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0.1% 오른 1435.5원 기록… 외국인 국내 증시 순매수 영향
李 "내년 물가 상승률 2% 밑돌아… 물가보다 심리 영향 걱정"
정치적 불확실성 여전… 투자심리 회복까진 다소 시간 걸릴 듯
당국 "변동성 과도하면 적극 개입…외환보유액 충분한 수준"
원·달러 환율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2주일 만에 36원 뛰면서 연일 144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지만 꺾인 투자 심리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대로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3.4원 내린 1435.5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전날보다 0.1원 오른 1439.0원으로 출발한 뒤 장 초반 방향을 바꿔 낙폭을 키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결정을 하루 앞두고 경계 심리가 고조된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수가 환율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면서다.
환율은 지난 14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여전히 143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일 오후까지 1400원 부근에서 등락하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같은 날 야간거래에서 급등해 4일 0시 20분에는 1442.0원을 기록했다. 이후 1410원대에서 움직이다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폐기되며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1430원대까지 고점을 높였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긴 했지만 리더십 공백 사태가 이어지는 만큼 외환당국과 시장에서는 투자 심리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정치 프로세스가 안정되면 경제도 정상화되지 않을까 한다"며 "예상치 못한 불필요한 충격에 경제 심리가 너무 떨어져 있는 만큼 빨리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고환율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져 강달러 현상이 심화된다면 이에 따른 부작용도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2개월 연속 수입물가가 올랐다. 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수입물가 상승은 향후 수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환율이 1430원으로 유지되면 우리 물가가 0.05%포인트 정도 오를 것"이라면서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1.9%인데 1.95%로 오른다고 보면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물가 상승률이 2% 밑에 있는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선 환율 변화가 (물가보다) 금융 안정이나 심리에 주는 영향을 더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총재는 "비상계엄 직후 환율 변동성이 높아져 개입 등으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을 했고 지금은 다시 안정돼서 전반적으로 달러화와 같이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나 4100억 달러 밑으로 내려가는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앞으로도 변동성이 커지면 계속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외신간담회에서 "달러 강세에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 발생 후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나 상황 진전에 따라 변동성은 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변동성이 과도하게 나타나면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주경제=서민지 기자 vitami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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