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감독의 트랜스젠더 캐릭터 접근법, 어땠나
국내 트랜스젠더 배우 부재에 대한 아쉬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에서는 사회적 편견으로 불이익을 받고 게임에 참가하게 된 트랜스젠더 조현주(박성훈) 캐릭터가 등장했다. 넷플릭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에선 현주 역할의 배우 캐스팅이 문제없나요?" 외신 기자가 본지에 직접 던진 질문이다. 이는 각 나라의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물음표로 읽힌다. 국내에선 트랜스젠더 역할을 누구나 소화할 수 있는 반면 일부 국가 등에서는 트랜스젠더 역할은 트랜스젠더 배우가 맡아야 한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특히 미국과 태국 등에서는 '오징어게임2' 내 현주 역할을 실제 남성 배우가 맡은 것에 대해 의아함을 던진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에서는 사회적 편견으로 불이익을 받고 게임에 참가하게 된 트랜스젠더 조현주(박성훈) 캐릭터가 등장했다. 그간 국내 콘텐츠에서 트랜스젠더 캐릭터는 주로 희화화되거나 시각적으로 여장·남장을 더욱 부각시켜서 묘사됐다. 반면 '오징어 게임2' 속 조현주는 단발의 머리 길이만 상징적으로 표현됐다. 여기에 조현주는 에피소드를 거치며 강인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 인물을 소화한 박성훈의 열연이 덧입혀지면서 국내 대중과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트랜스젠더 여성 캐릭터를 신선한 시각으로 다뤘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일부 해외에서는 문화권의 차이에 따른 의문을 제기했다. 일본 태국 필리핀 등 트랜스젠더인 연예인이 낯설지 않은 국가들에서는 해당 배역을 시스젠더 남성 배우가 맡은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트랜스젠더 연예인은 하리수와 유튜버 출신 풍자를 비롯해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내 사회적 정서가 아직까지 보수적인 까닭에 많은 트랜스젠더 스타들이 탄생했다고 볼 수 없는 시점이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의 퀴어 연구 전문가인 존 조 교수는 "많은 인종적, 성적 소수자를 모욕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황동혁 감독은 해외 인터뷰를 통해 "현주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일각의 부정적인 반응을 예상했다"라면서 "처음에는 진짜 트랜스젠더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오징어 게임' 제작진에게 도전적인 것이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조사했을 때 공개적으로 트랜스젠더이거나 게이인 배우도 거의 없었다. 불행히도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LGBTQ 커뮤니티가 여전히 소외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조현주는 과연 성적 소수자를 모욕하는 캐릭터로 묘사됐을까. 황동혁 감독은 조현주의 서사에 특전사 출신이라는 설정을 가미, 편견 속에서 스스로 삶을 개척하기 위해 게임에 참가했다는 전사를 긴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제기차기를 할 때 수술이 덜 끝났다는 이유로 다른 참가자들에게 뒤돌아 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조현주가 갖고 있는 내면의 상처를 짐작하게 되면서 그가 단순히 희화화의 대상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이는 지난 시즌1에 등장한 외국인 노동자 알리 압둘이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이었다는 지적을 어느 정도 수용, 더 좋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고심한 대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황 감독은 조현주를 설명할 때 트랜스젠더라는 특징을 의도적으로 부각하면서 이야기의 소재로 삼기보단 수많은 참가자들 중 한 명이라는 점을 살리며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해외 시청자들은 조현주가 갖고 있는 매력에 대한 찬사를 이어갔다. 유튜브 등을 통해 해외 시청자들은 "지금까지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 "트랜스배우가 아닌데도 황동혁이 캐릭터를 잘 썼고, 박성훈이 캐릭터를 살려낸 게 정말 잘했다", "이 캐릭터의 구현은 놀랍다. 보통 콘텐츠 속 트랜스젠더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비주얼에 너무 집중하지만 '오징어 게임2'에서는 강요되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아시아 쇼가 트랜스 주제에 관한 대부분의 서양 쇼보다 더 잘 표현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트랜스젠더라는 것은 조현주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대부분의 캐릭터처럼 그녀의 전체 성격은 아니다. 정중하게 묘사되면서 여전히 트랜스젠더들이 고통받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