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2 (일)

이슈 프로배구 V리그

우여곡절 끝 새둥지 찾은 KB손해보험, 첫 경기 승리로 4위 등극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기자회견장으로 꾸려진 강의실에서 익살스런 표정을 짓는 마틴 블랑코 감독 대행.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부학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경기 전 기자회견을 위해 들어선 마틴 블랑코 남자배구 KB손해보험 감독대행은 농담을 던졌다. 인체해부 모형이 있는 강의실이 임시 기자회견장으로 마련됐기 때문이다.

22일 열린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2024~2025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경기는 경기도 의정부 경민대 체육관에서 열렸다. 기존 의정부체육관이 안전 문제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다. 두 차례 홈 경기를 인천과 안산에서 치른 KB손해보험은 이날부터 2월까지 경민대를 쓰기로 했다. KB 구단은 "홈 팬들을 위해 의정부 내에서 치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22일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경기가 열린 경기도 의정부 경민대 체육관. KB손해보험은 임시로 이 곳을 홈 경기장으로 쓰게 됐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KB 구단은 불의의 사태를 맞아 노력했다. 경민대 수업이 끝난 17일부터 닷새 동안 이날 경기를 위해 경기장 시설을 정비했다. 티켓 부스와 중계 대기실, 장비 등을 제작해 설치했다. 교내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셔틀 버스를 운용해 팬들의 이동을 도왔다. 1층 프리미엄 좌석도 만들었다. 선수 대기실, 심판 대기실 등은 급한 대로 강의실을 대여해 꾸몄다. 화장실 이용에 불편이 있긴 했지만, 푸드 트럭, 간이 용품 판매소 등 편의 시설도 꾸렸다.

경기장 시설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바닥에는 KB손해보험을 상징하는 노란색과 회색 코트가 깔렸다. 블랑코 감독대행은 "구단에서 새로운 경기장을 마련해줘서 감사하고 기쁘다. 홈 경기장 같은 느낌을 받았다. 코트와 높이도 완벽하다"고 했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도 "볼 속도나 적응 문제는 크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시야방해석을 제외한 전 관람석(1500석)이 매진됐다.

중앙일보

22일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경기가 열린 경기도 의정부 경민대 체육관. KB손해보험은 임시로 이 곳을 홈 경기장으로 쓰게 됐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KB는 최근 어려움을 연이어 겪고 있다. 미겔 리베라 감독이 건강 문제로 개막 전에 사퇴했다. 블랑코 대행 체제로 시즌을 꾸리다 이사나야 라미레스 남자 국가대표팀을 감독으로 선임하려 했으나 반발에 부딪혔다. 대한배구협회는 겸임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렸으나 한국배구연맹 이사회에선 2019년 의결 사항을 들어 반대했다.

그러나 경기력은 점점 올라가고 있다. 나경복, 황택의가 전역한 뒤 합류했고 오프시즌 영입한 베테랑 박상하와 트레이드로 데려온 차영석이 힘을 보탰다. 1라운드 1승 5패에 그쳤지만, 2라운드에선 3승 3패를 거뒀다. 3라운드 초반 3경기에서도 2승 1패를 따냈다.

그리고 새 안방에서 치른 첫 경기도 승리로 장식했다. KB손해보험은 한국전력을 세트 스코어 3-0(25-17, 25-23, 25-22)으로 이겼다. 안드레스 비예나가 블로킹 4개 포함 양팀 통틀어 최다인 19점을 올렸다. 세터 황택의는 서브득점 2개, 블로킹 3개를 잡아내며 6득점을 기록했다.

중앙일보

22일 경기도 의정부 경민대 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는 KB손해보험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연승을 거둔 KB손해보험(7승 9패·승점 21)은 삼성화재(5승 11패·승점 20)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3위 우리카드(8승 8패·승점 21)를 바짝 따라붙었다. 반면 새 외국인 마테우스 크라우척이 합류한 한국전력은 3연패를 당하면서 6위(7승 9패·승점 19)에 머물렀다.

블랑코 대행은 "경기 하나하나에 집중하자고 했다. 우리가 코트 안에서 보여야 할 부분들만 생각하자고 했다. 결과는 코트 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로킹 싸움에서 우세(11-7)를 보인 데 대해서는 "상대 분석을 철저히 하려고 노력했다. 그게 블로킹과 수비에서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비예나는 "이상한 느낌이고, 아직 적응되진 않았다. 승리를 따낼 수 있어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앞으로 남은 경기가 많지만 더 많은 변화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은 리그 초반 어려움이 있었다.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했기 떄문이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극복해 나가고 손발을 맞추면서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황경민은 "어제 연습을 처음 했는데, 의정부체육관이랑 구단에서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주고 팬들도 많이 와주셔서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이어 "저희 연고지가 의정부이기 때문에 경기를 하는 게 맞고, 다른 지역에서 하는 것보다는 의정부 구단으로서 자부심을 생각해도 낫다"고 말했다.

의정부=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