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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오겜2’ 감독 “몽상가 기훈, 답답하단 반응 슬프기도” [SW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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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잭팟을 터트렸다. 넷플릭스 사상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되며 ‘최초’ ‘역대급’ 등 온갖 수식어를 독식했다. 극본과 연출을 도맡은 황 감독은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으로 우뚝 섰다.

지난달 26일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됐다. 2021년 공개돼 세계를 놀라게 한 시즌1에 이어 복수를 다짐하며 다시 게임에 참여한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런트맨(이병헌)의 대립을 그린 다음 이야기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전 세계 TV쇼 부문 1위에 올라 두 시즌 연속 대박을 쳤다.

기훈은 다시 게임에 나선다. 다시 들어간 게임장의 분위기도, 숙소도 옷도 친숙하지만 게임의 방식도 이를 대하는 기훈의 모습도 확연히 달라졌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다르다. 같은 상황에 놓인 인간이라도 다른 행동이 나온다.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인간 본성을 시험하게 된다. 이 모든 건 황 감독이 이 세상에 관해 하고 싶던 이야기다. 2일 서울 삼청동에서 황 감독을 만나 ‘오징어 게임2’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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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오징어 게임2’ 황동혁 감독과의 일문일답

Q. 이번 시즌도 흥행하고 있다. 공개를 앞두고 흥행을 예상했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시나리오를 쓸 때도, 편집하고 홍보하고 공개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날은 되게 잘 될 것 같았다가, 어떤 날은 아니다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되더라. 부담도 기대도 큰 작품이다 보니 그랬다. 게임이 적다고 망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가 이거보다 재밌는 게 어딨나 싶기도 했다. 공개 직후에도 많은 반응들이 쏟아져서 ‘망했나’ 싶기도 했다. (자신 있게 얘기했던 이유는) 홍보니까. 재미는 있지 않았나.(웃음) 나는 여전히 재밌다고 생각한다. 성적이 나오고 보니 전 세계에서 많은 분들이 기다려 주셨구나 싶다. 감사한 일이고, (좋은 성적이) 오래 갔으면 좋겠다. 더 좋아해주시면 좋겠다는 욕심도 든다. 불호하시는 분들의 이유는 시즌2 엔딩이 툭 끊어져서 배신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 그래서 시즌3를 빨리 보여드려서 그 마음을 달래고 싶다.”

Q. 성기훈의 변화를 통해 시즌2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성기훈은 평범한 서민이었는데, 시즌1을 통해 자각하게 된다. 경쟁 사회에서 낙오의 이유가 우리만의 탓은 아니라고,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의 문제도 있다는 것. 게임을 끝내고 새로움을 시도하는 혁명적 사상으로 시작해 성기훈의 선한 의도와 신념이 어떻게 좌절되는가 보여주고 싶었다. 좌절시키는 시스템을 대표하는 사람이 프론트맨이다. 모든 의도는 선과 악이 존재하지만, 어려움이 닥치면 선한 의도도 흔들리게 된다. 과거 사회주의 혁명도 마찬가지다. 모두를 잘 되게 하고자 시작했으나 목표에 몰두한 나머지 최초의 의도를 잃고 만다. 성기훈은 그런 인물을 대표한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나서지만 더욱 어려워지고, 투표를 통해 탈출하고자 하지만 그마저 실패한다. 마지막 카드가 무모한 반란이다. 계락으로 바위치는 일을 하는 게 성기훈이다. 기훈을 돈키호테 같은 인물이라 생각했다. 목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원래의 의도를 버리고 변하는 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Q. 시즌3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자 했나.

“인호가 기훈을 조금씩 망가트리면서 시즌3에는 원망과 자책으로 변해가는 기훈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회와 체제 바꾸기로 한 사람이 겪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소수이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은 이익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하나의 이념, 깃발이 사라진 세태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런 기훈의 모든 노력이 실패하는 지점에서 시즌2가 끝나야한다고 생각했다. 다 같이 쓰고 찍었는데, 한꺼번에 낼지 찢을지 고민이 많았다. 8편정도 쓰고 싶었는데 (길어지니) 요즘 소비 패턴이 짧아져서 한 번에 내기는 부담스러웠다. 지금도 시즌3 후반 작업을 하고 있다. CG가 많다.”

Q. ‘딱지남’ 공유의 빵과 복권신에 관한 해석도 분분하다.

“시즌2를 기획하면서 1화는 딱지남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미스테리만 만들고 사라진 인물이라 시즌2에서 가장 먼저 기훈이 찾아야 하는 게 딱지남이라 생각했다. 요즘 세상이 절대적인 빈곤층은 줄었지만, 상대적인 빈곤감이 너무 커졌다. 그 상황을 풍자해보고 싶었다. 누구나 빵 한 덩이는 가지고 살 수 있지만, 사람들은 만족하지 않는다. 비교하고 불안감을 느끼고 일확천금을 쫓게 하는 게 지금의 자본주의다. 미치광이 같은 딱지남의 게임과 연결 될 것 같았다.”

Q. 프론트맨(인호)의 전사도 궁금하다.

“인호가 말한 아내 이야기가 처음 게임에 들어왔을 때 처한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치 지금의이야기처럼 슬쩍 전달하는 거다. 그 시작점은 어디였는지 힌트를 주고 싶었다. 강직한 경찰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뇌물을 받고, 게임에 참가한 사이에 아이와 아내가 죽고. 기훈도 비슷한 일을 겪지만, 여전히 인간의 선함을 믿는다. 반면 인호는 강한 자로 살아남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같은 일을 겪고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신념의 대결이다. 시즌3를 보면 인호에게 어떤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는지 다른 힌트가 등장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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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시즌1과 시즌2의 기훈은 확연히 다르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인물이다. 공항에서 돌아서는 것부터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기훈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몽상가다. 지금 세상에서 보기 답답할 수도 있다. 만일 80∼90년대게 이 작품이 나왔다면 달랐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나오면 ‘뭐 하자는 거야?’라는 반응도 있을 거다. 대의, 이념이 다 사라졌다는 걸, 그런 것을 쫓는 몽상가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며 약간은 슬프기도 했다. 반대로 여전히 그런사람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가는 오르고 일자리는 없고 정치는 개판인데도 서로 싸운다. 이렇게 된 이유가 우리 때문이 아닌 것 같은데, 분노는 위를 향하지 않고 옆이나 아래로 향한다. 기훈이 바보 취급을 당하고 패배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지만 누군가는 위로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여전히 그런 질문 던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Q. 시즌2에서는 OX투표가 생겼는데.

“지난 시즌엔 나가면 (상금을) 한 푼도 주지 않는다는 설정이었다. 이젠 사람들이 뭔가를 더 원하고 가지고 싶은 욕망이 강해진 세상이라 생각했다. 호기롭게 더 좋은 조건을 내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대결을 보여주고 싶었다. 인간에 대한 희망,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그에 따른 더 큰 좌절 등을 자극하기 위해 인호가 만든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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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부터 ‘공기놀이’, ‘팽이치기’ 등 작품에 등장하는 K-게임이 전 세계 시청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게임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지난 시즌에 좋은 게임을 많이 써서 시즌2에서는 그때 쓰지 않은 것 중에 골랐다. 첫 게임은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시그니처 게임이기도 하고 기훈의 활약이 필요하기도 했다. 게임은 같지만 해법은 다르게 전개되는 양상을 주고 싶었다. 두 번째 게임부터는 4∼5인 정도의 그룹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한 게임으로 스테이지를 구성하기엔 단순하고 합치면 괜찮을 것 같았다. 한국의 전통놀이를 소개하고 싶었고, 최대한 모으면 팀도 생기고 니즈에도 맞을 것 같았다. ‘둥글게 둥글게’는 유치원 때부터 했던 기억이 있다. 돌이켜 보면 묘한 게임이었다. 뭉쳐서 끌어 안으니 유대관계가 생기는 것 같으면서도 적은 숫자를 부르면 잔인하게 배제하는 생존 법칙이 존재한다. 따듯하면서도 잔인한, 뭉쳐서 으쌰으쌰 하다가도 결국엔 누군가 배제하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싶었다.“

Q. 넷플릭스가 보유한 IP로 추가 창작물이 나온다면, 꼭 이어가고자 하는 ‘오징어 게임’의 메시지는.

“비판 정신을 가져갔으면 좋겠다. 지금 전 세계에서 겪고있는 문제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이야기를 게임 안에 녹여냈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게임을 하다가 죽는 이야기는 많았으나, ‘오징어 게임’이 차별성을 가졌던 건 그 안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

Q. ‘오징어 게임’ 이후 작품 활동 계획은.

“최종 꿈은 불호없는 작품이다. 평생에 한 번 있을까 싶은 소망이다.(웃음) 그리고 다시 영화를 하고 싶다. 나는 영화라는 매체를 사랑한다. 영화 시장이 너무 위축되고 있으니 다시 해서 영화산업에 도움도 되고 싶고, 영화가 살아있다는걸 보여주고 싶다. 다음 작품은 무조건 영화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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