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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세에 명퇴한 아빠, 퇴직금 '순삭'…"연금 받으려면 멀었다"

머니투데이 김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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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세에 명퇴한 아빠, 퇴직금 '순삭'…"연금 받으려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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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크레바스]<상>1825일의 공포⑥

[편집자주] 올해부터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5명 중 1명이 노인인데, 노인빈곤율은 세계 최고다. 특히 퇴직 후 소득공백(Crevasse)은 노인 빈곤을 더 악화시킨다. 정년과 연금 제도의 불일치로 60~65세는 소득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만혼(滿婚) 추세 속 소득공백은 이제 '공포' 그 이상이다. 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 논의가 이어지지만 노동계와 재계의 엇갈린 입장 속에서 공회전만 반복하고 있다. 소득공백의 현실을 진단하고 소득 공백을 늦출 일자리, 소득 공백을 최소화할 연금 개혁 등 합리적 대안을 짚어본다.

퇴직 후 소득 공백에 대해 얼마나 걱정되십니까/그래픽=김현정

퇴직 후 소득 공백에 대해 얼마나 걱정되십니까/그래픽=김현정


# 두 자녀를 둔 A씨(60세)는 30년 넘게 일한 직장에서 2년 전 퇴직했다. 계획보다 이른 퇴사였다. 회사 사정으로 명예퇴직을 하다 보니 국민연금을 받기까진 5년 가까이 남은 시점이었다. 매월 갚아야 할 대출금이 있었고 4인 가족 생활비까지 충당하다 보니 퇴직금은 속절없이 줄었다. A씨는 "연금이 나오는 날만 바라보면서 조금이라도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일을 이리저리 찾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행 법적 퇴직 연령과 국민연금 수급 시작 나이에는 3년의 격차가 있다. 정년을 채우고 퇴직한다고 해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는 3년을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점진적으로 올라간다. 2033년에는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는다. 정년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5년의 소득 공백을 피할 수 없다.

은퇴 후 '소득 공백'의 공포는 모두의 옆에 있다.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30~59세 정규직 상용근로자 10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89%가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 공백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연령별로 큰 차이는 없었다. 50대 응답자 가운데 '소득 공백이 걱정된다'고 답한 비중은 91%였는데 30대(88%)도 비슷했다. 소득 공백의 공포가 비단 정년을 코앞에 둔 50대뿐 아니라 30대까지 퍼져있다는 방증이다. 계속고용과 연금개혁 등 소득공백 최소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한 이유다.

연금개혁과 관련 정부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기존 59세에서 64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의무가입 연령을 맞추기 위해서다. 연금을 받기 직전까지 보험료를 내는 대부분의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시점의 간극이 있다. 고령자의 경제활동이 늘고 기대여명이 길어진 것을 고려한 선택이기도 하다.

의무가입 연령을 높이면 퇴직 고령자의 보험료 납입 부담이 커지지만 동시에 노후에 받는 연금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다만 납부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정년 연장이나 계속 고용 등의 논의가 필연적이다. 현행법 기준으로는 정년 이후 고정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도 4년 동안이나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55~79세의 계속근로 희망 비중/그래픽=윤선정

55~79세의 계속근로 희망 비중/그래픽=윤선정



고령층의 계속근로 의지도 있다. 한국은행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올해부터 법적 정년 연령에 진입한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는 은퇴 후 계속근로 의향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55~79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계속근로를 희망하는 응답자 비중이 2012년 59.2%에서 2023년 68.5%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근로 희망 연령도 71.7세에서 73세로 올랐다.


기업에서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정년 연장 논의가 반복된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기아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 정년을 64세로 연장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노사는 정년 연장 관련 TFT(태스크포스팀)를 구성해 내년 상반기까지 개선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년 연장에 앞서 현대차는 2019년 정년퇴직자를 대상으로 숙련 재고용 제도를 도입했고, 기아도 '베테랑 제도'를 2020년부터 시행 중이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정년 연장 문제를 좀 더 포용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면서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정년 연장과 함께 연금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소득 공백 시기를 줄이고 노후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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