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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화)

장성규,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한다 [연예기자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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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장성규. 사진|스타투데이DB


입으로 흥했다가 입으로 망한 자들은 숱했다. 요즘 방송인 장성규를 보면 이 말이 딱 떠오른다. 불쾌한 말, 선 넘는 말, 위험한 말 투성이다.

장성규는 지난 16일 첫 방송된 KBS2 새 예능 ‘세차JANG’에서 또 사고를 쳤다. 길거리 노래 토크쇼 ‘2장1절’을 새단장, 장성규와 장민호가 세차장 사장으로 변신해 셀럽들의 차를 손 세차해주며 차와 근황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다. 이날 두 사람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세차장에서 첫 게스트로 나온 메이저리거 출신의 은퇴한 야구 스타 추신수를 맞았다.

‘고추’라는 이름의 예약 손님에 대해 추측(‘고추’는 추신수의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GO~CHOO~(가라 추신수)’ 응원을 말한다)하는 시작부터 아슬아슬했다.

장성규가 “어떤 고추일까, 작은 고추일까?”라고 묻자, 장민호는 “큰 고추밭을 갖고 있거나, 고추 아가씨가 연상된다”고 적당히 답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장성규는 “KBS도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고자 너튜브 감성으로 진짜 고추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고추의 대명사인 정자왕, 고추왕일 수도 있다”고 슬슬 수위를 높였고, 장민호는 “얘 어떻게 좀 해봐”라며 난처해했다.

‘고추’의 정체는 추신수였다. 그가 타고온 차 얘기에 이어 추신수는 음주운전 얘기가 나오자 다시 한번 반성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장성규가 운동선수의 루틴을 묻자 추신수는 “엄청 많다. 그 루틴을 다 하려고 야구장에 일찍 간다. 옷을 입거나 신발 신는 걸 다 왼쪽부터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장성규는 “좌파세요?”라며, 그걸 농담이라고 물었다. 장민호는 “죄송하다”고 대신 사과했고, 추신수는 당황스러워했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진 정국에 나온 장성규의 발언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녹화 시점이 12.3 계엄사태에 앞섰다고 해도 부주의하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당당히 밝히는 건 자유다. 그 성향에 대해 비난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상대방의 정치적 성향을 묻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 토크쇼에선 상대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끌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대와 사회에 따라 조심해야 할 질문이 있다. 이날 방송은 제작진의 편집도 무신경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지만, 무엇보다 앞뒤 가리지 않는 장성규 발언의 무신경함, 불편함이 두드러졌다.

아나운서 출신 장성규는 예능감으로 떴다. 그의 입담은 B급에 가깝고, 유튜브 시대에 잘 맞았다. 그러나 누가 들어도 유쾌하고 선을 적절히 지키는 입담의 소유자들이 오래 간다. 장수하는 방송인들은 그게 다르다.

입담으로 흥해서 건물주가 된 장성규. 하지만 요즘의 장성규는 불안의 연속이다. 장성규는 이달 초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서 배드민턴 스타 이용대의 집에 초대돼 누가 묻지도 않은 아내의 그날, 아내 앞에서의 대변 실수 등을 마구잡이로 꺼내 다수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어 지난달 말 공개된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선 강아지 모델료가 하루 1000만원이라는 말에 장성규가 스태프들에게 “진짜? 너희는 개만도 못한 거다”라고 말했다가 막말 논란으로 뭇매를 맞았다.

농담한건데 뭘 그리 흥분하냐고? 농담을 가르는 객관적 수치 같은건 없다. 듣는 사람이 유쾌하면 농담이고, 불쾌하면 눈치껏 줄여야 한다. 사석에서라면 몰라도, 방송 특히 남녀노소 누구나 볼 수 있는 지상파 방송에 나와서 하는 말은 가려야 한다. 입으로 흥한 개그맨, 쇼핑호스트, 방송인들이 숱하게 말실수로 사라졌다.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한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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