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국가대표 반효진이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파리올림픽 금메달 순간을 떠올리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한주형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겁 없는 여고생 총잡이. 반효진(17·대구체고)은 올해 한국 스포츠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사격 스타다. 지난 6월 국제사격연맹(ISSF) 뮌헨 월드컵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던 그는 한 달 뒤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 사격 역사상 최연소 금메달 기록(16세10개월18일)을 세우고, 한국 선수단 하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면서 단숨에 '올림픽 스타'로 떠올랐다.
그 후 5개월. 반효진은 올림픽 금빛 총성의 기운을 꾸준하게 이어갔다. 지난 10월 경남 전국체전에서 2관왕뿐 아니라 결선 비공인 여자 주니어 세계기록(253.6점)도 작성했다. 연말을 맞아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반효진은 "많이 바쁘고 힘든 한 해였지만 그만큼 행복하고 뜻깊은 2024년을 보냈다. 올해는 나 자신한테 '정말 수고했다'는 의미로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다"면서 활짝 웃었다.
전국체전과 국가대표 선발전 일정을 마친 뒤 반효진은 바쁜 일상을 이어갔다. 그는 "올림픽이 끝나고 학교 사격부원들한테 밥 한번 크게 샀다. 얼마 전에는 기말고사도 다 봤다. 나름대로 시험을 잘 본 것 같다"며 "올림픽 이후 여행을 꼭 가고 싶었는데 바쁜 일정 때문에 가지 못했던 건 아쉽다"고 말했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지고, 격려와 축하를 받으면서 달라진 일상을 실감한다. 그러나 반효진은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요즘 들어선 기본에 충실하자며 마음가짐을 다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반효진은 '사격 천재'로 불린다.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 때 TV로 경기 장면을 보고 사격에 푹 빠졌던 그는 마침 사격부에서 활동 중이던 친구의 권유로 사격에 입문했다. 그리고 3년 뒤 올림픽까지 나가 덜컥 금메달을 따냈다. 본인이 천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반효진은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알지 못하던 사격 재능을 발견했던 건 그만큼 운도 따라줬다고 본다. 또 운을 실력으로 바꿀 만큼 노력도 많이 해왔다"고 덧붙였다.
과감한 격발과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스타일은 '세계 최고 반효진'을 이끈 장점으로 꼽힌다. 반효진은 첫 올림픽에도 결선에서 연장 슛오프 끝에 0.1점 차 승리를 거둬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메달 욕심보다 '결선만 올라가자'는 마음으로 파리올림픽에 나섰다. 사람이니까 당연히 긴장도 됐고 얼굴도 빨개졌다. 그래도 내가 대표팀뿐 아니라 선수단 전체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니까 부담은 크게 안 가지려고 했던 것 같다. 결선 때는 긴장을 삼킬 만큼 메달을 따겠다는 간절함이 컸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런 경기를 했지' 하고 놀라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반효진은 과거에 찍힌 사진 한 장으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훈련 중 노트북에 붙은 쪽지 사진이었다. 쪽지에는 '어차피 이 세계 짱은 나다'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난 2월 경기가 뜻대로 잘 안 풀려 자기최면을 걸기 위해 붙인 쪽지의 문구처럼 반효진은 얼마 있다가 '세계 짱'이 됐다.
반효진은 "사실 쪽지를 붙인 당시는 화가 많았을 때였다. 운동이 잘 안 돼 스스로 컨트롤하자는 의미에서 썼다. 이후에 훈련 일지 안에 붙이고 남겨놓은 뒤에 잠시 잊고 있었는데 올림픽 직후에 화제가 됐더라"며 쑥스러워했다.
그래도 지금은 쪽지가 반효진에게 행운의 존재가 됐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도 따고, 전국체전 2관왕을 했을 때도 그 쪽지는 내 훈련일지에 붙어 있었다. 지금도 대회가 열릴 때마다 갖고 다닌다. 내겐 부적 같은 의미의 쪽지"라며 "올림픽 금메달 기운이 묻은 쪽지를 조심히 갖고 다룰 생각이다. 틈틈이 보면서 내년에도 좋은 기운을 이어가고 싶다"면서 웃어 보였다.
반효진은 내년에도 쉼 없이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이어간다. 머릿속엔 벌써부터 내년 목표를 하나둘 채우고 있다. 내년 사격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등을 통해 올림픽 금메달의 기세를 이어가려는 반효진은 "내 사격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첫 발판을 잘 놓은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 훗날에는 올림픽뿐 아니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등 모든 대회를 휩쓰는 그랜드슬램도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효진은 세계 최고를 지키는 것과 함께 내년 또 다른 '소박한 꿈'도 밝혔다. 그는 "한 일주일 정도 푹 쉬고 싶은데 올해는 시간이 안 났다. 내년에는 많은 목표를 이루고서 꼭 어디든 일주일 정도 여행을 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금메달만큼 꼭 이루고 싶은 다짐처럼 느껴졌다.
[김지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