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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침묵을 잃은 류승범 “호기심에 떠난 한국, 이제야 연기 좋아한다는 걸 느껴” [SS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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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류승범. 사진 |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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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전성기 시절 배우 류승범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말이 없는 배우’였다. 현장에서도 늘 말이 없었다. 스스로 무슨 이유로 말을 안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심지어 선배 설경구조차 “너는 말을 하지 않았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인터뷰 목적으로 기자들을 만났을 때도 말이 짧았다. 인터뷰하기 어려운 배우 중 하나였다.

‘나의 절친 악당들’(2015) 이후 9년 만에 인터뷰장을 찾은 류승범은 쉼 없이 말을 쏟아냈다. 어떤 질문에도 밝은 태도로 임했다. 장난기 가득한 말도 틈틈이 던졌다. 무슨 질문이든 열린 태도로 수용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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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 사진 |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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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제가 인터뷰하기 어려운 배우였다니, 사과드린다. 사실 기억이 안 난다. 아마 머릿속에 딴생각하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는 그때 맞게 충실하지 않았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가정을 꾸리고 자연과 함께 살면서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의 동생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프리프로덕션 당시 “동네 양아치를 연기할 배우가 필요했는데, 집에서 보니 그런 놈이 자빠져 있었다”며 류승범을 캐스팅했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연기가 바로 꽃을 피웠다. 본능적인 연기 천재였다. 2010년 초반까지 영화계를 휩쓸었다. 그러다 도망치듯 연예계를 떠났다.

영화 ‘타짜3’ 디즈니+ ‘무빙’에 나왔지만, 본격적으로 공식 석상에 오르진 않았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쿠팡 플레이 ‘가족계획’을 통해서야 그간 숨겨놨던 근황을 꺼냈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연기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예전과 달리 부성과 모성애에 심적 터치를 느껴요. ‘무빙’도 역할은 프랭크로 나쁜 놈이지만, 이야기가 저를 건드렸어요. ‘가족계획’도 비슷한 맥락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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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계획’ 스틸컷. 사진 |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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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계획’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다섯 사람이 가족을 꾸리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살아가던 중 피치 못할 사건과 마주한다. 류승범은 영수(배두나 분)를 사랑하는 철희를 맡았다. 그간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다. 꾸부정하게 눈치만 보는 가장이다.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한 사람들이잖아요. 철희와 영수는 가족이 탈출구예요. 평범하게 살아가려 노력하는데 참 어렵죠. 저는 쉽게 연기했어요. 영수가 원하는 걸 원하는 사람이잖아요. 제가 집에서도 찌그러져 있어요. 그 찌그러진 면을 표현하려 했죠. 아빠는 꾸부정하게 있어야 해요. 하하.”

전성기를 뒤로하고 갑자기 사라졌다. 그동안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대중과 소통도 하지 않았다. 국내보단 해외에 있던 시간이 더 길었다. 여전히 본가는 해외에 있다. 촬영 기간에는 새로 집을 얻어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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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 사진 |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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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연기에 대한 권태도 있었던 것 같은데 세상의 호기심도 있었어요. 호기심에 한국을 떠났었어요. 자연과 함께 제 마음을 치유하면서 살았어요. 그렇게 서서히 저 스스로 변해갔어요. 지인들이 ‘왜 일 안 하냐?’고 많이 나무랐죠. 좋은 달란트를 갖고 있으면서 왜 그러냐는 식이죠. 그런 것 같아요. 일 안 하는 사람한테는 일하라고 하고, 일하는 사람에겐 쉬라고 하고요. 저는 그동안 행복하게 살았어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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