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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가장 높이 가장 오래 날았다… 이승훈, 프리스키 사상 첫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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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서 압도적 점수로 우승

조선일보

이승훈이 8일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공중회전 연기를 펼치고 있다. 이승훈은 한국에 프리 스키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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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弱冠)에 한국 스키 역사를 새로 썼다. 이승훈(20·서울스키협회)은 지난 8일 중국 야부리 스키 리조트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남자 프리스타일 스키(프리 스키)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7.5점을 기록, 정상에 올랐다. 1996년부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프리 스키에서 한국이 따낸 역대 첫 금메달이다. 이전까지는 2017년 삿포로 대회 남자 모굴에서 최재우가 수확한 은메달이 유일했다.

이날 파이프 상태가 매끄럽지 않았고 바람도 많이 부는 악조건에서 이승훈은 도전적인 기술보다 안정적 플레이를 택했다. 높은 점프를 바탕으로 한 테일 그랩(스키 끝부분을 잡는 기술)을 선보이며 1차 시기 합계 96점을 받아 성하이펑(중국·90.5점)보다 5.5점을 앞서며 선두로 치고 나갔다. 3차 시기에서는 특유의 긴 체공 시간으로 화려한 스위치(스키를 뒤로 타며 점프하는 것) 기술을 선보이며 97.5점을 받아 우승을 확정했다. 훈련 도중 눈을 다쳐 시야가 다소 가려진 채로 경기에 임했지만 황홀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부은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하고 시상식에 참석했다. 문희성(19·설악고)은 동메달. 여자부 장유진(24·고려대)도 3위로 귀중한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이날 하프파이프에서만 메달 3개를 확보했다.

이승훈이 프리 스키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본래 인라인 스케이트 선수로 활동했지만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프리 스키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이후 천부적 균형 감각과 점프력 등을 바탕으로 중학생이던 2020년 본격적으로 태극 문양을 달고 국제 무대에 나섰다. 이듬해 16세로 출전한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한국 역대 최고 성적인 2위를 기록, 세계적인 유망주로 거듭났다. 이승훈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예선 최종 16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확인했고, 지난해 2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한국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성인 무대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승훈은 시상식이 끝나고 소셜미디어에서 “Hey guys I did it(여러분, 내가 해냈다)”고 했다. 아시아 최고 프리 스키 선수로 거듭난 그의 눈은 이제 내년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을 향한다. 한국 역사상 첫 프리 스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목표. 아시안게임 챔피언의 달콤함도 잠시 넣어뒀다.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바로 다음 날인 9일 새벽, 이승훈은 다음 월드컵 출전을 위해 캐나다 캘거리로 날아갔다.

한국 스노보드 스타 이채운(19·수리고)은 대회 남자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 90점으로 1위에 오르며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종목에서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강동훈(19·고림고)은 동메달. 2023 세계선수권 하프파이프 챔피언 이채운은 13일 주 종목인 하프파이프에서 2관왕에 도전한다.

한국 알파인 스키의 간판 정동현(37·하이원리조트)은 9일 남자 회전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29초09를 기록하며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 알파인 스키는 전날 여자 회전에서 김소희(29·서울시청)가 따낸 은메달 1개를 포함, 은메달 2개로 아시안게임을 마무리했다.

☞프리스타일 스키(Freestyle skiing)

스키를 타고 공중회전이나 점프 등 다양한 기술과 묘기를 선보이는 종목이다. 세부 종목으로는 U 자 모양 구조물 양쪽 벽면을 타며 기술을 선보이는 하프파이프(Half-pipe), 인공 눈 언덕을 통과하며 활강하는 모굴(Moguls), 도약대를 날아올라 공중 묘기를 펼치는 에어리얼(Aerials), 장애물 코스를 내려오며 순위를 가리는 스키 크로스(Ski Cross), 다양한 장애물과 점프대가 설치된 코스에서 기술을 선보이는 슬로프스타일(Slopestyle), 큰 도약대에서 한 번의 점프로 점수를 매기는 빅 에어(Big Air)가 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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