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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가족에게 들이닥칠 파장 두렵다" 故김수미가 남긴 일기..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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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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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최이정 기자] “주님, 이 책이 출간된 후, 제 가족에게 들이닥칠 파장이 두렵습니다. "

배우 김수미가 1983년 사망 전까지 솔직하게 써 내려간 일기가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라는 이름의 책으로 12일 출간된다.

생전 글쓰기를 유난히 좋아했던 고 김수미의 일상이 담긴 일기를 한데 엮어 출간한 책으로, 30대 젊은 나이였던 1983년부터 사망하기 전인 2024년까지의 일기 중 핵심적인 내용만을 담았다.

1983년부터 2024년까지 써 내려간 김수미의 일기는 80년대부터 90년대를 거쳐 요즘의 시대상까지 두루 반영하며 한 여자의 억척스러운 일생과 고민, 고뇌를 보여주고 있다. 쉽지만은 않았던 여배우의 삶을 살면서도 가장으로서 가정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쓰며 생을 갈망했던 오랜 일기들은 지금껏 대중에게 보여준 것과는 또 다른 인간 김수미, 여배우 김수미에 대한 새로운 면모와 노력을 잘 보여준다.

매일 이른 새벽마다 일기장을 펴고 펜을 들었던 그녀의 솔직한 생각이 모두 표현될 수 있도록 교정은 최소한으로만 진행했고, 일기 속 내용을 덜어내거나 자르지 않고 그대로 엮었다는 전언, 또한, 일기 외에도 작가가 작성한 짤막한 칼럼 원고들, 단편글을 해당 연도에 모두 함께 구성하고 미디어에 한 번도 노출되지 않았던 방송가 이야기를 그대로 실어 사람 김수미를 책에 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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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을 유난히 좋아하고 들꽃, 풀꽃을 좋아하던 고 김수미는 배우였던 동시에 엄마였고 아내였고 며느리였다. 지금과는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랐던 80년대에 일찍이 배우로서 두각을 보이며 성공했던 그녀는 하늘의 별이 되기 직전까지 남을 돌보는 것을 좋아하며 맛있는 음식을 주위에 나누며 기쁨을 나누는 것을 행복으로 여겼다.

일기에는 여자로서 그런 소녀스럽고 고운 모습이 담겨 있는 것은 물론, 한 시대를 풍미하고 평생을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여배우로서의 모습, 연기에 대해 고뇌하고 갈망했던 순간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항상 풍요로운 생활은 아니었기에 때로는 생활고에 힘들어하기도 하고, 때로는 연기를 일로써 대해야 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인생은 단단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닥쳤던 순간에도 그녀는 오로지 흔들리지 않고 가족들만 보며 연기에만 매진했다. 일기 속에는 이런 고 김수미의 삶의 대한 철학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정을 지키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매 순간 책임감 있고 진지한 태도로 살았던 한 여자의 일생이자 여배우의 기록이 담긴 그녀의 일기는 우리에게 삶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끔 한다.

책에는 김수미는 자기 이름을 걸고 식품을 판매하던 회사 나팔꽃 F&B와 내부적으로 분쟁을 겪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음도 드러난다. 책에는 김수미가 쓴 자필 탄원서도 함께 수록돼 있는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하루하루가 고문이다" 등의 표현으로 고통을 호소했다. 김수미는 말년에 공황장애도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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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은 김수미가 말년에 겪었던 고통을 옆에서 지켜봐 온 만큼 안타까운 마음에 일기를 공개했다며 책 인세는 전액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다.

故 김수미의 비보는 지난 10월 25일 전해졌다. 사인은 고혈당 쇼크로, 심정지가 발생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향년 75세. 이어진 발인식에서는 아들 정명호 나팔꽃 F&B 대표와 며느리 배우 서효림, 딸 정주리 등 유족과 함께 고인이 아꼈던 연예계 지인들과 각계각층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특히 고인은 지난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뒤,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 역할을 맡으며 국민 배우 반열에 올랐다. 이후 ‘안녕, 프란체스카’, ‘전설의 마녀’, ‘언니는 살아있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 ‘가문의 영광’ 시리즈, ‘헬머니’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nyc@osen.co.kr

[사진] OSEN DB, 도서출판 용감한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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