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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투수 제물로 프로 첫승' 6년 묵은 군필 산삼, 김태형 마음에 '쏙'…5선발 경쟁 '청신호' [타이베이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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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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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대만)=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어우, 박진 공이 요즘 너무 좋아."

경기는 졌지만, 사령탑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농담이 아닌 진심어린 만족감이었다.

묵직한 직구에 안정된 제구.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알고,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이 있다." 지난해 후반기 선발로 맹활약한 박진을 향한 김태형 롯데 감독의 찬사다.

박진의 가치는 국제전에서 더욱 빛났다. 13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대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과의 친선경기 2차전.

선발 김진욱이 1이닝 만에 교체됐다. 2회 무사 만루 상황에서 사령탑의 인내심이 다했다.

2-0으로 앞서 있는 경기. 테스트 성격이긴 해도 쉽게 무너지고 싶진 않은게 사람 마음이다.

그래서 다음 투수로 박진이 투입됐다. 2019년 2차 4라운드(전체 38번)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프로 6년차 우완 투수.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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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불펜을 거쳐 시즌 막판에는 5선발까지 승격됐다. 가을야구가 좌절된 지난해 9월말, 선두 KIA 타이거즈 그것도 '대투수' 양현종 저격에도 성공했다. 9월 25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등판, 6이닝 4피안타(무사사구) 1실점으로 쾌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5년만의 데뷔 첫 선발승이었다.

이날도 박진의 호투는 놀라웠다. 갑작스런 등판, 무사 만루라는 절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첫 타자 리쫑시엔을 희생플라이로 잡아내 실점을 최소화했고, 다음 타자 쏭청뤠이를 병살 처리해 롯데 벤치를 환호케 했다.

이어 3~4회는 잇따라 출루 없이 퍼펙트로 마무리. 내용도 내야 땅볼과 삼진, 외야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그래도 이날 최고 144, 평균 140㎞의 묵직한 직구로 대만 타자들을 압박했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커브, 포크볼을 섞어 방망이를 이끌어냈다. 진짜 부산사나이답게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 좋은 투구가 돋보였다. 3이닝 동안 투구수는 25개에 불과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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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적극적으로 타자와 붙어줘야한다. 과감하게 던져라'라는 김태형 감독의 독려가 제대로 통한 투수다. 박진은 과거 기자에게 "그동안은 자신감이 없었다. 맞지 않으려고 도망가다보니 오히려 더 불리해지곤 했다. 감독님 말씀대로 적극적으로 던지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자신감이 붙더라"고 말한 바 있다. 보다 횡적인 변화에 맞춘 준비중인 신무기도 있다.

이날의 인상적인 호투로 박진은 올시즌 선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롯데는 반즈-데이비슨-박세웅까지 3선발이 확고하고, 4선발로 김진욱이 유력했다. 5선발은 나균안-한현희 등 베테랑들의 경쟁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번 대만 2연전에서 박진과 박준우가 호투한 반면 다른 투수들이 부진하면서 사령탑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타이베이(대만)=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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