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전 프로축구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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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의 ‘밀실 행정’이 협회장 선거를 통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024년 팬들의 야유를 받으며 신뢰를 잃은 협회가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허정무 대한축구협회장 후보 측에 따르면 허 후보는 지난달 30일 협회 및 선거운영위원회의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선거관리의 정도가 매우 심각해 오는 8일 예정인 회장선거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면서 ‘회장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허 후보 측이 주장한 이번 회장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의 근거는 ▲선거운영위원회 구성의 불투명 ▲일정, 절차가 제대로 공고되지 않는 불공정한 선거관리 ▲규정보다 21명이 부족한 선거인단 구성 ▲선수들의 정당한 선거권 행사 방해 등을 골자로 한다.
실제 허 후보가 주장한 내용들은 현재 축구계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우선 선거운영위원회 구성이다. 협회 회장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운영위는 협회와 관련 없는 외부위원(학계, 언론계, 법조계 등)이 전체 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명단은 비공개다.
4선에 도전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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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영위 구성 비공개는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있다. 대한민국의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정당 및 정치자금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설치된 국가기관이다.
선관위원은 대법원장 지정, 대통령 임명, 국회선출 각각 3인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선관위원장과 상임위원 각각 1명이 임명된다. 선관위 홈페이지에는 이들이 누군지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 위원장과 상임위원은 약력까지 상세하게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선관위의 기본 원칙은 대한민국 헌법 제114조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에 따른다. 즉 선거의 투명·공정성을 위해 존재한다”며 “이를 비공개로 두는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선거의 투명·공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축구계 관계자는 “협회 선거운영위는 결국 협회 측이 임명하는 것이 아닌가. 현 협회장이 3선에 도전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선거인단 구성 및 현장 투표의 제약 등도 지적된다. 선거인단은 총 194명이다. 그러나, 선거 후보자들에게 전달된 명단은 173명이었다. 협회 측은 “21명의 선거인이 개인정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를 운영위가 아닌 협회가 발표하는 것도 문제가 있으며, 총 선거인단의 10%나 빠지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것도 문제를 야기하기 충분하다. 현재 선거인단에서 제외된 21명 중 18명이 현직 감독(1명) 및 선수(17명)이다. 투표를 거부한 것이 아니다. ‘현장 투표’로 진행되는 시스템인 상황에서 감독 및 선수단은 해외 전지훈련으로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허 후보 측은 “특정 직군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축구계서 불공정하고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축구회관 로비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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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선수협)는 지난달 30일 “선수들이 전지훈련에 떠나는 만큼 현실적으로 투표에 참여할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훈기 선수협 사무총장은 “축구협회의 수장을 뽑는 중요한 선거인데 선수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협회와 선거운영위는 묵묵부답이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투표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구강본 국립한국교통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투표 불참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좀 더 다양하고 전반을 아우르는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불신으로 가득 찬 한국 축구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 특히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축구종합센터 설립, 협회 이사진 구성 등 밀실 행정과 관련해 크게 비판을 받아왔기에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또 한 번 ‘불통·불신·불만’ 멍에를 짊어질 위기다. 새해를 맞은 한국 축구가 변화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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