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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12명 자녀 둔 '아빠 머스크'…체육·음악 수업 없는 학교, STEM 강조한 '교육 실험'[머스크X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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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머스크의 사립학교 '애드아스트라'는 어떤 곳

2014년 캘리포니아 이어 올해 텍사스에 설립

문제해결 능력 향상에 교육 초점

"사회적 선전이 교실에 있어선 안돼" 강조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교육이 보통의 학교에선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해봤는데요. 아마도 학교를 (직접) 만드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테슬라, 스페이스X 등 6개 기업을 운영 중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2015년 중국의 한 방송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머스크 CEO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12명의 자녀를 둔 '아빠'다. 그는 중국 방송에 나가기 1년 전인 2014년 캘리포니아 LA 근처 호손에 자녀 다섯을 위한 사립 학교인 '애드아스트라(Ad Astra)'를 설립했다. 본인의 자녀 교육을 위해 시작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 머스크 CEO는 자신만의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한 이른바 '교육 실험'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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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아들 '엑스 애시 에이트웰브(X Æ A-12)'를 목마 태우고 걷고 있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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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 같은 학교 구상…체육·음악 등은 안 가르쳐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머스크 CEO가 어린이들에게 과학·공학 등을 중심으로 교육하는 사립학교 애드아스트라를 텍사스주에도 개원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기존 애드아스트라가 캘리포니아에 있었다면, 이번에 개원하는 학교는 스페이스X 기지를 지어둔 텍사스주에 구축했다. 텍사스주 당국이 지난달 초기 허가를 내주면서 머스크 CEO는 21명의 학생을 수용하는 학교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블룸버그는 머스크 CEO가 자신의 어린 자녀들이나 회사 직원들의 자녀들을 염두에 두고 학교를 또 만든 것이라고 추정했다. 머스크 CEO의 자녀 12명 중 6명은 최근 5년 이내에 태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보도에 따르면 이 학교는 미국의 유명한 사립 아동 교육기관인 몬테소리 스쿨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된다. 특히 과학·기술·공학·수학(STEM)에 방점을 둔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학교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차세대 문제 해결자와 설계자들에게 호기심, 창의성, 비판적 사고를 기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아이들이 문제를 탐구·실험하고 해결책을 발견하도록 장려하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에 중점을 둔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2014년 처음 학교를 개설할 때부터 실험실 같은 학교를 구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18년 6월 머스크 CEO가 자녀를 위해 비밀리에 운영 중이던 애드아스트라와 관련한 보도를 하면서 학생들이 로봇공학, 인공지능(AI) 등을 파헤치는 '벤처캐피털 인큐베이터' 같은 학교였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이 학교에서는 코딩, 수학, 컴퓨터과학, 화학 등을 가르쳤으며 체육, 음악, 언어 교육은 커리큘럼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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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 보카치카 내 스페이스X 본사와 발사체 주요 테스트 장소가 있는 기지의 모습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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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애드아스트라 학교장은 WP에 커리큘럼이 주로 문제 해결 능력 향상에 맞춰져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일례로 학생들에게 미국, 중국, 북한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역할을 준 뒤 3자 핵 협상을 진행하도록 하는 식이다. 과제를 주거나 성적 평가를 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주제를 팀 단위로 공부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텍사스주에 새로 설립될 애드아스트라도 이와 비슷한 교육 커리큘럼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내용을 보면 실습 학습 자료를 통해 STEM 개념을 탐구하고 개개인의 속도에 맞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끔 만든다고 소개한다. 홈페이지에는 이 학교가 3~9세 어린이의 입학 신청을 받았으며 올해 가을에 문을 연다고 돼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기자가 최근 평일 아침에 방문했을 때 학교 문이 닫혀 있고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고 학생도 없었다고 전했다.
"학교서 진보주의적 세뇌 교육" 비판한 머스크
글로벌 기업을 이끌며 세계 1위 부호에 등극할 뿐만 아니라 차기 미국 대통령의 '퍼스트 버디'로 불리는 머스크 CEO의 교육 방식은 주목받고 있다. STEM과 실험을 중요시한 커리큘럼은 머스크 CEO의 평소 교육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 유세 현장에서 머스크 CEO는 "(현재 미국 학교의) 교육에 상당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에게 삶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하며, 그 어떠한 사회적 선전도 교실에 남아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머스크 CEO의 이러한 교육관은 자녀 양육 과정에서 겪은 개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명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이 쓴 전기 '일론 머스크'를 보면 머스크 CEO가 미국의 학교가 "진보주의적 세뇌 교육을 한다"며 우려한 모습이 나온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자신의 자녀 비비언 제나 윌슨과 불화를 겪으며 제나의 가치관에 학교 교육이 영향을 줬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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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 오른쪽)와 그의 자녀 비비언 제나 윌슨(사진출처=비비언 제나 윌슨 SNS)


"제나가 사회주의자를 넘어 완전한 공산주의자로 변해서 부자는 모두 악하다고 생각하면서 다툼이 격렬해진 겁니다. 아이들은 열네살 정도까지 그곳(로스앤젤레스 사립학교 크로스로드)에 다녔어요.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진짜 세상을 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다른 학교로 진학시켰지요. 애드아스트라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게 했어야 했어요."

블룸버그도 머스크 CEO의 자체 교육기관 설립이 '깨어있음', '각성'으로 번역되는 정치적 올바름을 추가하는 개념인 '워크(woke)' 교육이 중시되는 미 교육계의 진보적 성향에 반발한 것이라고 짚었다. 머스크 CEO는 지난 8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많은 학교가 백인 소년들에게 스스로 미워하도록 가르치고 있다"며 "이를 멈춰야 한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머스크 CEO의 이런 행보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에 강조한 교육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선 공약인 '아젠다 47'에서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젊은이들에게 부적절한 인종·성·정치적 자료를 주입하는 대신, 우리 학교들은 아이들이 직업 세계에서 성공하도록 준비시키기 위해 완전히 재조정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 CEO의 교육 실험은 미성년자를 위한 학교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미 언론들은 머스크 CEO가 텍사스에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STEM에 중점을 둔 교육 기관을 초등·중등뿐만 아니라 대학교로 확대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대학은 실무 중심 커리큘럼의 공과대학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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