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KLPGA 투어 다승왕 박현경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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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흔히들 출중한 외모와 능력을 겸비한 배우들에게 “얼굴에 연기력이 가려졌다”는 평가를 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선 박현경(25)이 그렇다. 대회마다 우승 경쟁력을 갖춘 톱랭커임에도, 실력보다는 귀엽고 앳된 모습이 먼저 부각된 게 사실이다. 2023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지난시즌엔 3승을 몰아치며 확실한 투어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2025시즌은 이를 뛰어넘겠다는 당찬 포부다. “웨지만 잡으면 누구나 두려워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올해 투어 7년차를 맞는 박현경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2024시즌은 한 계단 성장했고 또 중요한 것을 배운 한해였다고 돌아봤다. 박현경은 지난해 3승(두산매치플레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 맥콜·모나용평오픈)으로 공동 다승왕과 함께 대상포인트 2위, 상금랭킹 2위(11억3319만원), 평균타수 4위(70.32타)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한 시즌에 3승은 처음이었어요.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와 스스로도 자랑스러웠죠. 하지만 시즌 막판까지 (대상·상금왕) 타이틀 경쟁을 해본 적도 처음이라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할지에 대한 준비는 좀 부족했어요. 조급함에 제 경기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거든요. 이제 어떤 마인드셋을 해야할지 배웠으니 올해는 좀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현경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지켜본 이들은 커리어하이의 가장 큰 요인으로 ‘긍정적 마인드’를 꼽았다.
캐디로 함께 투어를 뛰는 아버지 박세수 씨는 “경기가 잘 안되더라도 찡그리는 대신 금세 평정심을 갖고 여유를 되찾더라. 그게 가장 크게 달라진 모습니다. 지난 시즌엔 현경이한테 ‘잘한다, 잘한다’ 하며 계속 칭찬만 했던 것같다”며 웃었다.
5년간 박현경를 가르친 이시우 코치 역시 “기술적으로 성장한 부분도 많지만, 마인드가 긍정적으로 바뀐 걸 가장 칭찬해 주고 싶다”고 했다. 이 코치는 “예전엔 경기가 안풀릴 때 빨리 체념하면서도 지나간 걸 계속 붙잡고 있었던 반면, 이젠 ‘내일은 잘 되겠죠? 다음 경기엔 잘 하겠죠?’라며 긍정적으로 마음을 돌리더라. 그게 성적에 큰 영향을 준 것같다”고 했다.
그리고 마인드 변화의 밑바탕엔 무서울 정도로 몰아치는 훈련량과 자신감이 있었다. 이시우 코치는 “운동량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옆에서 말릴 정도다. 노력이 뒷받침되니 기술적인 부분이 향상되고,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외모와 다르게 내면에 엄청난 승부욕이 있는 선수다”고 했다.
박현경은 “제가 겉으로 보기와 달리 100% 노력으로 다져진 선수다. 타고난 재능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손목도 가늘고 체격도 크지 않다. 이런 걸 보완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운동한다. 지난해 전지훈련에서 혹독하게 훈련했기 때문에 좀더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현경은 오는 16일 베트남 전지훈련을 떠나 자신의 강점을 좀더 극대화시키는 훈련을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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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떠나는 베트남 동계훈련 역시 적지 않은 훈련량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시즌 커리어 하이를 이끈 강점을 좀더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 바로 그린적중률이다. 박현경은 2024시즌 송곳 아이언샷을 뽐내며 그린적중률 76.63%(5위)를 기록했다. 2023시즌 68.84%(53위)를 크게 뛰어넘은 수치다.
“어제 일기에도 썼지만, 내가 하고싶은 스윙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잘할 수 있는 스윙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긴장이 되는 상황에서도 샷이 당겨지지 않도록 연습해서 그린적중률을 좀더 높여볼 생각입니다. 또 작년엔 1~1.5m 숏퍼트 미스가 좀 있었는데 이런 부분도 놓치지 않도록 훈련할 생각이예요.”
올해는 특히 웨지샷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그는 “90m 이내 웨지샷 실력이 나쁜 편은 아닌데, 그 이상의 수준에 도달하고 싶다. 예를 들어 고진영·박지영 언니는 웨지만 잡으면 무조건 버디를 잡을 것같은 느낌을 준다. 나도 다른 이들이 봤을 때 웨지만 잡으면 무서운 선수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시즌 박현경에게 몇가지 변화가 있다. 메디힐과 새 메인스폰서 계약을 체결했고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출격한다. 오는 5월 8일 이바라키 골프클럽에서 개막되는 메이저대회 살롱파스컵이다. 지난해 아마추어 이효성이 깜짝 우승을 차지한 무대다.
박현경은 “오래전부터 출전하고 싶었던 대회다. 해외진출을 고민한다면 아무래도 미국보다 일본 쪽을 택할 것같은데 미리 경험해 볼 생각이다. 7월 에비앙 챔피언십에도 나가고 싶다. 하지만 상반기에 우승 못하면 안가겠다”며 웃었다.
올해 목표는, 아니 올해 목표도 ‘대상’ 타이틀 획득이다. 7년째 박현경의 1순위 목표다.
박현경은 “톱10 진입 기록도 깨고 싶다. 2021년 14회가 최다였는데 작년엔 13회에서 멈췄다. 올해는 그 기록을 깨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대상에도 가까워질 것같다. 우승은 2승 이상은 하고 싶다”며 웃었다. 박현경이 올해도 3승을 거두면 투어 통산 10승 고지를 밟게 된다.
“골프가 참 사람을 겸손하게 해주는 스포츠 같아요.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걸 매번 가르쳐 주거든요. 저는 그래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몇 승 하겠다는 목표를 쉽게 말하긴 어렵더라고요. 연차가 쌓일수록, 몸은 물론이고 정신도 함께 건강하게 투어를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커져요. 동계훈련 때 열심히 하고 좋은 성적 내서, 제가 받는 과분한 사랑을 많이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박현경이 투어 통산 7승의 의미로 손가락을 펴보이고 있다. 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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