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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에 중립지킨 국민연금... 고려아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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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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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4년 11월 29일 14시 5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자가 다가올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분쟁 당사자들은 국민연금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중립을 지킬 경우 지분율 우위를 점한 영풍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보다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전날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낸 점은 변수로 꼽히지만,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거치는 만큼 정부 입김에 따라 정무적인 판단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중립을 결정했다.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는 이사 수 상한을 늘리는 정관 개정과 이사 2인 신규 선임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두 안건 모두 경영권 분쟁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국민연금 입장에선 중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연금은 의결권 행사가 한쪽을 편드는 모양새로 비칠 경우 중립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경영권 분쟁의 경우 한쪽 편을 들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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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뒤 백브리핑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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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또한 국민연금의 판단에 달려 있다. 경영권 갈등을 빚는 영풍·MBK파트너스(39.83%)와 최 회장 우호 지분(34%) 간 지분율 차이가 6%까지 벌어져 국민연금이 중립을 취할 경우 최 회장 측이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9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은 7.48%다. 하지만 추가 매도로 현재 지분율은 5% 내외로 추정된다.

전날 이 원장이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를 우려하는 듯한 메시지를 낸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 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5년이나 10년 안에 사업을 정리하는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했을 때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 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지 않나”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대한) 부작용을 중심으로 이사회와 금융당국이 논의를 해 왔는데, MBK파트너스가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고도 했다. MBK파트너스(금융자본)가 고려아연(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장고 끝에 이 원장의 입을 빌려 입장을 낸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후 금감원장이 공개적으로 특정 세력의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연금이 어떤 선택을 해도 비판의 여지가 있는데, 영풍이 1대 주주인 만큼 중립을 지키는 게 명분상 부담이 덜하다”면서도 “정부 핵심 인사가 최 회장 편을 드는 발언을 한 점은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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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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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실무자, 정무적 판단할 이유 없어”

다만 국민연금이 수많은 감사에 노출된 만큼, 정무적인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연금 실무자 입장에선 정무적인 결정을 내릴 이유가 없다”며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정부 가이드보단 여론을 더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신규 이사 14인 선임과 집행임원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을 목표로 법원에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법원이 영풍 측 손을 들어주면, 내달 말이나 내년 초 임시주총이 열린다.

고려아연이 임시 주총 일정과 안건 등을 공시하면, 수책위가 열리고 이를 통해 의결권 행사 방향이 결정된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등 주주권 행사 관련 의사결정은 기본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내리지만, 판단하기 곤란할 경우 수책위에서 결정한다. 수책위는 경영계와 노동계, 지역가입자가 각각 3명씩 추천한 인사로 구성된다.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9인 중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한 질문에 “기금의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올해 3월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는 이사회가 제시한 안건들에 찬성하며 최윤범 회장 손을 들어줬다. 단 이때는 MBK파트너스가 참여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기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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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귀환 기자(o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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