 경기 대응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순 있단 우려에 한은이 다시 한번 금리 인하 페달을 밟았다는 평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연 2.75%로 인하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경기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했다"며 "지난해 말 이후 악화된 소비심리가 실제 지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고 미국 신(新)정부의 관세정책도 국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당분간 경기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새해 들어 경기 및 성장 지표는 당초 예상보다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발표된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민간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부진에 '12·3 비상계엄' 여파까지 겹쳐 당초 한은 전망치(2.2%)에 못미치는 2%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성장률(0.1%)은 저조한 건설투자(-3.2%)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사실상 제자리걸음한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달 취임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밖 '관세전쟁' 속도전으로 우리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무엇보다 우리 주력 수출 상품인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4월 발표하겠다고 한 상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이 이날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를 인하한 배경이다. 한발 더 나아가 2명의 금통위원은 향후 3개월 내 추가로 금리를 낮출 가능성을 열어두잔 의견도 개진했다.
이 총재도 연말 연 2.25%까지 기준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시장에서 생각하는 (한은이) 2월을 포함해 2~3회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저희들이 가정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재정정책 측면에서 추경 편성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통화정책만이라도 서둘러 경기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일단 한은이 금리인하로 경기 우려에 대응한 뒤 정치 불확실성이 가실 것으로 기대되는 2분기 이후 재정정책과의 공조를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총재는 "재정정책이 없다고 해서 금리를 저희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낮추게 되면 환율에 주는 영향이라든지, 물가에 주는 영향이라든지, 가계부채 등 우리가 지금까지 소중히 여겨온 금융안정 기조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지금 (올해 성장률을) 1.5%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보다 낮아지거나 할 경우에는, 또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재정정책과의 공조가 필요하고 금리정책으로만 모든 경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미 연준이 관세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 등으로 금리 인하를 머뭇거리는 상황을 고려하면 한은의 추가적인 통화정책 여력도 제한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하향 추세를 보이곤 있지만 여전히 1430원대인 원/달러 환율 문제 역시 한은이 풀어야 할 숙제다.
실제 이날 한은의 금리 인하로 한미금리차는 다시 1.75%p로 벌어졌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의 특성상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좆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이 높아진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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