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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그림책의 해’…그림책을 그림책이라 불러주세요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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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그림책의 해’…그림책을 그림책이라 불러주세요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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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시각 이미지에 의한 효과적인 구성에 주안점을 두고 페이지라는 물리적 구조 안에 메시지를 담아낸 예술 장르이다.” 9년 전 창립한 그림책협회의 설립취지문 첫 구절이다. 그림책이 예술 분야라는 선언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작가인 백희나의 대표작 ‘구름빵’, 글 없는 그림책으로 유명한 이수지의 대표작 ‘파도야 놀자’는 모두 한국십진분류법(KDC) 표기가 ‘한국문학, 소설’(813)의 하위분류로 되어 있다.




한국십진분류법에는 ‘예술→회화·도화·디자인→만화·삽화→아동용 그림(657.7)’이란 분류가 있지만, 그 구분이 불분명하여 활용 출판사가 거의 없다. 그림책은 만화나 삽화의 하위 범주가 아니며, 0세부터 100세까지를 대상으로 하는데 아동용이라는 단정 역시 부적절하다.



그럼 국내 발행 그림책은 몇 종이며, 시장 규모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관련 기관의 공식 통계는 없다. ‘한국그림책연감 2024’(원주시그림책센터)는 2023년에 발행된 그림책이 625종이라 하는데, 국내 창작 그림책만 집계해 번역서는 제외되었다. 그림책 아카이브 사이트 ‘그림책박물관’에서는 2023년의 신간이 국내 작가 928종, 번역서 1030종이며, 2024년에는 총 1882종 발행되었다고 밝힌다. 매년 2천 종 가깝다.



반면, 대표적인 출판 발행 종수 통계로 활용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의 국립중앙도서관 납본 대행 집계에는 그림책 통계가 없다. 도서 분야의 구분이 출판사마다 제각각이라 그림책이란 범주로 집계가 어렵고, 국립중앙도서관에 바로 납본한 책은 통계에서 빠져 있다. 출판 도매업체나 대형 서점,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의 그림책 유통·판매 통계도 부재하다. 우리 출판 생태계에서 그림책의 시민권이 없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2024 출판지표연보’(출판과학연구소)에서 2023년의 그림책 신간이 1907종, 평균 가격은 1348엔, 연간 시장 규모는 351억 엔(약 3264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시장이 큰 것은 인기 그림책 시리즈가 수백만 부씩 팔리고, 구간 스테디셀러가 그림책 시장의 3분의 2를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일본십진분류법(NDC)은 예술 및 회화의 하위 분야로 ‘그림책’을 명시(726.6)했다.



이참에 12년 전에 개정한 한국십진분류법을 현실에 맞게 고쳐 ‘그림책’을 명기했으면 한다. 미사용 중인 분류번호 610(예술), 655(예술→회화·도화·디자인)를 활용해도 좋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제표준자료번호(ISBN) 부가기호의 발행형태기호(제2행)에 있는 ‘그림책/만화’(7번)를 분리하고 결번인 9번을 활용했으면 한다. 납본 대행기관인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납본 양식에 있는 분야(KDC), 판형, 발행 부수 항목을 국립중앙도서관 양식에도 넣고 양쪽 통계를 합한 통합 납본 통계가 공표되기를 바란다.



그림책을 그림책이라 부르자. 공공 통계와 정책을 새롭게 다듬고, 그림책의 저작-출판-유통-도서관-향유 환경을 개선하자. 매주 금요일자 한겨레에 연재되는 ‘우리 그림책 명장면 50’을 읽는 독자는 알겠지만, 올해는 ‘그림책의 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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