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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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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곽경택 감독 "4년 만에 개봉, 족쇄 풀고 새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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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물의' 곽도원, 몸 둘 바 몰라 하지만 지금은 자숙할 때"

홍제동 방화 사건 모티프…"소방관에 부채 의식 느껴 연출 제안 수락"

연합뉴스

영화 '소방관' 연출한 곽경택 감독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올해 안에는 반드시 이 영화를 개봉해 족쇄를 풀고 싶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새 출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소방관'의 곽경택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작품을 개봉하게 된 소감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소방관'은 2020년 9월 촬영을 마쳤으나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된 데 이어 2022년에는 주연 배우 곽도원이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돼 활동을 중단하면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배급사까지 바뀌며 크랭크업 4년여 만인 다음 달 4일에야 극장에 걸리게 됐다.

곽 감독은 "자칫 '소방관'이 내 작품 중에 다 찍어 놓고도 개봉하지 못하는 최초의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영화에 손해를 끼쳐) 곽도원 씨도 몸 둘 바 모를 정도로 죄송해한다"며 "저도 마음으로는 그를 이해하지만, 지금은 자숙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곽도원은 주택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재를 진압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진섭 역을 맡았다. 등장인물 중 분량이 가장 많아 '통편집'은 불가능했다. 다만 진섭이 술을 마시는 장면은 관객의 몰입을 위해 삭제했다고 곽 감독은 말했다.

곽 감독은 캐스팅 단계에서 곽도원에게만 시나리오를 건넸을 정도로 확신을 갖고 이 역할을 제안했다.

그는 "진섭과 너무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면서 "고집과 묵직함, 외골수적인 면모도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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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방관' 속 한 장면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소방관'은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발생한 방화로 6명의 소방관이 숨진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곽 감독은 6·25 전쟁 당시 학도병들의 전투를 담은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2019)을 끝낸 직후 '소방관' 시나리오를 봤다. 또 무거운 소재의 영화를 하고 싶지 않았던 곽 감독은 처음엔 연출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다 제작사 측에 왜 이런 영화를 만드는 거냐고 물었더니 (소방관에게) 부채 의식이 있어서라고 답하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저도 그렇더군요. 소방관을 떠올리면 늘 미안하고, 고맙고, 못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결국 '그래, 이 영화 한 번 만들어보자' 했습니다."

곽 감독은 실제 사건을 뼈대로 하되 등장인물 사연 하나하나를 조명하는 방향으로 연출의 틀을 잡았다. 소방관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잘 드러내는 것도 주안점 중 하나였다.

그는 "이렇게 오그라드는 것을 참으면서 찍은 작품은 없는 것 같다. 요즘 말로 신파 요소가 많다"면서도 "너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꼭 그렇게 해야만 했다"고 떠올렸다.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느끼는 공포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불과 연기를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하는 대신 실제로 불을 피우기도 했다.

"어떤 감독들은 요즘 CG로 다 되는데 곽경택은 왜 굳이 저렇게 해서 배우와 스태프를 고생시키냐고 해요. 하지만 저는 연기 때문에 눈이 보이지 않아 당황하는 배우의 표정, 불의 온도를 느끼며 달라지는 걸음걸이를 모두 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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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방관' 속 한 장면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66년생인 곽 감독은 58세로, 데뷔한 지는 30년이 다 되어 간다.

장동건·유오성 주연의 '친구'(2001)의 대흥행 이후 한동안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그가 각본을 쓴 '암수살인'(2017)과 각본과 연출을 모두 담당한 '극비수사'(2015)가 호평을 얻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곽 감독은 '소방관' 개봉이 밀린 상황에서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와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했다고 한다.

그는 "OTT 작품은 총 4번 거절당했다"며 "하지만 플랫폼과 제작비 규모별로 여러 작품을 계속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어 "글을 쓸 때 가장 힘들지만, 이 고통을 이겨내면 언젠가 촬영 현장에 갈 것이란 희망으로 견뎌낸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희열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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