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청소년선수권 단체전 첫 우승 주역…금·은·동메달 1개씩 수확
탁구 감독 아버지-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 어머니…오빠도 탁구 선수
세계청소년탁구선수권대회에서 경기하는 박가현 |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너무 잘했고 축하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한발 한발 꿈을 향해 나아가는 네 모습을 지켜보면서 옆에서 응원할게."
탁구 주니어 국가대표 출신의 박경수(52) 한남대 감독은 28일(한국시간) 새벽 스웨덴 헬싱보리에서 열린 대회 19세 이하(U-19) 혼합복식 결승에서 딸 박가현(17·대한항공)이 오준성(18·미래에셋증권)과 호흡을 맞춰 중국 조와 대결하는 장면을 인터넷 중계로 지켜봤다.
세계청소년선수권 혼합복식에 출전한 박가현(뒤편 중앙) |
박가현-오준성 콤비가 첫 세트를 11-8로 이기고도 중국 선수들의 매서운 추격에 결국 1-3으로 역전패하자 박 감독은 마음속에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딸에 대한 격려를 잊지 않았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딸이 대견하기만 하다.
박가현은 지난 25일 대만과의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혼자 2승을 책임지며 대회 출전 사상 우리나라의 단체전 첫 금메달 쾌거에 앞장섰다.
세계청소년선수권이 시작된 2003년 대회 이후 한국이 단체전에서 우승한 건 남녀를 통틀어 21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성인을 포함하더라도 한국 탁구가 세계 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한 건 여자 남북 단일팀이 우승했던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이후 무려 33년 만의 경사였다.
박가현은 단체전 금메달과 혼합복식 은메달에 이어 여자복식에서도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남규 한국거래소 감독의 딸 유예린(16·화성도시공사 유스팀)과 동메달을 합작했다.
이번 대회에서 수확한 메달은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 각 1개로 역대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의 최고 성적표다.
박가현은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 가족'의 일원이다.
박가현의 가족 사진. 맨 왼쪽이 어린 시절 박가현. |
아버지 박경수 감독은 탁구 주니어 국가대표 출신이다.
주니어 대표 시절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복식 금메달을 딴 추교성(53) 금천구청 감독과 선수 생활을 함께했다.
어머니 정혜승씨는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이다.
부모의 '스포츠 DNA'를 물려받은 박가현은 유치원에 다닐 때 자연스럽게 탁구를 접했다.
박경수 감독이 영천여고 지도자로 선수를 가르칠 때 탁구하던 오빠 박철우(20)를 뒤따라 라켓을 잡은 것이다.
벤치를 보는 박경수 감독(왼쪽)과 초등학교 시절의 박가현 |
오빠 박철우도 현재 남자 실업팀 보람할렐루야 선수로 활동 중이며, 오누이는 2023년 종합선수권대회 때 혼합복식에 콤비를 이뤄 출전하기도 했다.
오빠 박철우(왼쪽)와 혼합복식에 출전한 박가현 |
박가현은 포은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9년 어린이왕중왕전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드러냈고, 국제대회에서도 2022년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유스컨텐더에서 15세 이하(U-15) 우승을 차지했다.
호수돈여중을 졸업한 뒤 고교로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실업팀 대한항공에 입단한 그는 작년에는 두나무 한국탁구리그에서 중국 출신의 귀화 선수인 주천희(삼성생명)를 2-0으로 꺾는 '녹색 테이블 반란'을 일으켰다.
올해에는 선발전을 통해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성인 무대에 처음 출전한 WTT 피더 슬로베니아 대회에서 단식 우승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오른손 셰이크핸드 올라운드형으로 강력한 백드라이브가 강점이고, 기복이 많지 않은 스타일이다.
박경수 감독은 대회를 마감한 딸에게 격려의 말을 해달라는 요청에 "가현이가 이번 대회를 통해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한 것 같다"면서 "(아빠가 선수 시절 이루지 못했던) 세계대회 단체전 첫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줘 너무 기쁘고 가현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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