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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어려운 산모와 아기에게”...또 6000만원 기부한 익명의 나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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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누적 성금 6억7200만원

발신제한번호 통화, 현금과 손편지 남겨

남성 목소리 외에는 신원 몰라

지난 2017년부터 이름도 공개하지 않고 경남 지역사회와 이웃에 따뜻한 온정을 전해 온 ‘천사’가 연말을 맞아 6000여만원의 성금을 또 기부했다. 모금기관 직원들에게도 신원을 숨기고 선행을 이어오면서 그동안 기부한 성금은 6억7200만원에 달한다.

조선일보

16일 오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 앞 모금함 뒤에 경남 익명의 기부자가 두고간 현금 6054만7260원과 손 편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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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9시 30분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에게 발신번호가 제한된 전화가 걸려왔다. 남성 목소리인 상대방은 “사무국 앞 모금함 뒤에 성금을 두고 간다”며 짧은 용건만 밝히고 통화를 마무리했다.

사무국 입구에 비치된 모금함 뒤에는 상자를 담은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이 100장씩 12묶음을 비롯해 10원짜리 동전까지 총 6054만7260원이 들어 있었다. 모금회 직원은 “이 분이 연말에 기부할 때는 10원짜리 동전도 포함돼 있어 기부를 위해 따로 부은 적금을 인출해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금이 든 상자 안에는 손수 써 내려간 편지도 함께 있었다. 이 남성은 기부금을 전할 때마다 도움을 주고 싶은 대상과 이유를 적어둔다. 편지에는 “해마다 신생아 수 급감으로 미래 우리나라의 존립이 우려스럽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고위험 신생아, 조산아, 저체중 아기들이 잘 성장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내년에는 우리 이웃들의 산모와 아기들이 다 건강하길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2024년 12월 어느 날”이라고 적혀 있었다.

조선일보

16일 오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국 앞 모금함 뒤에 익명의 기부자가 두고 간 현금 6054만7260원과 손 편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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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 남성은 수년째 신분을 밝히지 않고 지역사회에 따뜻한 온정을 전해 오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연말은 물론 안타까운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성금을 보내왔다.

올해는 지난 7월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성금 500만원을 맡겼다. 지난 2022년 11월에는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해 1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2019년 진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 2020년 하동 등 남부 지방 호우 피해 지원 때도 어김없이 성금을 냈다. 이 익명의 기부자가 지금까지 모금회를 통해 기부한 누적 성금만 6억7200여만원에 달한다.

모금회 직원은 이 남성의 뜻에 따라 따로 신원 확인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모금회 관계자는 “기부 초창기에 개인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을 이야기했는데 거절하셨다”면서 “전화 속 목소리로 볼 때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 남성으로 보이는데 기부자 본인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생활고를 겪는 고위험 신생아 및 조산아를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창원=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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