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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고척돔 입성'…데이식스가 되새긴 것은 '사랑'[노컷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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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데뷔 9년 만에 국내 밴드 최초로 고척 스카이돔 진출
'예뻤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역주행 이어 신곡도 두루 인기
멤버 전원 여백기 마치고 2024년을 데이식스의 해로 만들어
'콩그레츄레이션'부터 '녹아내려요'까지, 30곡 무대 선보여
9곡 무대는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들려줘
원필과 영케이, 감격에 젖어 울컥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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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일 이틀 동안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연말 단독 콘서트 '더 프레젠트'를 연 밴드 데이식스. 데이식스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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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까지만 해도 '사랑한다'나 '사랑해'라는 말을 잘 넣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게 '뭔지 알고 쓰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생각이 바뀐 건 그해 밴드 유투(U2) 공연을 보고 난 후였다. 관객을 향해 "러브 유 올!"이라며, "형님들께서 사랑을 전파"하는 모습을 보니 "그들이 가진 사랑의 크기가 줄어드는 거 같지 않고 커지고 증폭되는 느낌"을 받았다. 나아가 "이 사랑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 위에서 "러브 유!"라거나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것에 너무 각박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영케이는 드디어 외쳤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국내 밴드 최초로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 진출한 데이식스(DAY6)는 21일 저녁 6시 열린 연말 단독 콘서트 '더 프레젠트'(The Present) 마지막 날 공연에서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사랑'을 말했다. 실내 공연장으로는 가장 큰 규모인 고척돔에 오기까지, '마이 데이'(공식 팬덤명)의 크고 깊은 사랑과 응원이 있었음을, 곱씹고 되새기듯 말하고 또 말했다. "진짜 사랑으로 막 넘쳤으면"(영케이) 좋겠다고 했고, "여러분들의 삶에 사랑이 가득했으면"(성진) 하고 바랐다.

2015년 9월 7일 낸 데뷔 앨범 '더 데이'(The Day) 수록곡 '컬러스'(Colors)로 공연을 시작했다. 물감이 물에 퍼지는 것 같은 효과를 준 화면에, 멤버들의 시원한 보컬이 더해졌다. 짙푸른 바다가 펼쳐졌던 '누군가 필요해' 무대에선 도운이 드럼 스틱을 움직일 때마다 화면 속 픽셀이 깨지는 효과가 나타나 시선을 끌었다. 가장 최근 앨범인 '밴드 에이드'(Band Aid) 수록곡 '괴물' 무대를 마치고, 데이식스는 첫인사로 '고척돔 입성'을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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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는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한 무대를 선보였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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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필은 "진짜 이런 날이 온다, 저희에게도. 지금 저희가 서 있는 곳은 바로 고척돔"이라며 "데이식스 고척 스카이돔 입성 축하한다!"라고 외쳤다. 그는 "진짜 믿기지가 않는다. 저희가 작년만 해도 12월 '프레젠트' 공연을 화정체육관에서 했었는데, 24년에는 고척돔에서 하게 돼서 굉장히 의미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멤버 중 마지막으로 원필이 전역하면서 여백기(데이식스는 군 공백기를 '여백기'로 표현한다)에 마침표를 찍은 데이식스는 지난해 12월 서울 성북구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크리스마스 스페셜 콘서트 '더 프레젠트 : 유 아 마이 데이'(The Present : You are My Day)를 열었다. 압도적으로 커진 공연장 규모와, '스페셜 콘서트'라는 이름에 맞게 데이식스는 숱한 연습과 노력으로 빚은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함께 새롭게 편곡한 무대였다. 네 번째 곡이었던 '아직 거기 살아'부터 '그게 너의 사랑인지 몰랐어' '예뻤어' '마치 흘러가는 바람처럼' '콩그레츄레이션스'까지 초반부 5곡과, '아임 파인'(I'm Fine) '나만 슬픈 엔딩' '스위트 카오스'(Sweet Chaos) '러브 미 오어 리브 미'(Love me or Leave me)까지 앙코르 전 4곡까지 총 9곡을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으로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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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가 '카운터' 무대를 하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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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거기 살아' 무대에서 어둠이 걷히고 오케스트라가 나타났을 때는 살짝 전율을 느꼈다. 성진의 미성과 원필의 피아노 독주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콩그레츄레이션스!'에선 도입부의 묵직하면서 힘찬 드럼 연주가 귀를 사로잡았다. 역주행에 성공해 더 널리 알려진 '예뻤어'에선 관객석의 휴대전화 플래시 이벤트로 장관이 펼쳐졌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기타와 드럼 연주의 매력을 느낀 '아임 파인', 곡의 비장한 분위기와 꼭 맞는 까랑까랑한 보컬이 돋보인 '러브 미 오어 리브 미'는 처음과 끝을 장식한 악기 연주가 백미였다. 2만여 명이 들어찬 큰 공연장이었음에도, 악기 소리의 둥둥거리는 울림이 발끝까지 전해질 정도로 힘찼다.

원필은 '마치 흘러가는 바람처럼' 무대 때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듯 고개를 숙이고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콩그레츄레이션스' 무대가 끝나고 나서는 잠시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영케이는 "이 노래('콩그레츄레이션스')를 여기서 부르고 있네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 곡 자체에 집중된다기보다 이 '상황'에 좀 더 신경이 가기 시작하더라"라며 "이 광경을 덤덤하게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굉장히 감격스럽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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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 성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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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여쭤보도록 하자"라고 한 영케이가 "많이 기다렸다"라며 운을 떼자, 원필은 "죄송하다. 저희가 이런 무대에 있을 수 있다는 게 너무, 그냥 너무, 감사한 마음에 조금 그랬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영케이가 눈물이 흘렀는지 안 흘렀는지를 집요하게 따져 묻자, 원필은 "안 흘렸다"라고 해 장난스러운 야유를 받았다. 성진은 원필의 얼굴만 보면 "눈물로 한 1리터 뽑은" 것 같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금 더 가까이 관객석에 닿을 수 있는 돌출 무대도 마련했다. '카운터'(COUNTER)와 '망겜' '도와줘요 락앤롤(Rock&Roll)' 등 빠른 템포의 곡이 연이어 나왔다. 신남의 정점은 공감 가는 찡한 가사로 널리 사랑받은 '해피'(HAPPY)가 찍었다. '행복했던 날들이었다'와 '어쩌다 보니'는 데이식스와 마이데이의 환상적인 호흡이 빛났다.

공연장을 뒤덮은 열기 덕일까. 잠시 건반이 고장 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성진은 "아따, 여러분들! 분위기가 너무 뜨거워가지고 장비가 고장 났나 보다"라고, 영케이는 "여러분이 해냈다! 또 얼마를 해 먹은 거야? 어쩐지 조용하더라"라고 말했다. 영케이는 "실제로 너무 큰 진동이 있거나, 여러분의 열기가 너무나도 뜨거웠을 때 열을 먹어가지고 장비가 고장 날 수도 있는데 둘 다 원인이지 않을까. 여러분들 잘하셨다"라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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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 영케이.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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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건반은 정상 작동됐다. 영케이는 마이데이를 보며 "진짜 목청들이 정말 좋고, 그냥 지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노래를 잘 부른다. 이 마이데이라는 민족에 자부심이 생긴다"라고 극찬했고, 멤버들의 연주에 마이데이가 노래로 화답했다. '둘도 아닌 하나' '힐러'(Healer) '좋아합니다'를 떼창했다.

본 공연의 후반부는 '아 왜'(I Wait) '어떻게 말해' '슛 미'(Shoot Me) 등 한층 록의 색채가 강한 노래가 채웠다. 그중에서도 '슛 미'는 '데이식스표 록 사운드'의 정수였다. 마이데이 역시 '슛 미!' '뱅뱅뱅' 하는 추임새로 호응했다. 도운의 드럼, 영케이의 베이스, 성진의 기타가 차례로 나왔다. 베이스 독주는 영케이의 제안으로 추가된 것이었다.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영케이는 다시 한번 베이스를 둘러메고 독주에 나섰다. 그는 "뭔가를 여기에 넣으면 재미있겠다, 나 베이스 여기 차지할 거야 했다"라고 덧붙였다. 성진은 "영케이씨가 그 부분을 실제로 욕심을 내서 적극 추천해 줬다"라고, 원필은 "진짜 찰떡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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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 원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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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의 예상을 뒤엎을 수 있는" 무대를 위해 고심했다는 영케이는 여러 가지 버전을 짰고, 다른 베이시스트의 연주는 어땠는지 모니터했고, 연주할 때 이것저것 바꿔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게 베이스의 숙명이긴 하다"라고 한 영케이는 "그런 것(변주)을 찾는 재미도 있다"라며 "여러분 덕분에 요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베이스에 좀 더 재미를 붙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22곡의 무대를 선보인 데이식스는 '데식 뉴스'라는 영상물을 공개한 후 이동차(토롯코)를 타고 등장해 활짝 웃고 춤사위를 뽐내는 등 온몸으로 즐거움을 표현했다. '세이 와우'(Say Wow) '바래' '싱 미'(Sing Me) '프리(Free) 하게' '웰컴 투 더 쇼'(Welcome to the Show) '베스트 파트'(Best Part) '녹아내려요'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까지 앙코르만 8곡을 했다.

천장에 둥둥 떠 있던 검은 동그라미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이는 '녹아내려요' 때 등장할 화려한 풍선이었다. 단숨에 알록달록한 동화 속 세계에 진입한 것만 같았다. '베스트 파트' 때는 팬들이 준비한 '나의 청춘이 되어준 데이식스에게 영원이란 약속을 선물할게'라는 슬로건을 드는 이벤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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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 원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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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앙코르 끝 곡은 또 하나의 역주행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였으나, 마지막 날 공연인 만큼 '앙코르 요청'이 거셌기에 데이식스는 한 곡을 더 불렀다. 바로 미니 8집 '포에버'(Fourever) 타이틀곡 '웰컴 투 더 쇼'였다.

원필은 "올해도 마이데이분들 덕분에 저희가 다 버틸 수 있었다. 계속 나아갈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뭐 특별히 안 하셔도, 존재만으로도 저희는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엄청 받는다"라며 "계속 좋은 음악과 좋은 공연으로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여러분들에게 자랑스러울 수 있는 밴드 데이식스가 되도록 정말 많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고척돔 입성 소식이 나왔을 때 스태프들이 더 좋아했다는 성진은 "저희 데이식스, 이렇게 고척까지 오게 되는 밴드가 되었다. 물론 저희도 노력을 했지만, 여러분들이 진짜 많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저희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며 "내년에 웃으면서 보도록 하자. 오늘 저희랑 놀아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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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는 총 2회 공연으로 3만 8천 관객을 만났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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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운은 "항상 행복하고 다 좋기만 할 순 없지 않나. 여러분이 힘들 때도 저희는 계속 나무처럼 서 있을 테니까 언제든지 저희한테 와라.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다"라며 "제일 최고로 행복한 게 뭐냐고 하면 항상 '무대 위'라고 한다. 공연하면서 (여러분이) 기뻐하는 표정을 보면, 우리가 이렇게 좋은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구나 느낀다"라고 전했다. 이어 "더 성장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영케이는 "2024년 정말로 뜻깊은 한 해였던 거 같다. 데이식스는 오랫동안 진짜, 진짜 열심히 달렸다. 근데 이런 날이 또 온다. 하고 싶은 얘기가 뭐냐면, 고맙다. 우리 이렇게 계속 무대 설 수 있게 해 주셔서, 앞으로를 또 꿈꿀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하다가 감정이 차오르는 듯 잠시 침묵을 지켰다. 내년 10주년을 기대해 달라는 당부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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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가 팬들이 준비한 슬로건을 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 데이식스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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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니 8집 '포에버'와 미니 9집 '밴드 에이드'를 낸 데이식스는 단독 콘서트도 3차례나 열었다.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360도 개방 공연으로 사흘 동안 3만 4천 관객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세 번째 월드 투어 '포에버 영'(FOREVER YOUNG) 공연으로 사흘간 4만여 관객을 만났다. '선물콘'으로는 고척돔에서 총 2회 3만 8천 관객과 함께했다.

내년에도 데이식스는 홍콩, 가오슝, 로스앤젤레스, 뉴욕, 도쿄, 시드니, 멜버른 등 세계 각지 도시에서 월드 투어 '포에버 영'으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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