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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스포츠 라운지] “허미미처럼 태극 마크 달고 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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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샛별 재일교포 홍유순

여자 농구에 새로운 스타가 나왔다. 신한은행 홍유순(19). 지난 16일 아산 우리은행과 WKBL(여자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4경기 연속 더블더블(득점·도움·리바운드 등 공격 두 부문에서 두 자릿수 기록을 올리는 것)을 일궜다. 신인으로선 최다 연속 기록. 이전 신인 시절 박지수(26·갈라타사라이)의 2017년 기록(3경기)을 갈아치웠다.

지난 18일 경기 부천체육관 농구장에서 만난 홍유순은 이날 오전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왔다. “힘들지 않다. 뛰고 싶다”며 웃었다. 지난 5일 부천 하나은행전에서 14점 10리바운드, 9일 BNK전 13점 13리바운드, 14일 용인 삼성생명전 10점 12리바운드, 우리은행전 12점 14리바운드 3어시스트. 홍유순은 “연속 기록이 걸린 경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꼭 새 기록을 세우고 싶어서 더 열심히 뛰었다”면서 “부담은 느끼지 않았지만 막상 해보니 실감은 아직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교포 4세다. 어머니는 일본에서 아마추어 농구 선수로 활동했고, 오빠 역시 농구 선수였다. 그는 “엄마랑 오빠가 농구를 하고 있어서 보고 있으면 너무 재밌어 보였다. 그래서 나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중학교까지는 재일 민족학교(조선학교)에 다니면서 농구에 입문, 고교 때 선수로서 길을 택했다. 그는 “전국대회 우승을 노리는 강팀이었다”면서 “주전 경쟁이 힘들었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강해졌다”고 했다.

대학도 농구부가 있는 오사카산업대로 진로를 결정했지만 분위기가 느슨했다. “고교 땐 모두 우승을 위해 한마음으로 뛰었다. 훈련도 열심이었다. 근데 대학에선 그런 열정이 없더라. 더 성장하기는 어렵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적이 한국이라 일본에서는 외국인 선수로 활동하면 출전 기회가 제한되는 규정이 있어 한국행을 결심했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 되지만 그럼 뿌리를 잃는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W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179㎝ 장신을 토대로 공수에서 빛나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14경기 출전 평균 6점(26위), 리바운드 5.36개(12위), 2점슛 성공률 56.3%(2위). 그는 “아직 부족한 게 많다. 몸싸움도 어렵고, 슛도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개인기를 위주로 한 경기 운영이 주였지만 여기선 팀플레이가 중요하고 몸싸움이 많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근육 훈련을 강화하면서 극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와 여러모로 비교되는 BNK썸 김소니아(루마니아 출신 한국 교포)와 맞대결은 성장의 밑거름이다. “소니아 언니는 정말 강한 선수더라. 그 언니와 매치업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많이 느꼈다. 이런 경험이 결국 성장시켜줄 거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홍유순 활약 덕에 신한은행은 시즌 초반 11경기 2승 9패로 최하위에서 이후 4경기 3승을 쓸어 담으며 5위로 올라섰다. 시즌 초반 홍유순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우왕좌왕했다. “그냥 긴장만 했던 거 같다. 뭘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뭘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경기가 끝났다”고 했다. 초반엔 출전 시간도 들쭉날쭉했지만 “팀 언니들이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하라’고 해줬다. 출전 기회가 늘어나면서 언니들 말처럼 ‘할 수 있는 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확실히 알게 되면서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BNK전에선 40분 풀타임 출전을 소화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 음식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 그는 “떡볶이를 정말 좋아한다. 삼겹살도 맛있다. 한국 음식은 다 맛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면서 “한국 과자나 빵도 정말 좋아해서 운동 안 할 때는 주로 먹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일본이 그립거나 하진 않는다. 부모님은 보고 싶지만 자주 연락하고 있다. 부모님은 ‘최근 활약이 좋다고 으스대지 말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다녀라’고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 단비 언니처럼 팀의 중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신인왕도 받고 싶지만, 결국 팀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처음 입단할 때 유도 허미미 선수처럼 국가대표를 달고 싶다고 말했는데, 국가대표가 된다면 그곳에서도 중심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양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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