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는 팀이 16강 갔어야" K리그 자존심 지킨 이정효 감독의 '따끔' 한마디..."기본부터 해결돼야 한다"

[OSEN=고성환 기자] 이정효 광주 FC 감독이 한국 축구계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광주는 18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8차전 마지막 경기에서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 2-2로 비겼다.

광주는 이미 부리람전 결과와 별개로 ACLE 16강 진출 티켓을 손에 넣은 상황이었다. 이에 이정효 감독은 이제 막 시작된 K리그1 일정을 고려해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며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태국의 강호' 부리람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광주는 연달아 두 골을 얻어맞으며 끌려갔다. 하지만 후반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고, 오후성이 멀티골을 터트리며 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정효 감독은 전혀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날씨가 아주 추웠다. 경기장에 와주신 팬들에게 이젠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겠다. 매우 부끄럽다"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그는 "오후성이 동점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 '저 정도로 만족하는구나', '아직도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광주는 이번 시즌 K리그의 유일한 16강 진출 구단이 될 수도 있다. 함께 출전한 'K리그 챔피언' 울산은 이미 탈락이 확정됐고, 포항도 최종전 조호르에 패하며 탈락이 결정됐다가 산둥 타이산의 대회 포기로 마지막 희망이 생긴 상황이다.

사실 부족한 지원을 생각할 때 이정효 감독과 광주의 선전은 엄청난 성과다. 이정효 감독도 처음 겪은 ACLE 리그 스테이지를 돌아보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피땀 흘리는 노력으로 16강 진출이란 성과를 냈다. 쾌거다. 그런데 앞으로 나아갈수록 앞이 더 안 보이는 느낌"이라며 "언제까지 1년만 바라봐야 할까. 매 시즌 버티고 버티고 있다. 매우 안타깝다. 광주가 어떻게든 1년만 버티려고 하는 팀이 되지 않길 바란다"라고 꼬집었다.

광주 구단뿐만 아니라 K리그 전체를 향한 메시지도 남겼다. 이정효 감독은 "솔직히 말하겠다. K리그1에서 투자하는 팀이 16강에 올라가야 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투자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 좋겠다. 그래야 투자를 더 할 것 같다. 광주처럼 투자 못하는 팀이 이런 성적을 내면 더 힘들어질 것 같다. K리그, 광주 모두가 알았으면 한다. 투자하지 않으면 정말 쉽지 않다"라고 따끔하게 말했다.

인프라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이정효 감독은 "K리그 팀이 창단할 때 클럽하우스가 꼭 있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훈련장은 가장 기본이다. 다른 시도민구단 이야기를 들어보면 훈련 장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기본부터 해결돼야 한다. 그다음에 선수들이 마음껏 운동하고 쉴 수 있는 훈련장이 있어야 한다. 선수 영입은 그다음"이라고 강조했다.

/finekosh@osen.co.kr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