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새로운 암흑의 숫자. 일명 ‘비밀번호’라고 불리는 최근 7년간의 정규 시즌 순위를 나열한 것이다. 이런 롯데의 암흑의 숫자를 늘린 총액 170억 FA 먹튀들을 어찌해야 할까.
롯데는 과거 하위권에 머물렀던 암흑기를 털어내며 2010년대 이후 여러 차례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2017년 정규시즌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오른 이후 최근 7시즌간은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유강남과 노진혁. 사진=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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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롯데는 2018년 7위-2019년 10위-2020년 7위-2021년 8위-2022년 8위-2023년 7위-2024년 7위를 각각 기록하며 하위권에 맴돌았다. 최대 순위가 7위였고 한 차례 최하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성과를 낸 시즌이 없었다.
과거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고 수많은 가을야구를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기에 더욱 기대가 컸던 올 시즌이었다. 하지만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기도 했던 김태형 감독도 롯데의 사령탑에 올라서는 지난해서 한 단계도 올라서지 못한 7위에 머물렀다.
결과론이 될 수 밖에 없지만 다시 롯데의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지적이 뒤따른다.
외부적으로 크게 부각되는 문제는 외부 FA 3인방의 부진이다.
롯데가 거액의 몸값을 들여 데려온 외부 FA 선수인 유강남, 한현희, 노진혁이 올 시즌까지 나란히 부진하면서 팀에 큰 충격을 안겼다.
승부처에서 교체되는 유강남. 사진=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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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시즌을 마치고 롯데는 유강남을 4년 최대 80억원, 노진혁을 4년 최대 50억원, 한현희를 3+1년 총액 40억의 조건으로 데려왔다. 이들에게 쏟아 부은 금액이 무려 170억원이다.
하지만 이들 3명은 나란히 FA 먹튀 수준의 참혹한 성적을 2년째 이어갔다.
먼저 유강남은 2023년 121경기서 타율 0.261/92안타/10홈런/55타점을 기록했던 유강남은 올 시즌에는 52경기 타율 0.191/26안타/5홈런/20타점에 그쳤고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치면서 팀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더욱 큰 문제는 유강남의 경우 7월 받았던 왼 무릎 반월판 연골 봉합 수술의 재활 기간만 꼬박 7개월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최소한 내년 2월까지는 재활이 불가피한 상황. 캠프 정상 합류나 정규시즌 개막 때 완벽한 컨디션으로 합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노진혁 역시 2년 간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2022년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뽐낸 센터 내야수였던 노진혁도 롯데 이적 이후인 2023년 타율 0.257/4홈런/51타점으로 성적이 급락한 이후 올 시즌에는 73경기서 단 157타석을 소화하면서 타율 0.219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노진혁. 사진=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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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주전으로 경기에 활용하는 것이 힘들었을 정도였다. 이뿐만 아니라 노진혁은 올 시즌에는 적은 수비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무려 8개의 실책을 범하는 등 수비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나마 한현희는 그나마 이들 2명과 비교하면 상황이 낫지만 영입 당시 기대했던 모습 역시 전혀 아니다. 롯데 입단 첫해였던 2023년 한현희는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104이닝을 소화하며 6승 12패 3홀드 평균자책 5.45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 한현희는 거의 구원투수로 집중하며 57경기서 76.1이닝을 던지며 5승 3패 8홀드 평균자책 5.19의 성적을 냈다. 팀 공헌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롯데 구원진이 무너진 여파 속에서 확실하게 제 몫을 해낸 것도 아니다. 최소한 필승조 역할은 확실히 해줬거나, 혹은 확실한 토종 선발투수로 자리잡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롱맨의 형식으로라도 팀에 기여해야 했는데 그 어느것도 하지 못하고 애매했다.
물론 2시즌 간 잦은 부상과 주전 경쟁 실패 등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유강남, 노진혁 등과 비교하면 한현희는 그나마 나은 경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롯데 마운드가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한현희가 거액 FA 몸값의 선수로서 역할을 크게 해줬다고는 누구도 얘기하기 힘든 수준의 성적을 냈다.
결과적으로 지난 2시즌간 롯데는 이들 3명의 외부 FA를 통해 확실한 영입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문제는 이들의 고액 몸값에 대한 부담이 최소한 2시즌은 더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3인은 FA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금을 받는 만큼 이적 이후 2시즌간은 적은 연봉을 받고 남은 3~4시즌에 잔여 연봉을 몰아서 받는 방식을 택했다.
한현희. 사진=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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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계약 세부 내용과 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롯데가 남은 2시즌 혹은 1시즌 동안 유강남, 노진혁, 한현희에게 지불해야 하는 연봉 규모가 껑충 더 뛰게 된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롯데는 이들 3명의 FA를 잡은 이후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전준우를 4년 최대 47억원에 붙잡고, 올 겨울 불펜 필승조 듀오 김원중(4년 최대 54억원)과 구승민(2+2년 최대 21억원)과 계약하며 집토끼를 붙잡은 것이 계약의 전부다. 실제로 최근 KBO가 발표한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의 합계 금액에 따르면 롯데는 경쟁 균형세(114억 2,638만원)에 거의 근접한 111억 5,018만원을 기록 중이다.
내년 이들 3인의 연봉이 더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한현희의 옵션 1년 계약이 발동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유강남과 노진혁에게도 2026년까지 앞선 2시즌보다 더 늘어난 고액의 연봉을 더 보장해야 한다. 내년 한현희의 연봉도 올해 3억보다 훨씬 늘어난 10억원이다.
결국 FA 먹튀 3인방은 현재 뿐만 아니라 롯데의 미래의 성장도 저해하며 발목을 잡고 있다. 이들이 지난 2시즌과 같은 모습을 계속 이어간다면 말이다. 이들 3인이 반드시 남은 계약 기간 반등해야 하는 이유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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