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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권력 공백에… 시리아 반군 세력들 서로 총부리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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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2일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 있는 마제흐 군사 공항에서 이스라엘 공급에 맞서 대공포를 발사하고 있다. 마제흐 공항은 지난 8일 반군이 다마스쿠스를 점령하면서 붕괴된 알아사드 정권이 군수물자를 보관하던 곳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알아사드 정권 붕괴 직후 시리아 여러 군사시설에 수백여 차례에 걸쳐 공습을 가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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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父子) 세습을 통해 53년간 시리아를 독재해온 알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뒤, 갑작스럽게 권력 공백 상태에 놓인 시리아를 둘러싸고 주변 열강들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반군 내 최대 세력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과도 정부를 내세워 시리아 정국 안정을 주도하려 하고 있지만, 미국과 튀르키예 등 강대국은 자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다른 반군 세력을 지원하며 물밑 경쟁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영토까지 군 병력을 배치해 영토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2일 요르단을 방문해 “우리는 과도 정부 전환이 시리아의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이 시기에 시리아 내부에서 어떤 갈등도 촉발하고 싶지 않다. 그중 일부는 (테러 단체) IS가 추악한 머리를 들이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요한 건 우리가 지원해 온 시리아민주군(SDF)”이라고 밝혔다. 과도 정부를 구성한 HTS가 아니라 그간 미국 지원을 받아 IS 격퇴에 공로를 세웠던 쿠르드족 반군 세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현재 시리아 영토는, 반군 내 최대 세력인 HTS를 비롯해 미국의 지원을 받아 온 SDF와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국가군(SNA), 지역 반군 등이 분할 점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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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시각) 시리아 하사카에서 반군이 수도를 점령하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한 뒤 쿠르드족이 이끄는 시리아민주군(SDF) 대원들이 길가에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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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HTS가 2001년 9·11 테러의 주범인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다고 판단, 이들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있다. HTS는 알카에다 하부 조직으로 2011년 시리아에서 만들어진 ‘알누스라 전선’이 전신이다. HTS는 2016년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단절했고 테러 조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튀르키예는 SDF를 자국에 대한 최대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반군 세력인 SNA를 지원하며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미국이 지원하는 SDF의 핵심 구성원은 쿠르드 민병대(YPG)로, 튀르키예는 이 민병대를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 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연계 단체로 간주하고 있다. 시리아 북동부에서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SDF가 세력을 확대하게 되면 자국 내 쿠르드족 분리 독립 요구가 커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알아사드 정권이 축출된 이후에도, SNA와 SDF 간 교전으로 수백명이 사망했다고로 알려졌다.

SDF 내부에서는 미국이 튀르키예 눈치를 보느라 SDF를 토사구팽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마즐룸 코바니 SDF 총사령관은 11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과 함께 (IS에 대항해) 도시를 해방시켰다”며 “하지만 지난주 튀르키예 지원 반군이 공격을 시작했을 때 미국은 도움을 제공할 확고한 입장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SNA와의 전투로 IS에 대한 작전을 중단해야 했다. 시리아에서 IS가 다시 득세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튀르키예는 PKK와 테러리즘에 대해 실질적이고 명확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터키에 지속적인 위협”이라며 튀르키예 입장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SDF와 지속해서 협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은 SDF 점령 지역뿐만 아니라 시리아 남부 알탄프 기지 등을 포함해 병력 약 1000명을 시리아에 배치하고 있다. 알탄프 기지 주변을 근거로 하는 반군 세력인 자유시리아군(FSA)도 미국의 지원을 받는다. 이들은 내륙 곳곳에 산재한 IS 격퇴를 목표로 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7일 소셜미디어에 “시리아는 엉망이지만 우리의 친구는 아니며, 미국은 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 흘러가도록 두라. 개입하지 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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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이스라엘도 시리아 남서부 접경 지역인 골란고원 너머에 군 병력을 배치하는 등 ‘영토 확장’ 시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일 시리아 반군이 다마스쿠스를 점령하자 이스라엘은 과거 점령해 실효 지배 중인 골란고원을 넘어 시리아 영토 완충지대까지 진군했다. 1974년 양국은 유엔 휴전 협정을 체결하고 골란고원 동쪽에 완충지대를 설정했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이 같은 행위가 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조치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스라엘은 알아사드 정부군의 화학무기, 장거리미사일 등 전략자산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다마스쿠스, 홈스, 팔미라 등 지역 군사시설에 수백 차례 대규모 공습도 가하고 있다.

한편 HTS는 알아사드 정권 총리였던 무함마드 알잘라리 총리로부터 정권을 넘겨받기로 합의, 권력 이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 총리로 추대된 무함마드 알바시르는 내년 3월 1일까지 과도정부 운영을 맡는다. 과도 정부 구성원 상당수는 HTS의 행정조직 ‘시리아구원정부’ 인사들로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과도정부는 전쟁으로 중단됐던 시리아 내 튀르키예·카타르 등과 대사관 업무를 재개하는 등 혼란을 수습하고 있다.

한편 12일 미 국무부는 “모든 과도 정부는 포괄적이고 비종파적이어야 하며, 여성과 소수민족을 포함한 모든 시리아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테러리즘, 극단주의의 기지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모든 화학 무기가 안전하게 보관되고 파괴되도록 해야 한다”며 “파트너들과 통일된 접근 방식을 구축,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리아 국민의 이익보다 자기 이익을 앞세우지 못하도록 막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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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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