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숲’. 넷플릭스 제공 |
내란사태에, 제주항공 참사에, 사법부 테러까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어수선한 세밑 새해다. 마침 긴 설 연휴는 회복과 재충전의 기회다. 여러분들을 치유해줄 특효약 같은 애니메이션과 웹툰을 소개한다. 부디 근심과 시름을 잊는 시간이 되기를.
홍등가에서 자란 천재 소년이 온갖 역경을 딛고 마침내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로 등극하는 이야기. 만화 원작도 인기 있었지만, 애니메이션 ‘피아노의 숲’에선 작품 속 피아노 음악을 실컷 들을 수 있다. 시즌 1~2, 총 24편(각 25분)을 정주행하다 보면, 쇼팽의 감각적인 피아노 선율이 어느새 가슴을 파고든다.
시즌1은 ‘타고난 천재’ 카이와 ‘노력형 수재’ 아마미야의 우정과 경쟁을 담은 어린 시절 성장기다. 시즌2는 예심과 본선, 결선으로 이어지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중계하듯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콧대 높은 콩쿠르에서 우승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10년 전인 2015년 조성진의 우승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도 새삼 절감하게 된다. 마침 올가을엔 5년마다 열리는 쇼팽 콩쿠르가 있어서 ‘예습용 교재’로도 맞춤하다. 쇼팽의 피아노 곡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안내하는 지침서로도 나무랄 데 없다.
“너만의 피아노를 연주해라.” 수없이 나오는 대사다. 주인공 카이에 빠져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피아니스트가 있으니, 바로 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이다. 개성적인 해석, 피아노에 대한 순전한 열정, 청중을 몰입하게 하는 집중력 등에서 두 사람은 쏙 빼닮았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귀에 들어오는 곡들을 별도로 골라 집중적으로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노인의 꿈’. 네이버웹툰 제공 |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 늙어감과 가족 간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대화의 단골 소재다. 백원달 작가의 ‘노인의 꿈’(네이버웹툰)은 명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화가가 되는 꿈을 꿨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동네에서 작은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중년의 미술 선생님 봄희가 주인공이다.
건너편 신축 건물에 경쟁 미술학원이 들어오면서 자신의 학원 수강생이 줄어 고민에 빠진 봄희에게 어느 날 나이 지긋한 할머니 춘애가 그림을 배우고 싶다고 찾아온다. 춘애가 미술을 배우고 싶은 이유는 바로 자신의 영정을 그리기 위해서다. 춘애는 10번의 수업 동안 과정을 마무리 짓고 싶다는 조건을 말한다. 봄희와 춘애는 수업을 진행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봄희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춘애와 대화를 나누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또 자신의 고민과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깨닫는다. 그러는 사이 10번째 마지막 수업의 시간이 다가온다.
2023년 3월에 시작해 그해 10월 총 35화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무리한 작품은 자신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노인부터 부모님과의 사이가 어색한 중년의 딸, 그리고 새엄마를 바라보는 대학생 딸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린다. 때론 웃고 때론 울며 싸우고 지지고 볶는 가족 이야기를 보다 보면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무지개다리 파수꾼’. 카카오웹툰 제공 |
설 같은 명절이 되면 반려동물들은 오히려 외로워진다. 고향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혼자 남겨지는 경우가 많고, 휴가를 가면서 유기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이서 작가의 ‘무지개다리 파수꾼’(카카오웹툰)은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고민을 나누는 작품이다.
돈과 성공만을 전부로 알던 유명 수의사 이한철은 어느 날 사고를 당한 뒤 동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동물병원을 찾은 여러 동물의 이야기를 들으며 혼란스러워하던 이한철이 길에서 만난 유기견 밍구의 ‘살려달라’는 목소리를 듣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밍구를 만난 뒤 이한철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한철을 둘러싼, 동물을 사랑하는 수의테크니션 김나영, 동물 뉴스 전문기자 이동욱, 그리고 수많은 동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020년 9월부터 5년째 연재를 이어가고 있는 작품은 동물들을 귀엽게 묘사한 그림체와 더불어 동물이 말을 할 수 있다는 설정으로 동물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반려동물 인구가 1천만명이 넘은 현 상황에서 여전히 사회 이슈가 되는 동물권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가 5천만회에 이른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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