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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할리우드에 일찌감치 진출했던 이병헌이 미국 현지에서 느낀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위력을 전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극본/연출 황동혁, 이하 '오징어 게임2') 출연 배우 이병헌 인터뷰가 진행됐다.
'오징어 게임2'는 공개 후 93개국 1위를 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에 이병헌은 "많은 사람이 고생한 작품이 좋은 반응 얻어서 참여한 모든 사람이 굉장한 보람을 느낄 것"이라며 "십여년 전 처음 할리우드에 진출할 때 '배우로서 기회가 있으면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갔다, 스스로 '어디선가 나를 알고 어디에선 모른다'를 이상적인 삶으로 생각했기에 미국에 진출하면 그게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지.아이.조'에 몇 번을 출연해도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라고 했다. 이어 "이번에 미국에 갔을 때 감회가 새로웠다, '오징어 게임2' 이벤트를 하는데 게임을 통해 일부만 에피소드 1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걸 하겠다고 외국인들이 운집해 있는 걸 보고 이 작품이 대단하긴 하구나 했다, 블록버스터 작품을 하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콘텐츠로 미국에 갔을 때의 느낌은 달랐을까. 이병헌은 "할리우드 작품도 몇 개 해봤지만, 한국의 배우-스태프들과 한국어 연기를 한 콘텐츠로 환대를 받은 것이 감개무량했다"라며 "사나다 히로유키가 '라스트 사무라이' 이후 미국에서 지내며 활동했지만 크게 빛을 못 보다가 일본의 이야기를 담은 '쇼군'을 통해 큰 영광을 얻지 않았나, 그도 나도 할리우드를 경험했지만 가장 큰 환대를 받은 건 한국 작품이었다, 아이러니하지만 감개무량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1'에서는 카메오로 나왔으니 어쨌든 한 발짝 떨어진 입장이었다, 그런데 시즌 2에서는 주요 인물로 나와 사람들이 보고 프론트맨에 대해 좋게 얘기해주는 걸 보면 신기하고 놀랍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젠 미국에 가도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생겼다,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한다, 콘텐츠의 힘이 대단하다 싶다, 홍보할 때도 호응도가 달라 뿌듯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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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2'는 공개 후 93개국 1위를 할 정도로 화제성이 높았지만, 작품 자체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병헌은 "개개인이 나름의 우주를 갖고 있기에 주관적인 의견도 존중한다, 어떤 작품이든 혹평이 없을 수는 없다"라며 "혹평에 수긍이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고 전체적으로 재밌게 봤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오징어 게임2'를 하면서 황동혁 감독이 영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시즌 1에서는 오일남 캐릭터로 반전을 줬다면 시즌2에서는 프론트맨의 정체를 밝히고 시작하며 시청자와 프론트맨만 아는 지점을 넣지 않았나, 매 게임이 끝난 뒤 찬반 투표도 하는 새 시스템도 넣고 그런 게 영리한 선택이라고 봤다"라고 사견을 전했다.
특히 시즌2는 이병헌 본인이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흘러갔다고. 이병헌은 "시즌2를 결정하고 나서 '이거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생각했었다, 막연히 시즌2에서는 프론트맨의 전사가 나오지 않을까 했다"라며 "당시 내가 '우리들의 블루스' 촬영 중이었는데 황 감독님이 한 번 내려오셔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인호가 어떻게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지 나오나'라고 물었는데 생각해 봐야 할 거 같다고 하더라, 근데 막상 대본을 보니 '현재진행형'인 거다, 6개월 동안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13개의 에피소드를 만든 걸 보고 '천재적인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작품을 할 때 '열심히 해야지'는 누구나 갖는 마음이다, 그럴 때 하모니가 지켜져야 한다, 너무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크면 하모니가 깨진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감독님이 힘들었을 거다, 각자 역량이 큰 주인공급 배우들이 많아서 그런 목소리를 적절히 배분하는 게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병헌은 프론트맨을 맡아 느낀 연기적 고민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프론트맨의 정체는 본인과 시청자들만 알지 않나, 그 관점에서 기훈을 관찰하는 게 재미라고 생각했다"라며 "오일남처럼 반전을 주는 것도 좋지만, 한 번에 주는 충격보다 시청자와 나만의 비밀인 것처럼 보이는 게 전체적인 구성으로 봐서는 더 재밌지 않았을까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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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맨이 왜 게임에 참가까지 했을까'라는 질문에는 "나는 대본이 있으면 거기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자기합리화를 해야 한다, 내가 이해가 안 되니 글을 고쳐 달라는 건 월권행위"라며 "나름 합리화를 시키면 프론트맨은 같은 과정을 겪어 게임에서 우승을 한 기훈이에게 본인을 대입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런데 기훈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다시 게임판에 온 걸 보면서 '어쭈' 싶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이어 "인간성의 바닥까지 경험한 기훈이 그렇게 하는 걸 보고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신념을 바꿔주고 싶다' 싶었을 것"이라며 "이후 기훈이가 게임 시스템을 망가트리려고 한 게 프론트맨이 게임에 참가한 원동력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5인 6각' 때 영일이가 즐거워 보인 것은 감독의 의도였다고. 이병헌은 "인호는 게임을 하기 전에 처참한 삶을 살았고,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 게임에 참여한 뒤 우승했다"라며 "아마 그 과정은 더 처참했을 거다, 얼마나 많은 죽음과 인간의 밑바닥을 봤겠나"라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비관의 끝을 달리는 인생의 과정을 통과한 사람에게 기쁨, 환희의 감정이 나올 수 있을까 했다, 그래서 거의 무표정이 아닐까 싶었다"라며 "그런데 감독님이 촬영하면서 조금만 더 감정을 보여달라고 이야기를 하고 그게 반복되더라, 배우로서 판단과 감독으로서 전체를 보는 시각이 다르니까, 확실히 (감독님의 디렉팅을 따라가니) 재미는 있었다, 드라마는 거기에 맞추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사견을 전했다.
덕분에 이병헌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이병헌은 "작품을 보다 보면 박수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장면에서는 내가 연기를 잘하면 편집 포인트도 예술이고, 음악까지 좋을 때가 있다"라며 "포스트 프로덕션이 연기를 극대화 시켜준다, 그게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해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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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과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2'를 통해 처음 제대로 호흡을 맞췄다. 이병헌은 "이정재와 데뷔 시즌이 비슷해 오랜 친구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 신기했다, 함께 하면서 서로 '우리가 드디어 대사를 맞춰보는구나' 했다"라고 했다. 이어 "이정재와 오래전에 드라마 '백야 3.98'을 하고, '오징어 게임1'도 했지만 두 작품 다 따로 나오는 역이었다"라며 "같이 연기해 본 건 처음이었는데 서로 연기 색과 패턴을 알게 된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병헌은 프론트맨이 성기훈에 대해 가진 감정도 해석했다. 이병헌은 "프론트맨은 기본적으로 성기훈을 바라보면 '잘 봐, 네가 얼마나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네가 어떤 걸 깨닫게 될지'라고 생각하지만, 0.01% 정도는 그에게서 본인을 비춰봤을 거다, 그러면서 다른 캐릭터들보다는 애정을 두고 봤을 것"이라며 "어쩌면 영일이는 기훈에게 '너의 이야기가 맞길 바란다'는 마음도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기훈이 반란을 모의했을 때 프론트맨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병헌은 "개인적으로는 그 상황이 재밌었다, 프론트맨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자는 말을 기훈에게서 끄집어냈으니까, '조금씩 너의 신념이 꺾이기 시작했다'라며 미소 지었을 거다"라며 "그 연기를 하면서 시청자들만 알게끔 하는 감정 표현이 재밌었다, 그 신이 전체를 아우르는 키포인트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이어 "이 친구와 나의 신념이 반대인데, 한쪽이 타협하며 가까이 오는 걸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극에서 성기훈과 프론트맨은 모두 게임에서 우승을 한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왜 다른 길을 걷게 됐을까. 이에 대해 이병헌은 "두 사람은 선천적으로 가진 게 달랐으니 깨닫는 것도 달랐을 것"이라며 "같은 영화를 보고도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느끼는 게 다르지 않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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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2'에서 기훈과 프론트맨의 관계성이 흥하다 보니, 해외에서는 두 캐릭터를 엮어 'BL', '브로맨스'로 소비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이병헌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쇼츠에서 'BL'이라는 단어를 본 적이 있는데 나는 'BH'나 '병헌리'인 줄 알았다, 무슨 뜻인지 몰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팬들은 기함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나도 국내 팬인가 보다"라며 "불쾌하지도 않고 기분 좋지도 않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 작품으로 미국 시상식에서의 수상도 기대할까. 이병헌은 "그런 것들을 너무 기대하다가 안 되면 실망이 클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 대한 건 마음을 비우자 싶다, 마인드 콘트롤을 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한편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로 지난달 26일 7화 전편 공개됐다. 극에서 이병헌은 게임을 진행하는 주축이자, 참가자로도 등장하는 프론트맨으로 열연했다.
breeze5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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