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을 인종차별적 발언의 대상으로 삼은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징계가 끝났다.
토트넘 홋스퍼의 사령탑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4일(한국시간)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프리미어리그(PL) 18라운드 앞서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해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부터 7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던 벤탄쿠르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팀과 관련된 새로운 소식을 이야기하면서 "징계를 받았던 벤탄쿠르가 출전이 가능하다"며 "벤탄쿠르가 돌아와서 좋다. 벤탄쿠르는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고 기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또 "박싱데이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우리에게 한 명의 선수가 추가된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나는 지난 3주 동안 핵심 선수들에게 부담이 가중됐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다행히도 핵심 선수들 중 대부분이 부상을 당하지 않고 꽤 잘 견뎌냈다. 하지만 우리가 로테이션을 돌리고 경기 중 교체를 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말처럼 토트넘은 최근 핵심 선수들을 비롯해 스쿼드 대다수가 연달아 부상을 당해 몇 경기 동안 로테이션과 교체 자원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미키 판더펜이 부상으로 쓰러졌고, 히샬리송과 윌송 오도베르, 마이키 무어 등이 부상과 질병 등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어린 선수들로 교체 명단을 꾸렸으나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한 탓에 교체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팀의 엔진 역할을 할 수 있는 벤탄쿠르의 복귀는 기쁜 소식일 터다. 벤탄쿠르의 복귀 덕에 제임스 매디슨, 파페 마타르 사르, 이브 비수마, 데얀 쿨루세브스키 등 다른 선수들은 어느 정도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 손흥민을 두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던 우루과이 국가대표 미드필더 벤탄쿠르는 지난달 18일 잉글랜드축구협회로부터 7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10만 파운드(약 1억 8300만원) 징계를 받아 한동안 출전하지 못했다.
현지 보도에 의하면 벤탄쿠르에게는 가중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잉글랜드축구협회의 E3 가중 위반 규정은 E3.2 규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기존 E3.1 규정에 명시되어 있는 부적절한 행위나 폭력적인 행동, 모욕적인 언행 등에 차별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 가중 위반에 해당된다. 벤탄쿠르는 방송에서 명백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기 때문에 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벤탄쿠르가 논란에 휩싸인 것은 지난 6월이었다. 당시 2023-24시즌을 마친 뒤 고국 우루과이로 돌아가 휴가를 보내고 있던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인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aeta)'에 출연했다.
'포르 라 카미세타' 진행자인 라파 코텔로는 벤탄쿠르에게 토트넘 선수의 유니폼을 요청하면서 손흥민을 손흥민의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한국인이라고 지칭했다. 이를 알아들은 벤탄쿠르는 "손흥민의 유니폼?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은 어떤가? 그들(한국인들)은 다 똑같이 생겼으니 말이다"라고 답했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공개된 직후 논란이 됐다.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들의 외모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를 전했다.
손흥민도 이에 화답했다. 손흥민은 벤탄쿠르가 본인이 실언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실수를 인지, 자신에게 사과를 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지나간 일"이라며 프리시즌에 다시 벤탄쿠르를 만나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벤탄쿠르를 향한 분노는 식지 않았다. 영국 현지 매체들, 심지어 인권단체까지 나서서 벤탄쿠르를 비판했다. 토트넘은 내부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벤탄쿠르가 뛰고 있는 프리미어리그가 인종차별 퇴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벤탄쿠르는 리그 자체적으로 내리는 징계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결국 사건이 터지고 두 달여가 지나 잉글랜드축구협회가 벤탄쿠르를 기소했다. 기소 후 약 3개월여 동안 조사를 진행한 끝에 마침내 벤탄쿠르에게 출장 정지와 벌금 징계가 내려진 것이다.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벤탄쿠르는 독립 규제 위원회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해명하려고 시도했지만 독립 규제 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국 매체 '타임즈'에 따르면 벤탄쿠르는 프로그램 진행자가 손흥민을 한국인으로 지칭하자 이를 점잖게 지적하기 위해 반어법을 사용해 말한 거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독립 규제 위원회는 벤탄쿠르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하면서 벤탄쿠르에게 기존과 같은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매체는 또 "벤탄쿠르는 위원회에 제출한 입장문에서 진행자가 손흥민을 한국이라고 지칭한 게 부적절한 표현이었고, 자신의 발언은 농담을 섞어 진행자를 꾸짖기 위한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벤탄쿠르는 사건이 터진 후 사과했던 것은 자신의 발언과 관련된 사과가 아닌 인터뷰 내용 일부분이 편집되어 공개된 점에 대한 사과라고 했다"라며 벤탄쿠르의 사과가 결국 손흥민보다는 방송사를 위한 사과에 가까웠다고 했다.
그러나 독립 규제 위원회는 "우리는 증거와 모순되는 벤탄쿠르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그가 제시한 증거와 입장을 모두 고려해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더라도 벤탄쿠르의 발언은 모욕적었고 부적절했다는 판단이 든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결국 벤탄쿠르는 12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부터 17라운드 리버풀전까지 프리미어리그 6경기,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카라바오컵(리그컵) 8강전 1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동안 토트넘은 리그에서 2승 1무 3패를 거뒀고 카라바오컵 준결승에 진출했다. 다만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아닌 유럽축구연맹(UEFA)이 주관하는 대회인 UEFA 유로파리그에서는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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