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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AI가 스며든 창작물] 보도·예능 이어 PD·배우까지…AI에 빠진 방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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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영역이 방송까지 확장했다. 방송가는 뉴스를 넘어 예능까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AI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앞으로 방송가의 AI 활용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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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방송가의 AI 접목 시도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AI 소재 예능은 물론 PD·배우까지 영역이 확장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AI 콘텐츠는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안기지만 이질감과 거부감은 넘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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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콘텐츠 10편 중 1편에 AI 활용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방송사들이 제작·송출한 콘텐츠 10편 중 1편은 기획과 제작 단계에서 AI 기술이 적용됐다. 방송 콘텐츠 중 AI 기술을 활용한 비중은 기획 단계에서 11.1%, 제작 단계에서 9.4%, 서비스 단계에서 6.9%로 조사됐다. 특히 종편과 보도채널이 기획 단계에서 AI를 쓴 비율은 38.8%에 달했다. 뉴스 기획 단계에서 자료 사전 조사, 대본 구성 등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방송 기획 단계에서 AI가 사용되는 사례는 자동 영상 촬영·편집, 대본 등 자동 구성, 음원 편곡 등이다. 제작에서는 영상 특수효과(VFX)나 디지털 휴먼 등이 대표적인 활용 사례다. 서비스 단계에서는 자동 자막, 언어 번역, 데이터 아카이브 등에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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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가 사라졌다!'의 AI PD 'M파고'


◆AI 소재 예능 이어 PD·배우까지

최근 몇 년간 방송사들은 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실험을 다양하게 이어나가는 중이다. 시청자들도 TV에서 쉽게 AI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유재석, 카리나(에스파) 등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KBS2 ‘싱크로유’는 지난 5월 첫선을 보인 뒤 정규편성을 확정했다. AI가 실제 가수처럼 만든 목소리들 사이에서 진짜 가수가 가창한 목소리를 찾아내는 예능이다. 기획 단계부터 제작진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재석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KBS에 3년 만에 복귀했다. AI가 그만큼 방송가 주요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3월 KBS2 ‘김이나의 비인칭시점’은 AI 기술과 스토리텔링을 접목해 김이나가 생성형 AI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으며 올해 방송된 SBS 설 특집 ‘남진 콘서트: 인생은 바람이어라’는 AI 기술을 통해 외모와 목소리를 그대로 재연한 청년 시절의 남진을 무대 위에 세웠다.

AI PD를 내세운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지난 3월 선보인 MBC ‘PD가 사라졌다’는 세계 최초로 AI PD가 연출한 프로그램이다. AI 기술로 만들어진 프로듀서 ‘M파고’가 캐스팅과 연출‧진행‧편집까지 도맡았다. M파고가 입사 후 예능PD가 되어 직접 프로그램을 연출한다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AI PD는 ‘자기소개 피구 줄다리기’, ‘지구력 얼음땡 개인전’, ‘박수 윷놀이 술래잡기’ 등 여느 서바이벌에서 봐왔던 게임과는 다른 독특한 게임들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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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 등장한 고(故) 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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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AI를 활용해 한계를 극복한다. 지난해 JTBC ‘웰컴투 삼달리’에서는 고 송해의 모습이 등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국노래자랑’의 과거 영상을 모아 AI를 학습시켜 딥페이크 기술로 1994년 당시 송해의 모습을 재현했다. 지난 2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은 AI를 활용한 딥페이크로 배우 손석구를 쏙 빼닮은 아역 배우를 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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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괴담회'의 '개구리 집' 에피소드는 AI 이미지를 통해 화면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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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르고 신선한 콘텐츠?…“몰입 깨져” 비판도

방송가에서의 AI 영역 확대 속도는 눈에 띄게 빠르다. 다만 대중의 시선은 엇갈린다. ‘싱크로유’는 파일럿으로 첫선을 보였던 당시 완성도 높은 AI 목소리 합성 기술과 흥미로우면서도 신선한 진행 방식이 호평을 받았고 덕분에 정규편성까지 기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AI 기술이 사용된 프로그램은 때로는 시청자에게 편안함보다는 낯선 감정을 주기도 한다. MBC ‘심야괴담회’는 이번 시즌부터 사연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AI 이미지를 사용했다. 기존에는 재연 배우를 통한 드라마로 사연을 소개했다. 그러나 AI를 활용해 괴담을 선보일 때마다 시청자 게시판과 유튜브 클립 영상은 불만으로 들끓었다. AI 이미지가 기괴하고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공포 장면이 오히려 혐오감을 준다는 의견도 있었다.

제작진은 “만성적인 제작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제작비 절감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AI 이미지는 삽화에 비해 마감 기한을 잘 맞춰 제작되기 때문에 후반 작업이 용이하고 재연이나 삽화에 소요되는 제작 예산에 비해 저렴한 단가로 빠르게 제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청자 항의가 빗발쳤지만 AI 이미지 사용을 아예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제작진은 시청자 비판을 고려해 AI를 활용한 사연 소개는 최대한 축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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