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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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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까지 덮친 LA 산불…트럼프 “민주당 주지사 탓 소방용수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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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8일 미국 캘리포니아 알타데나 주민들이 화마가 건물을 집어삼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미 서부 최대 도시인 로스앤젤레스(LA)에서 전날 발생한 산불이 국지성 돌풍을 타고 급속히 번지면서 9일 기준 최소 5명이 숨졌고, 주민 13만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알타데나=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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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재난 특보에 제 말리부 집이 나왔습니다. 보금자리가 전소된 모습을 보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호텔 재벌 힐턴가의 상속자 패리스 힐턴은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같이 밝히며 신속하고 안전한 대피를 촉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부촌 퍼시픽팰리세이즈 일대에서 8일 발생한 산불이 급속도로 번지며 앤서니 홉킨스, 존 굿맨, 마일스 텔러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집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가족이 사는 말리부 주택도 전소됐다.

해안가에서 시작한 산불은 ‘영화 산업의 본산’ 할리우드와 고급 주택과 휴양시설이 많은 샌타모니카, 말리부 등으로도 번졌다. 이번 산불로 9일 기준 최소 5명이 숨졌고 부상자와 재산 피해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례적인 겨울 가뭄으로 소방 용수가 부족하고, 산불 또한 ‘샌타 애나’로 불리며 최대 시속 160km에 달하는 국지성 돌풍을 타고 급속히 번져 진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산불 지나간 마을 불지옥 연상”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산불은 로스앤젤레스 전체 면적의 8.4%에 해당하는 108㎢를 태우고 계속 확산 중이다. 주민 13만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고 150만 가구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일 기준 진압률은 0%다. 사실상 진화 작업이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산불은 하루 새 4개의 대형 산불로 커진 상황이다. AP통신은 “현재 산불은 통제불능 상태”라며 “산불이 지나간 마을마다 숯덩이로 변해 마치 불지옥 같은 모습”이라고 전했다.

2022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연 제이미 리 커티스는 8일 “우리 가족은 안전하지만 동네가 불타고 있다. 많은 친구들이 집을 잃었다”고 밝혔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 역을 맡은 마크 해밀도 7일 말리부 자택을 황급히 탈출했다.

할리우드 명소도 산불을 피해 가지 못했다. 할리우드의 알파벳 글자 조형물 인근 등산로는 산불에 소실됐다. 여러 스타의 사인이 있는 ‘명예의 전당’ 1.6km 지점까지도 불길이 접근했다. 이 여파로 시상식 시즌이 한창인 영화계에서는 관련 일정이 모두 중단됐다. 영화의 개봉이 미뤄지고 아카데미상 후보 투표 일정도 연장됐다.

LA 지역에 사는 한인 교민이 약 23만 명에 이르는 만큼 교민 피해도 우려되지만 아직까지 인명이나 재산상 피해가 확인된 것은 없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현재 라카냐다, 라크레센타, 글렌데일 등 한인 밀집지역 인근으로 산불이 확산됐다. 다만 주LA 총영사관은 “현재까지(9일) 한인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 트럼프 “민주당 소속 주지사 탓”

산불의 원인과 대처 방안을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공방도 한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어류 보호를 위해 이 지역의 수자원을 이번 화재 피해가 집중된 남부로 흘려보낼 수 있도록 하는 ‘물 복원 선언’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이 모든 것은 뉴섬의 책임”이라며 “‘쓰레기 개빈’은 사퇴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차기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뉴섬 주지사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물 복원 선언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구”라며 “트럼프 당선인은 재난을 정치화하려고 든다.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서도 “소화전에는 물이 없고 연방재난관리청(FEMA)에는 돈이 없다. 바이든이 내게 남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정됐던 이탈리아 방문을 취소한 뒤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해 비상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연방 차원의 복구 지원을 지시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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